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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한국 기독 출판계의 이정표” 신학이란 무엇인가 Reader

이재근 광신대 역사신학 교수

신학이란 무엇인가 Reader-기독교 신학 원전 문헌집/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김기철 옮김/복 있는 사람


역사를 전공하는 신학도로서 유학하던 시절, 정말 부러운 것이 있었다. 아무리 다독가라도, 다 읽기는커녕 발췌해서 읽는 것조차 불가능한 엄청난 양의 책이 도서관과 서점 어디에나 펼쳐져 있었다. 이런 문헌들은 기독교 역사가 무척이나 짧은 동양의 한 작은 나라 출신의 신학 유학생을 주눅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나마 한국은 기독교 선교가 이루어진지 얼마 안 된 다른 비기독교 국가들에 비해서 훨씬 교회와 교인이 많고, 신학생과 기독교 지식인들이 많다. 특히 많은 신학생이 유학을 가서 선진 학문을 접한 후 학자와 교수가 되어 한국에 번역과 저술, 논문으로 소개했고, 한국에서 제자들을 고등 학위 과정에서 양성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한국 신학계의 자체 문헌 생산 역량이 상당히 성장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유학하던 시절부터, 귀국한 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 기독교 출판계가 도무지 스스로는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문헌 생산의 두 분야가 있다. 하나는 각종 사전 편집이다. 신학사전, 교회사 사전, 성서학 사전, 윤리학 사전, 선교학 사전, 미국기독교 사전, 동방정교회 사전, 시리아기독교 사전, 아프리카기독교 사전, 루터파 사전, 재세례파 사전, 여성 기독교인 사전 등, 서양 학계가 생산한 사전의 다양성과 범위, 양과 질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한 사전을 편찬할 때, 여러 명의 편집자가 최소 100개 이상의 주제 항목을 선정하고, 각 항목을 집필할 기고자 100여명 이상을 모은다. 이런 기획과 편집, 집필, 교정, 퇴고, 색인 작업을 통해 원고가 완성되고, 이를 출판사에서 최종 출판한다. 한 사전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그 주제를 다루는 학자들의 수와 수준, 전문성, 다른 분과 학문과의 연계, 출판계 및 언론과의 네트워크 등이 총체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한국 기독교계는 아직 전문적인 기독교 주제 관련 사전을 편찬해 낼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같은 이유로, 영어권에서 Reader, Documentary Sourcebook, Collection, Theological/Historical Writings 등으로 불리는 원전 문헌집도 한국에서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교회역사 2천년 동안 살았던 수많은 기독교인이 남긴 사료, 즉 1차 자료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것도 많을 정도로 무궁무진하다. 시리아어, 그리스어, 라틴어, 페르시아어, 아르메니아어, 에티오피아어 및 여러 유럽언어로 작성된 이들 문헌들을 주제별로, 시대별로, 전통별로 분류하고, 한국어로 일관되게 번역하고, 편집하여 출판할 수 있는 역량이 우리에게는 아직 없다. 따라서 이런 작업을 시도한 서양 학자들에게 감사하며 그들이 편찬한 사료집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신학이란 무엇인가 Reader』는 그런 사료집 편찬 역량을 가진 서양 기독 출판계가 한국 학계에 준 선물과 같은 책이다. 정리와 편집, 요약의 달인으로 널리 알려진 옥스퍼드 신학자 맥그래스는 신학, 역사, 실천을 망라하는 기독교 개론서 『신학이란 무엇인가』를 출간해 세계 독자들에게 널리 호평 받았다. 그러나 신학과 교회사의 주요 개념을 자신의 말로 해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해설의 근거를 독자들이 직접 찾아서 읽고 판단할 수 있도록 원전 자료집 『신학이란 무엇인가 Reader』를 펴냈다. 1991년에 처음 출간한 『신학이란 무엇인가』를 여섯 번에 걸쳐 개정했듯, 곁에 두고 참고하도록 1996년에 『신학이란 무엇인가 Reader』를 처음 펴낸 후에도 다섯 차례에 걸쳐 개정했다. 작년과 올해 복 있는 사람 출판사는 각각 최신 원서에 해당하는 『신학이란 무엇인가』 6판과 『신학이란 무엇인가 Reader』 5판을 번역해 냈다. 한국에서 거의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장르의 책을 과감하고 모험적으로 출간했다는 점에서, 기독 출판계에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를 만들었다. 출간 전 번역 원고를 보고 추천사를 썼는데, 서평을 쓰는 지금 다시 이를 반복할 필요가 있겠다.

“오늘날 우리가 배우고 듣는 모든 기독교 신학 및 역사 지식은 ‘과연 그러한가?’라고 물으며 원전으로 돌아가는 작업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르네상스 인문주의와 종교개혁은 ‘근원으로 돌아가자’(Ad fontes)는 구호에서 시작되어, 지식의 원천을 찾아내는 작업으로 지적 혁신을 완수해 냈다. 2천 년 기독교 교회의 신학과 교회역사의 맥을 잡기에 유용한 앨리스터 맥그라스의 교과서 [신학이란 무엇인가]가 왼편에 있다면, [신학이란 무엇인가 Reader]는 반드시 그 오른편에 자리를 잡아야 할 필수 원전 문헌집이다. 이 둘은 절대 떨어질 수 없는 일란성 쌍둥이다.”


이재근 교수
<광신대 역사신학>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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