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만 소나타 한대값…2%는 국민 아니냐”

종부세 고지에 부동산 카페 불만글 폭주
다주택자들 “세금 내려면 월세 올려야”
“종부세는 집값 안정화에 필요” 반박도

종합부동산세가 고지된 22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 마포구 일대의 모습. 연합

“집값이 급등한 이후 세금만 많이 내고 있네요. 제가 정말 대한민국 악의 축인 투기꾼인가요.”

올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발송된 22일 부동산 온라인 카페에는 종부세 대상자가 국민 2%라는 정부 주장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글들이 올라왔다. “소나타 한 대 값 종부세가 나왔다”는 글에 “난 제네시스다”라며 한탄하는 글도 있었다. 다주택자 및 고가 주택 보유자들은 예상 못했던 ‘세금 폭탄’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반면 다주택자 보유세 상승은 집값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종부세를 내기 어렵다는 글에는 “진작 집을 팔지 그랬냐” “집을 팔라고 2년 전부터 얘기하지 않았느냐”는 댓글이 달렸다. 관련 댓글에는 “일부 가진 자들에게 세금을 뜯어 ‘갈라치기’하는 게 정당하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해당 카페에는 종부세 관련 글만 400개가 넘게 게시됐다.

“평범하게 산 제가 정말 악의 축인가요”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발송된 22일 오후 서초구의 한 아파트 우편함에 종부세 반대 단체인 '종부세 위헌청구 시민연대'가 꽂아놓은 홍보물이 눈에 띈다. 연합

다주택자 A씨는 이날 서울 중심지와 경기도에 2채의 집을 갖고 있다면서 “제가 정말 대한민국의 악의 축인 투기꾼인지 살펴 봐 달라”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서울 중심지 아파트를 사 재건축 된 후 3년 이상 실거주하고 10년 정도 보유했다면서 집값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제자리 또는 하락했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급등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 퇴직을 앞두고 전원생활을 누리고 싶어서 경기도 연립주택에 청약예금통장을 써서 당첨됐다고 했다. 전 재산이 집 두 채인데 서울 집을 섣불리 팔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종부세 금액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두렵기만 하다면서 “탈세나 개인적인 지위, 정보를 이용한 투기는 꿈도 못 꿀 위치인데 국가로부터 이런 징벌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이익이 발생하지 않아 돈이 없어서 종부세를 낼 수도 없다”며 “묵묵히 살았는데 이젠 한계치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한 누리꾼이 “집을 좀 팔아라”라고 하자 “내 집을 왜 세금 때문에 팔아야 하느냐”는 반응을 내놨다.

서울 강북에 아파트를 2채 가지고 있다는 B씨는 작년에 종부세가 30만원이 나왔는데 올해에는 8배 이상 오른 251만원이 부과됐다고 부동산 카페에 고지세액을 인증했다. B씨는 “1년 만에 세금이 8배 올랐다는 게 믿어지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조정지역 1가구 2주택을 부부 각각 명의로 소유하고 있다는 C씨는 “종부세만 거의 소나타 한 대 값인 2400만원 정도가 나왔다”며 “주말부부라 각자 집을 처분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그나마 그랜저가 아닌 걸 감사해야 할 것 같다”라고 올렸다. 해당 게시글에는 “난 레이다” “3700만원이라 싼타페 한 대 값이다” “마포 1채, 신도림 1채, 서초 1채인데 제네시스급이 나왔다”는 댓글이 달렸다.

일각에선 다주택자가 종부세를 피하려면 ‘이혼이 답’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왔다. 1가구 2주택을 각각 공동 명의로 갖고 있고 모두 종부세 부과 대상이라면 위장이혼으로 남편과 아내가 각각 한 채씩을 갖는다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해당 게시글에는 “저도 서류상 이혼할까 생각 중” “서류상 이혼했다가 집도 없어지고 배우자가 새 결혼을 하면 어떡하느냐” 등 자조적인 댓글들이 달렸다.

정부는 "전 국민 2%만 대상" 강조
22일 오후 한 시민이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를 통해 종부세 고지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 이 시민은 서울 서초구 대형 아파트 한 채를 11년 소유해 장기보유공제를 받아 종부세 1500여만원, 농어촌특별세 300여만원으로 합계 1800여만원이 부과됐다. 연합

정부는 이날 종부세 고지 인원이 94만7000명이라고 밝히면서 전 국민의 98%는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종부세가 상위 2%에만 부과되는 세금이고 ‘세금 폭탄’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는 종부세로 국민들에게 지나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종부세 대상자의 가족들까지 확대하면 실제 영향을 받는 대상자는 전국민의 6% 가량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 아파트 10채 중 1채가 종부세 고지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규모를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소수 국민이라고 해서 과도한 세금 부담을 떠안는게 정당하느냐는 반박도 나온다.

임대료 부담이 세입자에게 돌아갈 경우 국민 경제에 미칠 영향을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우려에 대해 정부는 종부세 부담이 월세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도 밝혔다. 임대료 수준은 임대시장 수요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므로 일방적 전가에는 한계가 있다는 취지다. 월세를 지나치게 올려 받으면 세입자가 들어오겠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부동산 카페의 다주택자들은 전세와 월세를 올려 세금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 다주택자는 “종부세 1800만원 고지서를 받고 나니 월세 올리는 게 전혀 걱정이 안 된다”라며 “전에는 미안한 마음도 있어서 시세보다 싸게도 줬는데 세금을 내려면 어쩔 수가 없게 됐다”고 했다. 2년 전보다 전세 가격이 오른 만큼 월세를 올려 받으면 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세금 내는 건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알음알음 후원하던 곳 전부 끊고 국내 여행도 안 다닐 것”이라며 “한국 증시에 투자한 돈은 전부 회수해 세금 내는데 쓰겠다”고 격한 반응을 내놨다.

“종부세 1주택자 부담 크지 않아” 반박도
반면 종부세는 집값 안정화를 필요한 정책이라는 반박도 눈에 띄었다. 1주택자의 경우 25억원 주택을 보유하고 있어도 월 50만원 정도 밖에 세금이 나오지 않아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전체 1세대 1주택자 인원 중 72.5%는 시가 25억원(공시가격 17억원, 과세표준 6억원) 이하자로 평균세액은 50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 누리꾼은 “한국은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해 다주택자들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고지 세액 5조7000억원 중 다주택자 및 법인이 88.9%로 세액의 대부분을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통해 1세대 1주택자의 세부담은 크지 않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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