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코로나 ‘뉴노멀’…미접종자 규제, 거리두기 부활, 부스터샷 확대

이탈리아는 미접종자 실내 출입제한 ‘슈퍼 그린 패스’
덴마크, 마스크 착용 의무화 재추진
유럽 CDC “코로나19 부스터샷 모든 성인에 권고”

지난 22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코로나19 환자 급증에 이날부터 전국적인 봉쇄 조치에 들어갔다. AP연합뉴스

상대적으로 빠른 백신 접종 속도만 믿고 과감히 방역 조치를 해제했던 유럽이 연말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서 전염병 대응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유럽의 코로나19 대응 ‘뉴노멀’은 세 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규제 강화, 마스크 착용 등 사회적 거리두기 규정 복원, 부스터샷(추가 접종) 등 백신 접종 확대다.

유럽은 올해 최악의 크리스마스를 맞을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24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의 주간 역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5∼21일 보고된 유럽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약 243만명으로 전 세계 신규 확진자의 67%를 차지했다. 1주일 전에 비해 11% 증가한 수치다. WHO는 내년 3월까지 유럽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70만명 더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부터 약 20개월간 150만명의 누적 사망자가 나왔지만 앞으로 4개월 동안 그 절반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성급히 빗장을 열었던 대가를 치르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지난달부터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세를 멈추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각국은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가장 강력한 카드들을 속속 꺼내들고 있다.

미접종자가 설 자리가 사라진다
백신 미접종자들의 활동을 강력히 제한하는 조치가 도입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미접종자들을 중심으로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늘며 의료체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유럽 대륙의 백신 접종률은 57% 수준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슈퍼 그린 패스’ 도입과 백신 접종 의무화 직종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추가 방역 대책을 통과시켰다. 슈퍼 그린 패스는 기존의 그린 패스와 달리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을 받은 사람을 배제하고, 백신 완전 접종자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에게만 활동상 혜택을 주는 제도다. 그간 48시간 동안 유효한 코로나19 검사를 통해 사실상 그린 패스 혜택을 누려온 미접종자들은 이제 실내 음식점은 물론 박물관·미술관·영화관·헬스장 등 문화·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독일 쾰른 성당 앞 알림판에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출입제한 표시와 마스크 착용 의무를 알리는 권고문이 붙어있다. 독일에서는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업소 출입 제한이 확대되고 있다. AP연합뉴스

독일도 최근 ‘슈퍼 그린패스’와 유사한 ‘2G’ 규정을 신설했다. 2G 규정은 백신 접종자와 코로나19 감염 후 회복된 이들만 시설 이용을 허용하는 것을 뜻한다. 미접종자들은 술집과 식당, 영화관, 박물관 등 공공장소 출입이 제한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부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비롯한 사회적 거리두기 규정도 되살아나고 있다. 비슷한 백신 접종률을 보이더라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있는 국가에선 비교적 확진자가 적게 발생하는 등 마스크의 효과가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WHO는 “많은 국가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 조치를 철회한 것이 (재확산의) 주요 원인”이라며 “유럽 인구의 95%가 다시 마스크를 쓴다면 16만명 이상의 추가 사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서양 카리브해 프랑스령 과들루프섬의 푸앵트아피트르 외곽에 위치한 르고시에 거리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설치한 도로 장애물이 불타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야간 통행 금지와 백신 접종 의무화에 반발해 지난 18일부터 과격 시위를 벌였다. AFP연합뉴스

덴마크 정부는 대중교통, 상점 등에서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하는 방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네덜란드는 권고 사항이었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의무화했다. 사람들 사이에 1.5m 이상 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경찰의 단속 대상이 된다. 핀란드 헬싱키와 주변 도시는 재택근무를 다시 권고했으며, 실내 공공시설과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부스터샷 확대
여전히 백신 접종은 방역의 선제적 조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이젠 접종률만의 문제가 아니다. 접종을 완료했더라도 면역 효과가 떨어지는 시기가 다가오는 탓이다. 기존 2회 접종을 뜻했던 ‘완전 접종’의 의미가 바뀌면서 부스터샷 확대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스라엘과 영국에서 나온 증거는 단기간에 모든 연령대에서 부스터샷 후 감염 예방과 중증화 차단 효과가 상당히 증가한 것을 보여준다”며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코로나19 부스터샷을 권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9일 “다음 달부터 65세 이상은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을 마쳐야 백신 접종 증명서를 갱신해주겠다”고 발표했으며 현재 그 대상을 40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스웨덴도 부스터샷 대상을 모든 성인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독일은 백신 접종 의무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내달 독일 신임 총리로 부임할 올라프 숄츠 사회민주당(SPD) 총리 후보는 이날 “취약 계층을 보살피는 시설에서는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보건부는 내년 1월부터 요양원·클리닉 종사자의 백신 접종 의무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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