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리면 손님들 떠날텐데ㅠ… 속 타는 사장님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인건비, 물류비용 등이 치솟자 햄버거, 치킨 등 대표적인 외식 메뉴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인천 서구에 있는 한 닭강정집의 메뉴판에는 25일 쿠킹호일이 하나 붙어있었다. 뼈닭강정 가격 1만5000원에서 ‘5’만 호일을 숫자모양으로 오려 넣었다. 집을 팔아 닭강정집을 열고 혼자 운영한다는 사장은 물가 얘기를 건네자 한숨부터 쉬었다.

그나마 배달로 버텼다는 그는 위드 코로나가 반갑지만은 않다. “기름 1통 도매가가 3만5000원에서 5만1000원까지 올랐다. 포장박스 가격도 비싸졌다. 이것저것 다 해서 30%정도 올랐는데, 올해 초에 코로나 때문에 한 번 가격을 올려서 더 올릴 수가 없다.”

신선식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외식 자영업자를 압박하고 있다. 롯데리아, 교촌치킨 등 대형 프랜차이즈나 외식기업들은 최근 잇따라 제품 값을 올렸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달리 자영업자들은 가격 인상을 두려워한다. 얼마를 올려야 좋을지, 손님을 잃는 건 아닌지 고민이 깊다.

서울 광진구에서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윤모(45)씨는 주말이 다가오면 가슴에 돌덩이가 들어앉는 것 같다. 주말마다 김치를 새로 담가서 반찬으로 내놓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배추는 물론 마늘, 고춧가루 등 오르지 않은 게 없다. 윤씨는 지난 24일 오후 텅빈 가게에서 마늘을 다듬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윤씨는 “테이블 10개 놓은 식당에서 7000원짜리 칼국수 팔아서 남는 게 많지 않다. 요즘은 손님들이 김치를 더 달라고 하면 울컥할 때가 있다. 값을 올려야 하는데 장사가 어떻게 될지 몰라 조심스럽다. 주변 식당들도 눈치만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 시작된 원유(原乳), 밀가루 등의 가격 인상과 국제원두 값 상승은 ‘카페 사장님’에겐 날벼락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5년째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최모(46)씨는 내년 초에 가격을 올릴까 고민하고 있다. 동네 장사라 값을 올리는 게 쉽지 않지만, 물가 압박은 더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최씨는 “개인 카페는 특출한 맛이나 싼 가격으로 경쟁하는 수밖에 없는데 지금 다들 구석에 몰렸다”며 “원두 가격이 더 오른다고 하니 (안 올리고) 버티기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상권이 활발하다고 사정이 좋은 건 아니다. 서울 홍대 상권의 자영업자들 복잡한 심경이다. 지난 24일 만난 한 국수집 사장은 “학생들이 학교라도 나오면 모를까 (상권이 회복하려면) 아직 멀었다. 그나마 얼마 없는 손님도 안 올까봐 재료값이 올라도 메뉴 가격을 못 올린다”고 말했다.

근처 쭈꾸미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코로나 전에 가격을 한 번 올렸는데, 그 뒤로 가격 인상은 언감생심”이라며 “손님도 없는데 가격까지 오르면 더 힘들테니까 당분간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물가 상승의 도미노는 외식 자영업 가격 인상을 거쳐 직장인 주머니에 부담을 준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월급만 빼고 다 오르나보다. 가끔 치킨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낙인데, 2만원에 배달비까지 더해지면 꽤 부담”이라고 했다.

이미 대형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들은 연쇄 인상에 돌입했다. 롯데리아는 지난 2월에 이어 10개월 만에 또 가격을 올렸다. 다음 달 1일부터 불고기버거, 새우버거 등의 값이 평균 4.1% 오른다.

교촌치킨도 7년 만에 가격을 올리면서 치킨 한 마리가 2만원을 넘어섰다. 치킨 업계 1위가 가격을 올리면서 제너시스BBQ, bhc 등 경쟁사들도 잇달아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도 1년여 만에 가격을 평균 6.2% 인상했다.

문수정 정신영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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