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 유통수장 첫 외부 수혈…대규모 임원 인사 단행

BU중심에서 HQ중심으로 조직개편 단행

롯데그룹 신임 유통군 총괄대표로 선임된 김상현 부회장(왼쪽)과 안세진 호텔군 총괄대표. 롯데 제공

롯데그룹이 롯데지주를 포함해 38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내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일본불매운동, 코로나19까지 잇단 악재를 맞으며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는 파격적 인재 영입과 조직 개편으로 쇄신, 변혁에 무게를 실었다.

25일 롯데가 발표한 임원 인사를 살펴보면, 최근 2~3년 동안 이어진 적극적인 외부인재 영입이 이번에도 확인됐다. 신임 유통군 총괄대표로 선임된 김상현 부회장(58)은 한국P&G 대표, 미국P&G 신규사업 부사장, 홈플러스 부회장 등을 거친 외부영입 인사다.

롯데가 핵심 부문인 유통의 총괄대표 자리를 외부에서 수혈하기는 1979년 롯데쇼핑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전문성과 이커머스 경험을 바탕으로 유통사업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호텔군 총괄대표로는 안세진(57) 전 놀부 대표이사가 영입됐다. 안 신임 총괄대표는 신사업 전문가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 출신으로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사업전략을 담당했다. 모건스탠리PE에서 놀부 대표이사도 역임했다. 신사업과 경영전략, 마케팅 등에 대한 전문성으로 호텔사업군 브랜드 강화, 기업가치 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의 신임 백화점사업부 대표도 공채 출신이 아니다. 경쟁사인 신세계에서 경력을 쌓은 정준호(56) 롯데GFR 대표가 내정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본부 본부장, 조선호텔 면세사업부 사업담당, 신세계 이마트 부츠 사업담당 등을 거쳤고 2019년부터 롯데GFR 대표를 맡았다.

핵심 계열사 대표를 외부에서 수혈하는 건 계속되는 부진에 따른 위기의식으로 풀이된다. 공채 순혈주의, 백화점 중심주의로는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성도 녹아 있다. 그동안 유통과 호텔을 이끌던 강희태 부회장, 이봉철 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또한 롯데는 대대적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2017년 이후 5년간 유지한 비즈니스 유닛(BU) 체제를 마감하고, 헤드쿼터(HQ) 체제를 도입했다. 식품, 쇼핑, 호텔, 화학 등 4개 HQ 총괄대표가 경영관리를 추진한다. 빠른 의사결정, 사업군 간 시너지를 노린 구조다.

코로나19에도 호실적을 낸 화학BU장 김교현 사장, 중심을 잡아 줄 이동우 롯데지주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은 기존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을 포함해 4명으로 늘어났다. 김 신임 부회장은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는다. 식품군 총괄대표는 식품BU장 이영구 사장이 맡는다.

이번 인사에서 신규 임원은 96명, 승진자는 178명이다. 지난해 86명이었던 승진 규모가 배 이상 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초핵심 인재 확보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개편까지 더해지며 계열사 책임경영 강화로 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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