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에 벌벌 떠는데… “신변보호 스마트워치 없어요”

스토킹 강력 범죄 부각에
학폭 사건 보호는 후순위 밀려
경찰 “전국 스마트워치 약 2100대 재고있어…진상 파악할 것”


스토킹 행위와 관련된 강력 범죄가 이어지면서 시민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 물량이 부족하다”며 학교 폭력(학폭) 피해자를 보호 후순위로 미루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학폭에 시달리던 피해 중학생의 아버지 A씨는 최근 파주경찰서에 가해자 엄벌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접수하면서 신변 보호 조치 및 스마트워치 지급을 요청했다.

A씨의 중학교 1학년 딸과 친구 2명은 지난 몇 달간 또래 남학생 5명에게 폭행과 성추행을 지속적으로 당했다. 남학생들은 컵에 침을 뱉은 뒤 몸에 뿌리거나 “움직이지 말라”고 위협하면서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괴롭힘을 일삼았다고 한다. 현재 파주경찰서는 가해 학생들을 폭행 및 공갈,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조사 중이다.

A씨는 경찰에 “가해 학생들이 같은 동네에 살고있어 보복 위험이 있다. 스마트워치를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당장 스마트워치 지급은 어렵다고 했다. 재고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경찰은 “재고가 있더라도 최근 상황은 데이트폭력이나 스토킹 등 성인 대상 위험성이 큰 사건이 우선이어서 학폭은 후순위”라고 설명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그는 “학폭 사건도 피해 학생들이 매일 가해자와 마주칠 수 있어 사실상 스토킹 범죄 만큼이나 두려움이 큰데, 아이들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 위급하다고 여기는 것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관내에 총 23대의 스마트워치를 보유하고 있지만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재고가 한 대도 없었던 상황이라 지급이 어려웠다”며 “‘피해 학생들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가해 학생 부모를 통해 안내하는 등 보호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다.


스마트워치 수요는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지급되는 비율은 약 50% 수준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전국 신변보호조치 건수는 1만4786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1만4773건)를 추월했지만 스마트워치가 지급된 건수는 6374건에 그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올해 9월 스마트워치 보급량을 1400대 늘려 총 3700대를 운용하고 있다”면서 “26일 현재 전국에 약 2100대 가량의 스마트워치 여유분이 있어 심사를 거쳐 피해자들에게 최대한 지급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일선 현장에서 스마트워치 활용에 대한 인식이 다를 수 있어 자세한 진상을 파악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까다로운 행정절차도 보다 적극적인 피해자 보호를 가로막는 이유로 꼽힌다. 각급 경찰이 스마트워치 지급 등의 신변보호조치를 취하기 위해선 심사위원회를 열어 ‘사안의 위급성’을 심의받아야 한다. 해당 관서 소속 과장들로 구성된 위원 중 과반수가 출석해야만 의결이 이뤄진다. A씨는 “파주경찰서에서도 신변보호를 위해서는 위원회를 열어야 한다며 난색을 보였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학폭이나 가정폭력 등 다양한 범죄 피해자들의 신변보호 요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보다 실효성 있게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피해자가 불안감을 호소할 경우 경찰은 심사 없이 활용 가능한 수단을 즉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스마트워치 재고 부족 등의 현실적인 제약을 줄이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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