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미성년자 본뜬 리얼돌, 풍속 해친다…수입 금지 적법” 첫 판단

대법, 1·2심 판결 파기
“아동 상대 성범죄 위험 증대 우려”

관세청에서 사람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인 리얼돌(왼쪽)의 통관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오른쪽은 지난 2019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 현장. 연합뉴스

여성 미성년자 신체 외관을 본뜬 ‘리얼돌’의 수입을 보류한 세관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미성년자 리얼돌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자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된다고 본 최초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5일 A씨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리얼돌 수입 보류 처분을 취소하라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9년 9월 중국 업체로부터 전체 길이가 150㎝, 무게가 17.4㎏인 리얼돌을 수입하면서 인천세관장에게 신고를 했다. 인천세관장은 같은 해 10월 관세법 제234조 1호 등에 따라 리얼돌을 풍속을 해치는 물품으로 보고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했다.

이에 A씨는 수입 보류 처분 취소 소송을 했고,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전체적 모습이 신체와 유사하거나 표현이 구체적이며 적나라하다고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런데 이날 대법원은 해당 리얼돌이 성인이 아닌 미성년자의 신체 외관을 본뜬 성행위 도구로 풍속을 해치는 물품으로 판단했다. 해당 리얼돌이 16세 여성의 평균 신장과 체중에 현저히 미달하고, 얼굴 부분도 미성년자 인상에 가까워보인다는 점에서다.

나아가 재판부는 “이 물품을 예정한 용도로 사용하는 건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성을 상품화하며, 폭력적이거나 일방적 성관계도 허용된다는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다”며 “아동에 대한 잠재적인 성범죄의 위험을 증대시킬 우려도 있다”고 판시했다.

그동안 대법원은 성인 여성을 본뜬 리얼돌은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왔다. 대법원은 지난달 14일 리얼돌 업체 B사가 김포공항 세관을 상대로 수입을 허가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당시 B사가 수입하려는 리얼돌은 전체 길이가 160~170㎝, 무게 40㎏로 이번 사건의 물품과 차이가 있었다. 이날 대법원 판결은 리얼돌 길이와 무게를 기준으로 성인이 아닌 미성년자의 외관을 본뜬 것으로 보고,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고 처음으로 판단한 것이다.

여성계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당연한 결과이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아동·청소년을 성행위의 대상으로 보거나, 성범죄 위험성을 증폭시키는 어떠한 것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법원의 결연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장은 “미성년자 리얼돌은 분명히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나아가 리얼돌 자체가 여성에 대한 혐오이며 성적 대상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 리얼돌을 법적으로 금지시키기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리얼돌 유통 자체가 여성을 하나의 성적인 도구로 여긴다는 것”이라며 “리얼돌에 대한 전면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는 리얼돌에 대한 기존의 대법원 판결과 다르다며 당황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리얼돌 판매 업체 관계자는 “이번 판결 대상이었던 리얼돌의 외양은 기존에 승소 판결을 받은 제품과 별 차이가 없다”며 “그런데 정반대의 판단이 나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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