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선물로 주는 그것은?… 해외서 몸값 높은 ‘K푸드’ 비밀


미국프로농구(NBA) 간판 선수 르브론 제임스는 올 시즌 왼쪽 가슴에 ‘비비고’ 로고를 달고 뛰고 있다. 지난 9월 2억명에 이르는 팬덤을 보유한 LA레이커스와 CJ제일제당이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십을 맺으면서다. 후원사 선정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LA레이커스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고 한다.

‘K푸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프로농구선수가 한국의 식품업체 로고가 들어간 유니폼을 입는가 하면, 베트남에선 명절 선물로 초코파이를 주고 받는다. 러시아에선 ‘라면=팔도 도시락’으로 통한다. 기업들은 현지 입맛에 맞춰 한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해외 전용 상품을 한국에서 역출시하는 일도 벌어진다.

K푸드의 질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K푸드 수출액은 42억8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수출이 줄었는데도 식품 수출은 전년 대비 14.6% 증가하는 역주행을 했다. 한류 바람에다 보관·조리가 쉬운 가정간편식, K팝스타, ‘먹방’ 등으로 한국 식품이 재조명되면서 성장세를 탄 것이다.


우리 식품업체들은 정체에 빠진 국내 시장 대신 해외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더 높은 곳도 여럿이다. 1986년 출시 이래 30년간 1등을 유지하고 있는 농심 신라면은 이제 해외에서 더 많이 찾는 라면이다. 신라면의 3분기 누적 국내외 매출액은 6900억원인데,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은 3700억원으로 절반을 넘는다. 삼양식품 역시 불닭볶음면 인기를 타고 수출이 늘어 지난해까지 4년간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 비중이 26%에서 57%로 뛰었다.

오리온도 해외 법인 매출이 압도적이다. 올해 3분기에 중국 베트남 러시아의 법인에서 거둔 매출은 4287억원으로 한국 법인 매출(2007억원)을 크게 웃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는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 제조업이 아닌 식품 단일 품목으로 처음이다. 이 가운데 해외 매출액은 6700억원에 이른다.

'한국' 전면에 내걸고 철저한 현지화

K컬처 열풍에 힘입어 식품업체들은 ‘한국 제품’임을 전면에 내세운다. 비비고는 해외 소비자에게 ‘한국식 만두’로 인식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만두(Mandu)’로 표기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노출해 친밀도를 넓혀왔다. 미국 시장에서 2016년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면서 25년간 1위였던 중국 업체를 제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판매 중인 만두의 제품명을 ‘교자’에서 ‘만두’로 바꿨다.

제품 개발에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쓴 것도 주효했다. 비비고 만두는 만두피가 두꺼운 중국식 만두와 달리 만두피가 얇고 채소가 많은 만두소를 강조하며 건강식으로 차별화했다. 닭고기를 선호하는 현지 식문화를 반영해 ‘치킨 만두’를 개발하고 특유의 향 때문에 한국인에게는 선호가 엇갈리는 고수를 재료로 사용했다.


오리온 초코파이도 40여년 동안 고수한 오리지널 맛을 벗어나 국가별 문화·식습관 등을 반영한 다채로운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10가지 종류의 초코파이를 판다. 러시아인이 ‘다차’(텃밭이 딸린 시골별장)에서 농사 지은 베리류로 잼을 만들어 먹는 걸 즐긴다는 점에 착안해 체리, 라즈베리, 블랙커런트 등의 잼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베트남에선 진한 초콜릿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 취향에 맞춰 출시한 ‘초코파이 다크’가 핵심 제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별한 날에 선물로 초코파이를 전달할 정도로 귀한 음식 대접을 받는다.


팔도의 사각용기 라면 ‘도시락’은 러시아에서 라면의 대표제품으로 통한다. 현지 용기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37억개가 팔렸다. 러시아에서 판매되고 있는 도시락은 치킨, 버섯, 새우 등 10여종에 이른다. 특히 한국 라면 제품이 해외에서 비싼 값에 팔리는 것과 달리 현지 생산으로 가격을 42루블(800원) 수준에 맞췄다. 모스크바 지하철 요금은 55루블(1000원)이다. 팔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줄면서 러시아의 국민소득도 줄어들자 경제적으로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도시락 수요도 늘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한국으로 역수출도


현지 전용상품이 인기를 얻어서 거꾸로 한국에 진출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오리온은 베트남을 비롯해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2년간 연구 끝에 2019년 쌀과자 ‘안’을 선보였다. 오리온이 베트남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 가운데 초코파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매출을 거두는 제품이다. 쌀과자 ‘안’은 지난해 한국에서 ‘구운쌀칩’으로 출시됐다. 현재 몽골, 캄보디아, 필리핀,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진출했다.


한국에서 이미 유행이 지난 제품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한 사례도 있다. CJ제일제당은 한때 인기를 끌었던 음용식초 ‘미초’로 일본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2015년 연매출 5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1000억원을 넘어서며 메가브랜드로 발돋움했다. 현미를 발효한 흑초 일색이던 일본 음용식초 시장에서 과일발효초는 대세로 떠올랐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미초로 현지 시장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일본 음용식초 시장의 선두주자인 미즈칸이 지난해 과일발효초 제품 5종을 이례적으로 선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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