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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을 기립시킨 헨델의 ‘메시아’가 12월 찾아온다

연말 스테디셀러지만 지난해엔 코로나로 파행… 올해 국립합창단 등 다시 준비

작곡가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헨델. 위키피디아

12월이 되면 매년 무대에 오르는 단골 레퍼토리들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헨델(1685~1759)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다. 예수의 생애를 묘사한 작품인 만큼 예수 탄생일인 크리스마스에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전국 합창단이 매년 경쟁하듯 올리는 ‘메시아’가 지난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단되거나 취소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올해도 ‘위드 코로나’와 함께 여러 합창단이 다시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국립합창단은 12월 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1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합창단은 17~18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서울모테트합창단은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무대에 올린다.

원래 궁전이나 성당에 부속된 작은 예배당을 뜻하는 라틴어 ‘오라토리(Oratory)’에서 유래된 오라토리오(Oratorio)는 성서에서 줄거리를 가져온 일종의 종교음악이다.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종교 오페라’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당시 세속적으로 큰 인기를 얻던 오페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오라토리오의 경우 무대장치와 연기는 없지만,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춰 독창과 중창, 합창이 등장한다. 다만 오페라에 비해 합창의 비중이 매우 크며, 해설자가 이야기의 줄거리를 낭송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후 오라토리오는 이탈리아를 넘어 전 유럽에서 인기를 얻게 되었다. 처음에는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어로만 쓰였지만 오래지 않아 여러 지역에서 자국어로 쓰인 오라토리오가 등장했다. 특히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독일어권에서 오라토리오가 매우 발달했다. 음악사에서 꼽는 3대 오라토리오인 헨델의 ‘메시아’, 하이든의 ‘천지창조’, 멘델스존의 ‘엘리야’의 경우 모두 독일어권 작곡가가 썼다. 다만 헨델의 ‘메시아’는 영어로 쓰였는데, 헨델이 독일에서 영국으로 활동 근거지를 옮겼기 때문이다.

국립합창단, 서울시합창단, 모테트합창단의 12월 '메시야' 공연 포스터.

독일 하노버 공국 악장으로 활동하던 헨델은 오페라 ‘리날도’ 등 자신의 작품이 사랑받던 영국으로 1711년 건너갔다. 앤 여왕 사후 혈통에 따른 왕위 계승 원칙에 따라 영국 왕이 된 독일 출신의 조지 1세는 헨델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오페라 ‘율리우스 카이사르’ ‘크세르크세스’와 왕실 야외 행사를 위해 만들어진 ‘수상음악’ ‘왕궁의 불꽃 음악’ 등이 이때 만들어졌다.

헨델이 남긴 20여 곡의 오라토리오는 말년에 집중적으로 쓰였다. 여기에는 당시 런던에서 헨델이 만들던 이탈리아 오페라가 몰락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오라토리오의 경우 가사가 영어라 청중들이 이해하기 쉽고 장르의 특성상 오페라보다 공연 비용과 준비 시간이 훨씬 적게 소요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헨델의 최고 히트작인 ‘메시아’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1부는 예언과 예수의 탄생. 2부는 수난과 속죄, 3부는 부활과 영원한 생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 1742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초연돼 큰 인기를 얻은 후 이듬해 영국 런던에서 공연됐다.

이 작품에는 재밌는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런던 공연 당시 영국 왕 조지 2세가 2부의 할렐루야 합창에서 너무 감격한 나머지 벌떡 일어나자 신하들도 따라서 일어나게 됐고 나중엔 모든 관객이 기립하게 됐다. 이후 이것이 전통이 되어 요즘도 어느 나라에서건 이 작품의 할렐루야 합창 부분에선 모두 기립한다. 다만 일설에는 조지 2세가 감동받아 일어난 것이 아니라 졸다가 웅장한 할렐루야 합창에 놀라서 일어났다고 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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