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높아지고 ‘고구마’ 전개 기피…언니들에겐 녹록지 않은 시대

시청자들, OTT 시리즈 영향으로 빠른 전개에 익숙해져
“캐스팅이 흥행 보장 못해…‘감상‘보단 ‘감각’하는 시대”

전도연, 고현정, 전지현, 이영애 등 1990~2000년대 톱 여배우들이 드라마로 화려하게 복귀했지만 쓴 맛을 보고 있다. 작품성과 별개로 무거운 주제, 느린 전개를 보여주는 드라마가 대중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청자들이 빠르게 흘러가는 스토리와 자극적인 화면에 익숙해진 탓이다.

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에서 화가 정희주 역을 맡은 배우 고현정. JTBC 제공

가장 먼저 안방극장의 문을 두드린 건 전도연이다. 류준열과 주연을 맡은 JTBC 드라마 ‘인간실격’은 허진호 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호평을 받았음에도 첫회 최고 시청률 4.2%로 시작해 지난달 2.4%로 종영했다.

배우 고현정은 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으로 돌아왔다. 작가 정소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미스터리와 함께 감각적인 미장센을 보여주고 있지만 시청률이 2%대에 멈춰있다.

tvN '지리산'으로 안방극장에 복귀한 배우 전지현. tvN 제공

전지현은 김은희 작가가 쓴 tvN 드라마 ‘지리산’으로 기대를 모으며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하지만 어색한 컴퓨터그래픽(CG) 효과에 대한 지적과 과도한 기업간접광고(PPL) 등이 방영 초반부터 논란이 됐다.

임수정 주연의 tvN 드라마 ‘멜랑꼴리아’, 이영애 주연의 JTBC 드라마 ‘구경이’도 2%대 시청률로 고전 중이다.

전문가들은 “더이상 캐스팅이 시청률을 담보하는 시대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시청자들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면서 작품을 보는 눈이 까다로워진 영향이 크다.

tvN '멜랑꼴리아'에서 수학교사 지윤수 역을 맡은 배우 임수정. tvN 제공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이 무겁고 긴 호흡을 가진 드라마를 찾지 않는다는 점도 시청률 부진의 한 요인이다. 드라마의 내용과 의미를 곱씹으며 ‘감상’하기보다 흥미 위주로 ‘감각’하려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작품성과 대중성이 항상 같이 가지 않는다. 각각의 작품마다 사정은 다르다”면서 “‘인간실격’은 좋은 작품이었지만 추구하는 이야기나 메시지가 전반적로 무거웠다. ‘너를 닮은 사람’은 소설을 영상화하는 과정에서 서사가 촘촘하지 않은 면이 있었고, ‘구경이’는 실험적인 연출 기법이 돋보이지만 시청자에게 낯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콘텐츠가 많은 시대다보니 작품이 무겁거나 낯설면 통칭 ‘고구마’ 취급을 하고, 당장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다른 콘텐츠를 찾는 것이 요즘의 시청 패턴”이라고 짚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시청자들이 글로벌 콘텐츠에 익숙해진만큼 구성이나 반전, CG에 대한 평가 등에서 앞서가는 면이 있다”고 풀이했다. 이어 “이 배우들의 활동기 전반을 고려한다면 지금은 선배로서 작품 속에서 후배 연기자들을 이끌어야 하는 시기”라며 “시청률만 가지고 이들의 역할과 기여도를 평가해선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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