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부인 측 “성추행 인정한 근거 제출해야”

박 전 시장 부인 측, 인권위 권고 결정 취소 청구
인권위 “2차 피해 추가로 발생 우려” 난색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인 강난희씨가 지난 7월 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 측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사실로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결정 근거를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인권위는 2차 가해를 이유로 구체적인 공개가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30일 박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 여사가 인권위를 상대로 낸 ‘권고 결정 취소’ 청구 소송의 두 번째 변론을 열었다. 재판부는 인권위 측 대리인에게 “이번 사건의 주문과 사실 인정을 내린 근거들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인권위 결정문에는 제3자의 진술, 포렌식 결과, 문자 메시지 내용, 자료 등이 언급됐다.

강 여사 측은 앞서 인권위가 참고된 관련 정보를 모두 제출해야 한다며 법원에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냈다. 성희롱 행위자로 인정된 당사자도 (성희롱 예방교육 권고 취소소송의) 원고적격이 있다는 판례가 있다는 주장이다. 성희롱 예방교육 권고 주문의 대상이 서울시인 만큼 강 여사 측은 원고적격이 없다는 인권위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인권위는 이날 “결정문에 어떤 자료를 근거로 삼았는지 충분히 기재했다. 민감한 인권침해 사건이고, 인권위에서 이런 사안을 공개한 유례가 없다”며 거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심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며 “피해 내용이 공개될 경우 예측할 수 없는 2차 피해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원고 측 정철승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후 “인권위는 자신들이 법원보다 우월한 기관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은데, 법원의 제출 명령은 내부 규정을 다 뛰어넘는다”며 거듭 공개해달라고 촉구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이 갈리자 “결정문의 결론이 부당하지는 않다는 정도의 변론은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인권위 측에 일부 근거·조사 내용을 제출하도록 권고했다.

이날 변론에는 강 여사가 직접 법정을 찾아 원고석에 앉았다. 강 여사는 지난달 열린 첫 재판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판사님께서 정확하게 판단해주실 거라고 믿고 있다. 법치국가이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을 믿는다”고 답했다.

인권위는 지난 1월 25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인권위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된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의 직권조사 결과를 내놨다.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지는 등 성희롱했다는 피해자 주장을 사실이라고 본 것이다. 또한 서울시에 피해자 보호 방안과 2차 피해 대책을 마련을 권고했다.

강 여사는 인권위 결정이 피해자의 주장만을 받아들였다며 지난 4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18일 심리를 이어간다. 강 여사가 인권위를 상대로 낸 권고 결정 취소 소송의 3차 변론은 내년 1월 18일 오전에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양측이 자료를 충실하게 제출하면 이때 변론을 종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