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화천대유에 휩쓸린 전직 대법관, 진실까지 넘어야 할 벽들

검, 권순일 전 대법관 기소 검토
“나쁜 짓도 대법관이 하는 건 차원 달라”
의혹이 처벌까지 이어지려면 난관 많아

권순일 전 대법관. 연합뉴스

권순일 전 대법관은 지난 27일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에 나와 이튿날 새벽까지 조사를 받았다. 전직 대법관이 부패 의혹에 연결돼 검찰 조사실에 앉은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당일 화천대유자산관리 고문 활동 경위, 지난해 7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단 전후 김만배씨의 대법관실 방문이 8차례였던 이유 등이 조사됐다. 그에 대해 이뤄진 모든 언론보도 내용이 문답 대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권 전 대법관 문제는 대장동 사태에서 가장 엄중한 것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법관 출신 김태규 변호사는 “나쁜 짓이라도 부동산 업자들이 하는 것과 대법관이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했었다.

다만 의혹이 처벌까지 이어지려면 여러 사실관계가 더 뒷받침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29일 “수사 초기 아이템이 아니었던 데서 알 수 있듯 쟁점이 만만치 않다”며 “검찰의 처분이 주목된다”고 했다.

법조계는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법 위반 여부를 가늠할 요인으로 “다른 곳에서도 급여나 자문료를 받았느냐”를 꼽는다. 권 전 대법관의 행위는 과거 변호사 등록 없이 한 대형 회계법인에서 법무팀장으로 일한 전직 검사의 행위에 비견되고 있다. 외부에 본인을 ‘변호사’라 소개한 이 전직 검사는 변호사단체에 의해 고발됐는데, 서울중앙지검은 2014년 “‘변호사가 아닌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당시 “기업 법무실장으로 근무한 것은 변호사의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했었다.

변호사 등록을 안 해도 변호사 자격은 상실되지 않는다고 본 점, 변호사의 직무를 좁게 해석한 점 등은 적잖은 논란을 낳았다. 이 처분은 동시에 “변호사로서 여러 곳의 업무를 처리한 것이 아니라 한 곳에서 직원처럼 일했다면 처벌이 어렵다”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이번에도 검찰이 권 전 대법관을 상대로 다른 고문 활동 여부부터 조사했을 것이라는 게 법조인들의 관측이다. 화천대유 이외에도 자문료를 받은 사례가 있다면 변호사법 위반이 확실해진다는 얘기다.


보다 본질적인 의문은 그에게 ‘부정처사’가 있는지, 곧 부적절하게 이 후보 무죄 판단을 주도했는지에 대한 것이다. 법조계는 김씨의 방문 횟수 등을 중심으로 현재까지의 상황을 ‘공교롭다’고 보는 편이다. 권 전 대법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있었던 때인 만큼 오히려 의견을 삼가야 할 사건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재판거래’ 여부를 규명하려면 검찰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전원합의에 참여했던 대법관 모두를 조사해야 한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법원조직법 제65조도 수사의 난관으로 거론된다.

법조계는 전직 대법관 로비 여부를 가늠할 추가 조사 거리가 있다고 본다. 김씨가 다른 대법관들에 대해서도 권 전 대법관만큼 잦은 방문을 했는지, 이 후보 무죄 판단 대법관들과의 관련성을 살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권 전 대법관의 손님’들을 더 구체적으로 살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씨만큼 자주 권 전 대법관을 찾은 이가 없다면 의혹은 짙어지기 때문이다.

법원 안팎에서는 검찰의 향후 처분과 별개로 권 전 대법관이 이미 사법부에 큰 상처를 남겼다는 말이 나온다. 성격을 모르는 회사에서 자문료를 받은 것부터가 이미 전관예우의 악습을 보여줬고, 대법관의 모습을 훼손했다는 비판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곽상도 “대장동 사업 관여 안해…법정서 무고함 밝힐 것”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