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세청 직원들, 대출 축소 직전 대거 ‘대출쇼핑’

국세청 세종청사. 뉴시스

국세청 직원들이 대출 한도 축소를 사전에 인지한 뒤 대거 ‘대출 쇼핑’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은행이 국세청 직원 전용 신용대출 한도가 축소된다는 정보를 열흘 전에 미리 알려준 뒤 한도 축소 전에 대거 특혜성 대출이 이뤄졌다는 보도(국민일보 11월 17일자 8면 참조)가 사실로 확인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대출용 원천징수영수증 발급 건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1~9일 9일간 국세청 공무원들이 발급받은 원천징수영수증은 290건이었다. 이 기간 국세청 공무원들의 일평균 원천징수영수증 발급 건수는 32.2건으로, 이는 대출 한도가 축소된 이후인 9월 10~30일 사이 일평균 발급건수 4.3건에 비해 8배 늘어난 수치다. 지난 8월 한 달간 일평균(16.7건)에 비해서도 2배가량 많았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 31일 ‘국세청 직원 대상 신용대출 한도를 9월 10일부터 연 소득 200%에서 100%로 변경한다’는 공문을 국세청에 보냈다. 대출 한도 축소 공문이 도착한 직후부터 실제 대출 한도 축소가 이뤄지기 직전인 9일 동안 대출에 필요한 서류 발급이 급증한 셈이다.

앞서 국세청은 특혜성 대출 문제를 제기한 본보 보도에 대해 “신한은행은 일시적인 신용대출 신청 급증을 우려해 국세청 직원에게는 시행일에 맞춰 공지할 것을 요청했으며, 국세청은 시행일인 9월 10일 내부게시판을 통해 신용대출 한도 축소를 공지했다”며 사전 유출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김 의원실 자료를 보면 신용대출 한도 축소 안내문이 국세청 내부게시판에 공개하기 직전에 대출 관련 서류 발급이 급증했다. 대출한도 축소 공지가 사전에 유출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국세청 공무원들은 2013년 8월부터 신한은행과 협약을 통해 판매 중인 초저금리 ‘세미래 행복대출’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이 대출은 국세청 직원 전용 대출 상품으로,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최대 2억원까지 평균금리 연 1.80%(지난 8월 기준)로 규정돼 있다.

국세청을 포함해 초저금리 대출 협약을 맺고 있는 기관 등의 대출이 이 기간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시중은행 금리 왜곡 현상까지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9월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평균금리는 연 2.86%로, 5대 시중은행 중 나머지 4개 은행이 연 3.64~3.81%를 기록한 것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금리 통계가 왜곡될 정도로 특혜성 ‘싹쓸이 대출’이 단기간에 이뤄진 와중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 의원은 “서민들은 대출절벽에 내몰린 사이 공무원들은 대출한도 제한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대거 대출쇼핑에 나선 것”이라며 “힘 있는 집단에 대한 특혜 대출 여부가 아닌지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택 김지훈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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