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경, 검거 현장서 배제” 경찰 간부 글 ‘공방’

A경감, 경찰 내부망에 글 올려


최근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 현장을 이탈한 여경의 처사가 논란이 된 가운데 경찰 내부에서도 여경 역할론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여경 역할과 책임을 별도로 상정한 듯한 표현을 둘러싸고 ‘배려’와 ‘차별’이라는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최근 경찰 내부망 ‘폴넷’ 현장활력소 게시판에는 ‘여경 현장 대응능력에 대한 비난 보도를 보고서…’라는 제목의 글에 이례적으로 1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작성자는 경기도 양평경찰서 양근지구대 소속 A경감이었다. 그는 지난 2일 양평에서 중국인이 흉기를 휘두른 사건에 여경과 함께 현장에 출동했던 팀장이다.

글을 올린 시점은 지난 15일 벌어진 인천 사건에 이어 그 전에 있었던 양평 사건 현장 CCTV가 뒤늦게 공개되면서 세간에 ‘여경 무용론’이 번지던 때였다. 당시 CCTV 속에는 여경이 난동을 부리는 중국인과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온라인상에서는 “여경이 ‘엄마’를 외치며 도망갔다”는 잘못된 정보까지 퍼져 여경에 대한 여론은 더 악화했다. 경찰 확인 결과 비명은 다른 시민의 소리였다.

A경감은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상황 설명 글을 올렸다고 했다. 하지만 A경감이 올린 내용 중 ‘덩치 좋고 양손에 칼 든 미친 망나니와 왜소한 여경이 육탄전이라도 해야만 근무를 잘하는 거냐’며 ‘현장에 출동했던 그 여경은 많은 동료의 현장 지원으로 범인 검거에 지장이 될까봐 내가 검거 현장에서 배제를 시켰다’라는 부분이 논란이 됐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 글 자체가 여경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드러낸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한 경찰관은 “처음부터 일을 배울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제시켰다는 건 팀장 스스로 그 여경이 범인 검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본 거 아닌가”라고 반문하는 글도 있었다.

위험한 사건 현장에는 남경만 투입돼야 한다는 뜻이냐는 반응도 나왔다. 역차별이라는 것이다. 한 경찰은 “편파적인 배려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남경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댓글을 달았다. 다른 경찰도 “동료 남경들은 목숨이 두 개이고, 가정이 없느냐”라는 불만을 남겼다.

지난 2일 경기 양평에서 중국인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는 현장에서 경찰들이 검거에 나서는 장면. 유튜브 캡쳐.

A경감은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미 현장에 남자 형사들이 배치가 돼 있으니 여경에겐 주변 시민들을 통제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현장에서 역할이 나뉘는 것이고, 여경의 역할은 따로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경찰서 지구대 팀장도 “여경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맞게 배치하는 건 팀장의 판단 영역”이라고 옹호했다.

반면 ‘여경 역할이 따로 있다’는 데 대해 현장에선 반발의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의 한 경찰서 소속 여경은 “배제시켰다는 건 오히려 편견과 선입견을 씌우는 것이고, 사후에 다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했다. 또 다른 지구대 팀장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경찰일 뿐 성별에 따른 역할을 두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경 역할론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경찰청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여성 경찰 혐오 담론 분석 및 대응 방안’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이날 경찰 성평등 문화 조성을 위한 젠더 의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왜곡된 여성 경찰 혐오 담론이 실체와는 무관하게 확산되고 있다”며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일 김판 기자 mrmonst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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