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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판 트럼프’ 극우 제무르, 대선 출마 선언

에리크 제무르. AP뉴시스

‘프랑스판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정치인 에리크 제무르(63)가 내년 4월 프랑스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전했다.

제무르는 30일(현지시간) 유튜브에 올린 10분 분량 영상에서 “지금은 프랑스를 개혁할 때가 아니라 프랑스를 구할 때”라며 “내가 대선에 출마하기로 결심한 이유”라고 말했다.

영상에는 폭동, 두건으로 머리를 가린 여성, 지하철에 탄 흑인, 무릎 꿇은 스포츠 선수들, 노상 공개 기도 같은 장면을 담았다. 무슬림과 유색인종 등에 대한 혐오 표현으로 해석된다.

제무르는 어두운 서재 책상에 앉아 구식 마이크를 통해 출마 계획을 밝혔다. 1940년 6월 샤를 드골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나치 치하 프랑스 국민에게 전한 연설을 모방한 듯하다는 평가다.

그는 “대통령 역할은 비전 제시이지 정교한 세부사항에 몰두하는 게 아니다”며 구체적인 공약은 내놓지 않았다.

알제리 출신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제무르는 이민자 대거 추방과 국방비 대폭 확대 등 국수주의 노선을 표방하며 극우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얻었다.

그는 증오 발언으로 두 차례 벌금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지난해 9월 미성년 난민을 가리켜 “도둑, 살인자, 강간범”이라고 말해 추가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징역 1년 또는 5000만원 이상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지난 27일에는 남부 마르세유에서 차에 오른 상태로 행인에게 중지를 치켜 들어 보였다.

제무르는 지난 10월 초 여론조사 때만 해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벌인 가상 결선 투표에서 45% 지지를 받았다. 28세 여성 보좌관과 해변에서 밀회를 즐기는 사진이 주간지에 게재된 직후였지만 높은 인기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28일 발표된 조사에서 지지율이 14~15%까지 빠지며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에 이은 3위로 밀려났다.

프랑스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출직 공무원 5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제무르에 불리한 조건으로 여겨진다.

짐 실즈 영국 워릭대 프랑스 정치학 교수는 “처음에는 반체제, 반정치 호소가 제무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대통령 자질이 있는지에 대한 더 큰 질문에는 잘 대처하지 못했다”며 “기세가 꺾인 건 신뢰도 하락 때문이고 한번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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