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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선진국, 증시는 신흥국?… 30년째 제자리인 MSCI지수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빌딩에 비친 모건 스탠리 로고. 뉴시스

‘한국의 MSCI 선진시장지수 편입 시 예상되는 시장 영향.’ 교보증권은 2002년 이 같은 제목의 리포트를 발간했다. 리포트는 “국내 증시가 조만간 선진국시장 지수로 재분류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며 대응책 마련을 권고했다. 그로부터 20년이 됐지만 국내 증시는 여전히 신흥국의 틀 안에 갇혀있다.

정부·여당이 증권업계의 숙원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추진하겠다며 나섰다. 올해 유엔이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하고, 경제 규모(GDP)가 10위권에 들 정도로 높아진 위상과 걸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MSCI가 외환시장 개방과 공매도 재개 등을 조건으로 내세워 실제 편입까지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연말까지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추진 방안을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지난 1일 편입 재추진 뜻을 밝힌 후 처음 나온 조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지난달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MSCI 편입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MSCI 지수는 글로벌 펀드가 투자 여부를 판단할 때 기준으로 삼는 대표적인 지수다. MSCI는 각국을 선진·신흥·프런티어시장으로 나눈다. 한국 증시는 1992년 신흥국으로 분류된 이후 30년째 제자리다.

MSCI의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일 “투자금이 한국, 대만 같은 신흥국에서 빠져나가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선진국지수로 편입된다면 최대 60조원의 자금이 더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증시가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해외 투자금이 늘어나 ‘코스피 4000’에 이를 수 있다(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는 장밋빛 관측까지 나온다.

선진국 시장은 신흥국 시장보다 변동성이 낮아 금융위기 국면에서 안정적이다. 지난해 MSCI지수를 분석한 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신흥국의 변동성은 선진국보다 평균 60%가량 높다. 신흥국에는 헤지펀드의 단기투자용 자금이 많이 유입되지만 선진국에는 각국 연기금과 중앙은행의 자금이 안정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선진국지수 편입의 발목을 오랫동안 잡은 건 폐쇄적인 외환 시장이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환율 관리 권한을 강조하며 역외 외환시장 설립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금융업계는 역내 외환시장과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이 있어 통화거래에 제약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MSCI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획재정부는 외국환거래 규제 완화 방안 등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공매도 재개도 MSCI의 잣대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한국은 유일하게 공매도 부분 금지를 유지하고 있다. MSCI는 지난 6월 한국을 신흥국 시장에 잔류시키며 공매도 관련 평가 등급을 ‘문제없음’에서 ‘일부 문제, 개선 가능’으로 낮췄다. 하지만 일부 국내 투자자는 공매도가 주가를 하락을 야기한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는 글로벌 스탠다드로 주식시장의 버블을 줄여준다”며 “공매도 금지·폐지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어렵게 할 요인”이라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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