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홍남기 부총리 아들 특혜 입원 논란에 대한 단상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아들 특혜 입원 논란에 대한 지난 2일 기재부 해명은 그럴 듯해 보인다. 홍 부총리 아들이 지난달 24~26일 서울대병원 특실에 입원할 수 있었던 건 특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명 얘기다.

기재부에 따르면 홍 부총리 아들은 39도의 고열과 다리 감염으로 걷지 못 할 지경이어서 24일 서울대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진료 후 중증 환자 수준은 아니니 다른 병원을 찾아보라는 설명을 듣고 이동하던 와중에 서울대병원에서 다시 오라는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1인용 특실이 있는데 하루에 70만원이 든다며 그래도 사용하겠냐고 해 이를 수락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는 곳이 아닌 일반 병동인 만큼 코로나19 환자들을 제치고 입원한 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해명을 통해 밝혀진 김연수 서울대병원장과 홍 부총리의 통화 역시 아들 상태를 걱정한 아비가 지인에게 증세를 문의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설명에 납득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께름칙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특실은 남아 있다’는 얘기 때문이다. 전국 유수의 병원들은 정부 요청으로 기존 일반 병실을 쪼개서까지 코로나19 환자 전용 병실을 마련했다. 코로나19 외 질병에 걸린 이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줄어들었다. 아픈 이들에게는 보험 처리도 거의 안 되는 특실이라도 있으면 다행인 상황이라는 게 의료계 설명이다.

1박에 최소 70만원 이상인 특실 수십개를 보유한 수도권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3일 “특실도 사실상 남아 있는 방이 없다고 보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특실을 사용할 수 있을까. 이 관계자는 “퇴원자가 있는데 대기자 중 취소하는 이들이 있다면 사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설명대로라면 홍 부총리 아들은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 시점에 병원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설령 우연히도 병실이 남아 있었다고 해도 한 가지가 더 걸린다. 돌아가는 길에 병원에서 연락이 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는 부분이다. 특실이 원래 비어있었다면 처음에 접수할 때 설명을 들었어야 정상일 것이다. 또 다른 수도권 대형 병원 관계자는 “보통 4~5인실을 먼저 권하고 2인실 1인실 특실 순으로 권한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설명이 맞다면 꽉 차 있던 특실에서 갑자기 환자 한 명이 급히 퇴원하는 바람에 공석이 생긴 셈이다.

이런 의문들이 기우였으면 좋겠다. 아무리 아들 일이라지만 홍 부총리가 힘을 써 병실을 조달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연히 시점이 맞아 입원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 설명을 믿는다.

대신 쓴소리는 좀 하고 넘어가야겠다. 병상을 구하지 못하는 이는 코로나19 위독 환자뿐만이 아니다. 급작스럽게 위중한 상태에 놓인 이들도 병상을 손쉽게 구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놓인 가족들의 비참한 심정은 언론 보도를 통해 수시로 흘러나온다.

예산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위치인 부총리도 가족이 아픈 상황을 겪어본 만큼 이들의 심정에 절절히 공감할 거라고 본다. 그렇다면 행동해야 한다. 조만간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된다. “말년은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 선언처럼 차기 정권 눈치를 보며 ‘흐릿하게’ 정책을 만들지 말기를 바란다. 최소한 돈도 빽도 없어서 입원조차 못하는 이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큰 권한을 지닌 자가 국민에게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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