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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표 교수의 연극人 이야기]무대서 침묵지켜도 관객 시선 받는 배우 박시내


“연극 배우 삶은 보살(菩薩)이 되어야 해요.”

박시내(38) 배우를 인터뷰를 한 것은 지난 6월 <그류? 그류!>(창작공동체 아르케, 김승철 연출)가 공연되고 있는 선돌극장에서였다. 작품에서 ‘미연상회’ 이장(里長) 딸로 분하고 있는 여배우는 재공연인데도 4시간 전 극장에서 무대를 점검하고 극중 장면을 연습하고 있었다. 70년대 한적한 시골마을 미연상회를 재현한 평상(平牀)무대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시에는 배우의 느낌을 인터뷰로 옮길 수 없었다. 올해 밀양공연예술축제 초청작품 <전쟁터의 소풍>과 개막 작품 <툇마루의 집>에서 극중 인물로 분하는 연기와 공연을 현장에서 다시 보고 박시내 배우 이야기를 인터뷰로 담아내려고 했다. 그 뒤 코로나19로 축제가 취소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배우의 작품을 볼 기회가 없었고 6개월을 넘어서고 있었다. 두 작품을 보고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고, 배우 세계를 듣고 싶어서였다. 배우 박시내 인터뷰는 6개월 전 당시의 내용을 질문을 덧붙이면서 그녀의 배우 세계를 듣게 됐다. 인터뷰 상황도 <그류?그류!> 공연 시점을 따라간다.

| ‘웃음을 장전’ 하고 인간의 진실성을 우회적 풍자로 그려내는 연극 <그류! 그류?> 대추리 마을 이장집 딸로 분한 배우 박시내 “하루 세 번 공연할 정도로 강렬한 에너지가 흐르는 배우죠.”

‘창작공동체 아르케’에서 공연 중인 <그류?그류!>선돌극장으로 들어갔다. 무대는 ‘미연상회’ 간판이 크게 보이고 앞에는 시골평상이 있었다. 좌측은 빨래 줄이 늘어져 있었고 마당 수돗가가 재현되어 있었다. 작품은 루이지 피란델로 작품 ‘여러분이 그렇다면, 그런 거죠’를 김승철 연출이 1972년도 충청도 시골마을(대추리)을 배경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원작은 이사 온 폰자씨 가족들의 삶의 방식을 두고 마을사람과 희비극적 구조를 이루며 인간의 진실성을 우회적 풍자로 투영시키고 있는 작품이다. 피란델로의 인간의 부조리한 날카로운 풍자성을 가상의 한국사회 농촌마을 풍경으로 갈아입혔다. 충청도 대추리로 시공간을 바꾸고 가족들(장모, 사위, 딸) 사연을 우연히 마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 등장인물들은 각자 시선으로 가족사(史)의 진실을 유쾌하게 파헤쳐 간다. 웃음의 타이밍을 조밀하게 연결하면서도 인간과 본능, 진실, 차이, 관심, 보이지 않는 언어 폭력에 대한 인간의 본성(本性)을 성찰을 할 수 있는 작품으로 공연 끝날 때까지 웃으면서도 극장을 나서면 강렬한 작품의 메시지는 인간과 이웃을 돌아보게 한다.


극단은 <아름다운 살인자! 보이췍>(2008,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창단공연 이듬해 <그류?그류!>(2009) 을 초연하면서 대표적인 레퍼토리가 된 작품이다. 평상에 앉은 배우는 질문에 감정을 숨기질 않았고 솔직했다. 여배우로 단단한 에너지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성격도 그랬다. 대학을 졸업 후 박시내는 창작집단 아르케에 입단 했다. 고등학교 시절 연극배우였던 김창용 목사가 김승철 연출을 소개했고 <전야제>(2009)로 연극무대에 데뷔하게 된다. “처음 맡은 배역이 극단 생활을 하는 젊은 여배우 역할이었어요. 공연 내내 정전(停電)으로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을 연기해야 했는데, 연습을 하고 공연을 하면서 설렜던 작품이었죠.”

달리기를 좋아 했던 배우는 교회 성극에서 ‘동방박사’ 역할을 맡으면서 연극과 인연이 되었고 고등학교와 동국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했다. 김승철 연출의 <아름다운 살인자! 보이첵>(2011),<산후조리원 이야기>(2012),<벚나무 그늘에서 벌어지는 한 가문의 몰락사>(2013),<길>(2019),<수갑찬 남자>(2015),<소뿔 자르고 주인오기전 도망가 선생>(2015),<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2021)등 창작공동체 아르케 20여 작품에 출연하면서 감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뮤지컬로는 <우리동네>,<굿바이걸>,<캐쉬> 무대에 서왔고 전쟁터의 소풍(칼 역)으로 서울연극인대상 신인연기상(2018)을 받았다. 창작공동체 아르케 작품은 박시내 배우만의 연기로 이름을 알렸다. 특기는 아코디언과 노래다. 작품 <그류?그류!>이후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에서 칼 역으로 분했고 <전쟁터의 소풍>과 전혀 다른 이미지와 캐릭터로 배역을 소화했다. 이름은 본명이다.

“한글 학자였던 큰아버지께서 ‘박옥시내’ 라는 이름을 지어주셨어요. 어머니가 촌스럽다고 ‘옥’자를 빼고 박시내가 됐죠. 아버지 고향이 정읍이시고 동네 분들이 마을에 흐르는 깨끗한 시냇물을 그냥 드셨데요. ‘깨끗이 흐르는 시냇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라는 뜻’이 담긴 한글 이름이 됐어요.”


-<그류?그류!>에서는 지적(知的)인 교사 역할을 맡았더군요.

“극중 인물 이름을 딴 ‘미연상회’ 이장 집 딸이고 교사 역할이에요. 숟가락 몇 개가 있는지도 다 알 수 있는 작은 마을로 이사 온 가족을 둘러싸고 오해와 갈등이 생기게 되죠. 이상한 가족들의 정체와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니까 제가 잔인한 인간들의 진실을 밝히려고 하는 인물을 맡았어요.”

<그류?그류!>는 2021 재공연인데도 만석(滿席)이었다. 관객은 대사 한마디, 절묘한 웃음 타이밍으로 낄낄대는 관객들 웃음소리는 대사처럼 들렸고, 웃음 코드로 충전한 배우들은 충청도식 말투로 “그류, 그류! 그류?”를 던지며 극은 웃음으로 숨을 쉬게 했다. 대사는 쉼표, 물음표, 느낌표 등 인간에 묘한 감정을 생산하며 선돌극장은 웃음 온도를 올리고 관객은 참을 수 없는 소리로 반응했다. 이 작품에서 초등학교 교사 미연 역으로 분하고 있는 박시내는 <툇마루 있는 집>(안내양 역),<전쟁터의 소풍>(칼 역) 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 전쟁터의 소풍>은 페르란도 아라발이 전쟁의 우울성을 희비극적으로 치환한 <싸움터의 전쟁>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무대는 전쟁으로 아수라가 된 적막의 폐허를 연약해 보이는 군인 자뽀(김연경 분)가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점호를 한다. 터지는 폭탄의 굉음 사이로 전쟁의 두려움으로 겁을 먹고 참호(塹壕)를 지킨다. 무대 우측 후면의 땅으로 길게 늘어진 그네에 앉은 칼은 세상 너머 신의 은유로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전쟁의 잔해가 된 인간을 연민으로 바라보고 전쟁의 참혹한 잔해와 나약한 인간을 구원할 수 없는 세상을 절망의 소리로 바라본다.

무대는 자뽀 부모인 떼빵(이형주 분)씨와 떼방부인(이경성 분)이 ‘전쟁의 만찬’ 즐기러 아들 자뽀가 근무하는 초소로 소풍을 오면서부터 <전쟁터의 소풍>은 화려한 인간의 삶과 전쟁의 죽음을 대비시키는 희비극적 전율을 느끼게 된다. 이들은 포로적군(제뽀)과 기념사진도 찍는 등 전쟁터의 소풍은 아슬한 스릴과 비극, 인간의 연민을 마주시키며 무대는 폭격의 화염으로 시체들로 넘쳐 나고 위생병들은 인간을 쓰레기로 죽음을 쓸어 담는다.

“전쟁터의 소풍에서는 <칼>역이 어떤 인물인지 설명할 수가 없어 힘들었어요. 배우로 상대역과 주고받는 대사 없이 무대에서 존재하는 역들이 힘들어요. 감각적으로 말하고 강렬한 극적 행동을 하고 싶은데.. 그런 감정을 참을 때가.”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로 보였다. 던지는 질문에는 짧은 답변이라도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려고 했다.

-전쟁의 이념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인간의 잔혹함은 죽음의 만찬과 축제를 즐기며 또 다른 죽음을 즐기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더군요.

“전쟁터의 소풍은 이 시대 ‘전쟁’의 의미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세계는 여전히 전쟁이 계속 일어나고 있고 6,25 전쟁 이후에도 남북 관계는 전쟁의 키워드를 벗어날 수 없잖아요. 전쟁과 이념으로 인간과 인간들이 싸우고 죽음에도 무감각해 지는 게 ‘전쟁’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에서는 “전쟁을 왜 하는지도 모르면서 연약한 인간끼리 ‘전쟁하지 말자’라는 거죠. 전쟁의 의미를 배역 ‘칼’로서 바라보게 하셨고 그런 물음을 작품에서 지속적으로 던지는 작품이죠.”

<툇마루가 있는 집>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70-80년대 한옥 집 한켠에서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버스 안내양으로 분했다. 극중에서 드러나지 않는 역할인데도 삶의 시련을 이겨내고 그 시대에 살아가는 안내양으로 그려내는 그녀의 연기에서 시대의 향수가 흘렀고 극중 인물의 삶으로 살아가려는 진지함이 돋보였다.


| “배우는 연기의 테크닉 보다는 그 인물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이 더 중요해요. 특정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 낼 수 있는 박시내이고 싶어요.”

-인터뷰를 하는 배우의 표정은 안내양으로 분할 때처럼 밝게 보이면서도 어두웠다. 상반된 인물로 연기하는 과정은?

“맡은 배역이 극 에서 어떤 존재인지 분석을 해요. 극중 인물이 되기 위한 연습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캐릭터와 극중 인물 마음을 입체적으로 담아내려고 하는 편이에요. <툇마루가 있는 집>에서 살아가는 안내양은 등장하는 장면이 많지 않아요. 짧게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연기가 과하게 전달되지 않게 보이려고 인물의 아픔과 시련을 마음에 담고 표현하려고 했어요. <전쟁터의 소풍>에서 칼 역은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고 연출님이 창작한 인물이죠. 연출이 칼 역으로 무엇을 말할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하셨어요. 묻고, 질문하면서 인물이 되려고 만들어 나간 작품인데 인물이 되어가는 과정이 배우로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에요.”

20여 작품 중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남산예술센터 공연 작품 <소뿔 자르고 주인 오기도전에 도망가 선생> (최치언 작 , 김승철 연출) 에서 여순경 옹양 역을 했던 작품을 말했다.
“3시간 넘는 공연인데다가 등장인물도 20여명이 되는 작품이었어요. 몸을 많이 쓰면서 땀을 많이 흘린 작품인지 몰라도 이 작품이 기억에 남아요.”
카메라 앵글로 보이는 이미지는 연극무대보다 TV, 영화의 이미지가 흘렀다. 질문을 던지면 표정에서 감정을 먼저 드러냈고, 짧은 표현에도 신중함을 보였다.

-배우들마다 연기 표현의 특징이 있는데, 배우 훈련은?

“훈련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성악, 무용도 배우고 한국무용과 판소리도 배웠어요. 배우가 다양한 훈련을 하면 주어진 역할에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지금은 어떠한 역할이라도 소화 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죠. 지금 보다 체격이 조금 더 컸으면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배우는 말을 흐렸다. 160㎝ 되어 보이는 그녀의 키를 작게 느끼지 않았는데 다양한 역을 소화해 내야 하는 배우로서 생각은 달라 보였다. 단편 영화 <공개수업>(2020), <꿈에>(2008), <퍼플>(2008)에서는 스크린을 통해 ‘배역을 성실하게 표현하는 배우’라는 인상을 받았고 주어진 역할을 지켜냈다.
“배우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즐거움은 연극이나 TV 영화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TV나 영화를 무대를 떠나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고요. 하지만 배우는 모든 장르의 연기를 다 할 수 있어야 하죠.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또 다른 인생의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배우로 잘해내고 싶고, 모든 장르를 연기하는 즐거움을 느끼는 배우이고 싶어요.”

-극단에 입단한 지 15년 정도 된 것 같다. 극단을 통해 배우로 달라진 점을 물었다.

“학교에서는 정형화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학교생활도 열심히 했는데 그게 다 인 것 같아요. 극단에서 다양한 작품과 역할들을 만나면서 배우로 성숙해졌어요. 김승철 연출은 구체적인 요구보다는 배우가 인물로 접근하고 구체화 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고 기다려 주시는 편이에요. 때로는 일상적인 연기를 배우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시고요. 작품마다 특징과 배우의 역할에 따라 고민을 가지고 인물이 되어 갈 수 있도록 하세요. 대본을 통해서는 분석 과정이 구체적이죠. 장면에서 살아가는 인물이 될 수 있도록 테이블 작업을 많이 하고 그 과정을 거치면 무대에서 인물의 표현이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극단의 작업 방식이 특정 장르를 고집하지 않는 것 같다. 배우에게 소화해 낼 수 없는 캐릭터가 있다면.

“창작공동체 아르케는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김승철 연출은 극단에서 나이가 제일 많으세요. 연극 열정은 가장 젊다고 할 수 있어요.(웃음) 극단만의 작업 방식을 고집하고요. 극단의 연극 스타일을 매년 2-3편씩 꾸준하게 무대화 한다는 것이 좋고 장점이죠. 시대를 고민하는 연출의 통찰력이 작품으로 드러나요. 그런 아르케의 작업 방식에 설득력이 있었고 연출의 신뢰가 작품을 할수록 생기게 돼요.”

배우가 생각하는 극단의 작업 과정은 작품의 이해 과정이 굉장히 심도 있게 진행되는 것 같아 보였다. 배우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텍스트의 이야기는 실제 존재하는 삶과 현실처럼 인지(認知) 되어 갔고, 주어진 역할은 특별한 메소드보다는 이해 과정에서 인물의 내면은 깊숙하게 채득되어 가는 것 같았다.

“배우로서 연출이 바라보는 작품의 세계나 작품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이해하고 그것을 충분하게 이해했을 때 극중 인물로 배우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채득되는 것 같아요. 연출 의도를 배우가 충분하게 이해하고 인물로 구체화 시켜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고요. 주어진 인물이 자연스럽게 표현되지 않을 때가 가장 괴로워요.”


배우 박시내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단어가 떠올랐는지 말을 하면서 웃었고 충분한 이해를 통해 극중 인물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배우 같아 보였다.
“작품을 할수록 배우의 감각도 중요한데 더 중요한 것은 무대의 관계, 연극의 관계들 같아요. 연극은 공동 작업이고 창작자들과 협업을 거쳐 작품이 무대로 표현되잖아요. 그런 점에서 중요한 것은 ‘배우의 태도’라고 생각돼요. 연극배우 삶은 보살(菩薩)이 되어야 해요.(웃음) 인간관계에서 수 없이 부딪치면서 연극을 만들어 가는데 관계가 흔들리면 연기를 못해요. 관계와 무대를 지켜내려면 배우한테는 이해심도 필요해요. 두 번째는 분석을 통해 인물을 만들어가는 디테일이죠. 판소리, 한국 무용을 한 것은 신체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데 필요하고요. 배우는 신체를 통한 호흡들도 중요하죠.”

인터뷰는 연극에 등장하는 한 장면처럼 질문으로 날아오는 말이 파편적으로 흘렀고 충분한 답변이 되었는지 여배우는 시선을 보냈다. 충분한 생각을 듣기 위해 질문을 반복적으로 했을 때는 침묵이 길어졌다. 어린 시절 달리기 선수로도 달려본 배우는 에너지는 넘쳐 보였고, 인물의 내면과 감정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데 능숙해 보였다.

“배우가 감각적인 것만 의존해서 극중 인물이 된다는 것은 믿지 않아요.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작품과 인물을 이해하는 논리적인 과정을 거치고 이해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아요. 공연 전에 마음의 상태를 점검해요 등장하는 장면에서 극중 인물의 마음의 상태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집중하는 편이고요. 역할에 대한 배우의 믿음도 중요하죠.”

-배우의 감각을 말하다가 ‘배우의 믿음’에 대해 말하자 한 번 더 물었다. “무엇을 말하는 것 이죠?”

“연극은 현장예술이잖아요. 재공연을 할 때 극중 인물로 무대에서 살아가기 위해 박시내 방식대로 역할에 대한 믿음을 가지기 위해 최면을 걸어요. 연극에서 그 인물과 처음 만나는 감정을 유지하려고 하고요. 그렇지 않으면 매 공연마다 공연에서 연기가 무거워질 수 있어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믿을 통한 집중과 몰입을 최대한 이끌어 내려고 해요. 배우는 연기의 테크닉도 중요한 것 같은데, 더 중요 한 것은 인물로 집중하고 몰입하는 순간들 같아요. 극에서 인물로 초월적인 몰입을 할 때 가끔 박시내라는 존재가 없어지고 오롯이 극중 인물로 살아가는 존재로 느껴본 적이 있어요. 그만큼 배우한테는 몰입과 집중, 그리고 표현 과정에서의 절제된 호흡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그 순간을 맛보기 위해 배우는 또 다른 무대를 기다리는 것 같아요.”

박시내는 배우로서 중요한 것은 ‘호흡’라고 말했고, 배우는 언어와 신체 사이에 유기적으로 흐르는 숨 안에 다양한 감정들이 존재한다고 했다.

“호흡이 딱딱해지고 감정과 정서를 순환시키지 못하면 연기도 인위적으로 표현될 수 밖에 없어요. 호흡이 인물의 마음과 정서로 연결되고 극중 인물의 상태가 되어서 대사와 극적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서 중요하죠. 더 중요한 것은 ‘욕심’을 덜어 내는 것이 중요해요. 제가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예요. 공연을 하루 세 번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힘과 에너지로만 캐릭터를 표현하면 안 되잖아요. 배우의 에너지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하죠. 저한테 그 힘을 빼는 과정이 힘들어요.(웃음)”

“왜 배우가 되려고 하는지” 묻자 “무대에서 박수를 받는 게 행복해서 직업 배우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연극은 힘든데도 그 과정을 거치면 배우로서 발전하고 있구나 느껴질 때가 있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월급을 받는 생활보다는 연기를 하면서 고민하는 게 즐겁고, 힘들면서도 보람을 느껴요. 원로 선생님들 무대를 바라보면 연륜이 느껴지잖아요. 대사 한마디도 극중 인물로 살아있고 존재감을 느끼게 돼요. 무대에서 그런 배우가 되고 싶죠. 잠깐 등장해도 무대에서 존재감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극배우라고 알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연극이라는 자기 만족은 배우의 행복함인 것 같아요.”


-배우로서 다양한 작품과 색깔이 다른 극단에서 작업을 하고 싶을 텐데.

“배우로 스타일이 다른 극단이나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배우로서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극단에서 공연되는 작품이 많아요. 한 극단에서 오래하면 고정된 이미지가 생기게 되는 것 같아요. 연출님도 10년 전 제 이미지 때문에 소년 역할도 많이 했어요. 첫 인상이라는 게 무서운 거죠. 배우로서 다양한 이미지가 존재하는데 그것을 발견하고 싶고 그런 작품들을 만나서 작업하고 싶죠. 고정된 첫 인상과 이미지는 배우한테는 한계가 되고요.”

-그녀는 창작공동체 아르케에서 다양한 작품에서 인물로 분하면서도 좀 더 파격적으로 변신하고 싶은 배우의 욕망을 말했다. “박시내 배우는 이미지가 고정화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군요. 그렇게 안 느꼈는데.”

“전쟁터의 소풍에서 칼처럼 소년 같기도 하고, 중성적인 이미지라고 할까요. 욕심으로는 배우가 여성스러운 다양한 이미지를 갖고 있고 다양한 역할을 많이 하고 싶은 욕심이 있죠. 20대 초반에는 역할에 스트레스가 있었거던요. 현 시대를 살아가며 고민하는 제 나이의 현실적인 캐릭터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

공연이 시작됐다. 배우들의 활력 넘치는 웃음 타이밍은 작품의 종점을 웃음으로 몰고 가면서도 마을로 이사를 온 한 가족을 통해 ‘폭력과 진실’의 경계를 진지하게 돌아보게 한다. 극장을 걸어 나오면서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무대는 70년대 충청도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이상한 가족이 이사를 오게 되고 사위는 장모와 딸을 만나지 못하게 합니다. 바구니로 편지를 주고받게 한다든지 소통도 이상하게 하게 해요. 마을 사람들은 사위와 가족들에 대해 지나친 관심과 의문을 가지게 되고 사위는 마을 사람들의 행동을 폭력이라고 생각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창작공동체 아르케 스타일로 유쾌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그류?그류!>에서 시골마을 교사로 분한 박시내는 무대에서 침묵을 지켜도 관객의 시선을 받는 배우다. 인터뷰를 하면서 배우 이미지에서 흐르는 캐릭터와 본능에 담겨 있는 폭팔력 있는 야생적인 에너지가 절제되어 있다고 느꼈다. 박시내로 분 하는 역할에서는 양식화된 연기를 넘어서는 그녀의 감각적인 연기를 볼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지점을 발견하면 특정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성공할 수 있는 배우다.








연극평론가(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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