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양도세 풀면 뭐해, 대출이 막혔는데” 세제 완화에도 잠잠한 시장

13년 만의 양도세 완화에도 시장은 ‘시큰둥’

세제 완화 ‘갈아타기’ 수요 1주택자 국한
“갈아타기 하려던 집값이 더 뛰었다” 하소연도
내년 대선 앞두고 관망세 확산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잠잠하다.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완화하면 9억~12억원 사이 가격대의 주택 거래가 늘면서 해당 가격대에서 시세가 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법 개정 전부터 진행된 거래의 잔금 일정을 조정하는 것 외에 양도세 완화에 따른 추가 수요가 불붙지는 않는 분위기다. 세제 완화가 1가구 1주택에 국한된 데다 금융 당국의 고강도 대출규제까지 겹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석 달 앞으로 다가온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6일 “양도세 기준이 개편됐지만, 아직 매물을 더 내놓거나 집을 알아보러 오는 사람은 딱히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되는 소득세법상 고가주택 기준이 9억원에서 상향 조정된 것은 2008년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현 정부 임기 동안에만 지난달까지 전국 주택가격이 29.6%(KB부동산 기준) 오르다 보니 고가주택 기준 현실화 필요성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정작 고가주택 기준이 상향 조정됐지만, 시장 반응이 뜨뜻미지근한 것은 복합적인 요인 탓으로 분석된다.

우선 양도세 완화의 대상자가 1가구 1주택에 국한된 점이 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주택자가 집을 매각하는 경우는 대부분 ‘갈아타기 수요’”라며 “양도세가 완화되더라도 전반적으로 집값이 많이 오른 데다 취득세 등 부대비용까지 늘어 추가적인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가구 1주택자 사이에는 “지금 집을 팔고 다른 집으로 갈아타기를 하려 해도 갈아타기를 하려던 집의 가격이 더 뛰었다”는 하소연이 적지 않다.

가계부채 관리를 내세운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는 이런 상황에서 결정적인 걸림돌이다. 일부 부동산 커뮤니티에도 “양도세를 완화한들 대출이 안 나오기 때문에 거래가 쉽지 않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대선이 코앞이라는 점도 변수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결국 다주택자 매물이 나와야 하는데 다주택자들은 내년 대선 이후에야 움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여당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한시 완화 등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모두 반대하면서 대선 전 완화 가능성은 낮아졌다. 하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 완화를 공약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완화를 부동산 세제의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양도세 완화에 따라 기존 추진해온 거래의 잔금 일정을 조정하는 등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소득세법 개정안 부칙에 양도세 완화안의 시행 시점이 ‘공포일’로 적혀 있다 보니 일부 거래 당사자들 사이에 혼선이 빚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는 7일 국무회의에서 소득세법 개정안을 상정·의결해 법 시행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대통령 재가와 관보 게재 등 일정까지 고려하면 이달 15~20일쯤 양도세 완화안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