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구라의 기본은 팩트”…대출한파 틈탄 은행피싱주의보

코로나19 속 대출절벽 내몰린 사람들 노려
“앱 깔면 개인정보 유출…
은행대표번호로 확인해야”


“팩트 체크는 ‘구라’의 기본이야… 희망과 공포를 파고들어야 돼.” 보이스피싱 범죄를 다룬 영화 ‘보이스’에서 기획총책인 곽 프로가 조직원들에게 자신의 피싱 철학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실제 보이스피싱 범죄는 정교한 팩트 체크를 기반으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엔 코로나19 피해와 관련한 정부의 금융 지원 정책을 교묘하게 활용하거나 대출 절벽에 내몰린 사람들을 노린 은행 사칭 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모(39)씨는 ‘고객님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특례보증 긴급대출 신청대상’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급하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2년 전 아파트에 입주하느라 1억원 넘게 빚을 진 데다 자동차 구매 할부금까지 납부 중인 이씨는 ‘정부 지원 대출’이라는 말에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씨 전화를 받은 담당자 A씨는 자신이 한 시중은행 ○○점 직원이라고 하면서 이씨 직업, 소득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잠시 통화가 중단된 사이 이씨는 이 은행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A씨가 ○○점 직원 맞느냐고 물었고, “그런 사람은 근무하고 있지 않다. 피싱인 것 같다”는 답을 듣고 정신을 차렸다. 이씨는 6일 “정부 지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라는 말에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잠시 전화가 끊어진 덕분에 정신을 차리고 확인 전화를 걸지 않았다면 사기를 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피싱 범죄는 시중은행 광고 메시지 형식을 그대로 따라하는 데다 ‘정부 특례보증 긴급대출 신청 대상이지만 아직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접수자가 많으니, 빠른 신청 바란다’ 등 메시지로 금융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실제 판매 중인 상품명을 쓰면서 ‘1.2~2.4%’ 등의 초저금리 상품을 안내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 금액은 2018년 4040억원, 2019년 6398억원, 2020년 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은행 직원을 사칭한 피싱 범죄는 최근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은행사칭 의심 대출스팸문자 신고는 지난해 상반기 7만6863건에서 같은 해 하반기 20만9137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2021년 상반기에는 46만2462건으로 집계됐다.

은행 사칭 피싱 문자메시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제공

전문가들은 피싱 메시지 등에 안내된 전화번호로 바로 전화를 걸지 말고 금융기관 대표번호로 확인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피싱 메시지에 있는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 등을 누를 경우 개인 정보를 가로채는 ‘앱’이 깔릴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피싱 범죄 신고를 하더라도 범죄 조직을 찾아내거나 복잡한 전송 경로를 추적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피싱 사기는 은행 직원뿐 아니라 금융 당국 관계자 등을 사칭하는 데다 최근엔 얼굴과 목소리까지 모방하는 딥페이크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날로 진화하고 있다.

피싱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맞춤형 대책을 우선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소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주요국의 피싱 사기 입법·정책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피싱 예방 전화기 구입비를 지원하고, 범죄 대상 가능성이 높은 대상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위험을 알리며, 관련 교육을 강화한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살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박 조사관은 “전기통신사업법에서 휴대전화번호 변작 금지뿐만 아니라 메신저앱 사칭 계정도 금지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