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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청춘 빼앗긴 인생’…근로정신대 할머니 일어판 자서전

양금덕 할머니 등 한일시민단체 도움 받아 일본 현지에서 발간


일제강점기 여자근로정신대 양금덕(91) 할머니와 김성주(92)·정주(90) 자매 할머니의 자서전이 최근 일본 현지에서 출간됐다.

‘빼앗긴 청춘 빼앗긴 인생’이라는 제목의 일어판 자서전은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과 일본 지원단체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 여자 근로 정신대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후지코시 강제연행 강제노동소송을 지원하는 호쿠리쿠연락회’가 협력한 결과다.

나시노키샤(梨の木舎) 출판사를 통해 발간한 자서전은 앞서 ‘죽기 전에 듣고 싶은 한마디’(양금덕), 마르지 않는 눈물(김성주‧김정주) 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월 한국에서 발간된 바 있다.

이번 일어판 자서전은 세 할머니의 사연을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제목과 사진 등 일부 내용을 수정 보완했다. 번역은 한일 문제를 연구해 온 이양수 씨가 맡았다.

양 할머니 등은 일제 말기인 1944년~1945년 10대 어린 나이에 일본 군수업체로 강제 동원돼 혹독한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양금덕‧김성주 할머니는 1944년 5월 말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로 동원됐다.

김성주 할머니의 동생인 김정주 할머니는 1945년 2월경 도야마에 있는 후지코시 회사에서 강제노역했다.

양 할머니 등은 고통은 일본에서의 강제노동에 그치지 않았다. 해방 후 고향에 돌아와서도 일본 위안부와 구분을 하지 못한 데 따른 사회적 편견으로 가정불화를 겪는 등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도 동료 피해자들과 함께 일본 지원단체의 도움으로 각각 미쓰비시중공업과 후지코시 회사를 상대로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2013년 한국 법원에 각각 가해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을 다시 제기해, 양금덕‧김성주 할머니는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김정주 할머니 사건은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자서전에는 어린 나이에 강제 동원된 피해자들의 아픔은 물론, 거듭된 좌절을 딛고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고된 인생역정이 담겨 있다.

2018년 대법원 배상 판결 이후 한·일 간 대립이 여전한 상황에서 일어판 발간을 한국과 일본의 양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협력해 추진했다는 점에서 자서전 출간의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나고야소송지원회’ 다카하시 마코토(髙橋信) 대표는 추천사에서 “자서전은 누가 피해 할머니들의 청춘과 삶을 빼앗았는지를 가해국 주민인 우리에게 예리하게 묻고 있다”고 밝혔다.

후지코시 소송을 도와 온 ‘호쿠리쿠연락회’ 나카가와 미유키(中川美由紀) 사무국원은 “한국의 젊은 세대가 역사를 기억하는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이는 원래 가해국인 일본에서 해야 하는 일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분이 이 책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은 “일본과 한국에서 전개해 온 일련의 시민적 노력과 연대 활동 덕분에 자서전이 빛을 보게 됐다“며 “강제동원 문제가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당장 정면으로 마주해야 할 ‘현재’ 사안이라는 인식이 더 넓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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