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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재해석 인천아트플랫폼 동아시아국제미술전

월북 최승희 아시아 춤 집대성 흔적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전시되고 있는 일본 쓰나미 이후 시골마을의 유령이 나올 것 같은 괴기스런 사진. 인천=정창교 기자

인천아트플랫폼 공공프로젝트 '유어 플랫폼, 유어 파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현진 기획자. 인천=정창교 기자

인천아트플랫폼 골목의 바닥을 걷어내고 바다이미지를 형상화한 윤항로 작가의 설치미술앞에서 6일 시민들이 정담을 나누고 있다. 인천=정창교 기자

이슬기 작가의 작품. 인천아트플랫폼 야외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세계 각지의 전통에서 발견되는 토착적인 감각을 현지 장인들의 협업을 통해 작품세계를 확장하는 것이 이슬기 작품의 특징이다. 인천=정창교 기자


후지산. 일본인들은 후지산의 폭발을 경험했다. 사진을 여러장 중첩시켜 다큐멘터리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질적인 요소의 집합은 늘 경계에서 재구성된다"고 언급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남화연 반도의 무희(2019) 설치 전경. 한국근대문학관 전시. 인천아트플랫폼 제공

전시장 전경(갤러리 B). 인천아트플랫폼 제공

정은영.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2019). 갤러리1. 인천아트플랫폼 제공

호 추 니엔, 무의 목소리(2021). VR. C공연장. 인천아트플랫폼 제공

호 추 니엔, 무의 목소리(2022). C공연장. 인천아트플랫폼 제공

스테파니 스프레이와 파초 베레즈(2013). B동 2층. 인천아트플랫폼 제공

네덜란드대사관이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국작가를 비롯 4명의 전시를 위해 비용을 지원하는 등 한국-네덜란드 수교의해를 기념하는 장소를 인천으로 택했다.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참가한 기획자와 작가들이 대거 참여해 개항장을 품고 있는 인천아트플랫폼에서 공항과 항만이 있는 장소성을 살려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개항장 건물의 색감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내부는 현대적인 것으로 자유롭게 표현한 인천아트플랫폼이 시민들이 머물고 자연스럽게 문화를 만나는 색다른 체험존이 본격화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 인천아트플랫폼은 국제 미디어전 ‘송출된 과거, 유산의 극장(Frequencies of Tradition)’을 7일부터 2022년 4월 10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과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송출된 과거, 유산의 극장(Frequencies of Tradition)’은 아시아에서 전통이 근대와 어떻게 관계하는지를 살피고, 오늘날 우리의 삶에 드러나고 있는 ‘전통의 양상’과 ‘근대성을 논쟁하는 통로로서의 전통’을 동시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접근하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기획자인 김현진(2021년 인천아트플랫폼 예술감독)이 2012년부터 진행해온 리서치의 결과를 담은 전시로 카디스트(KADIST, 샌프란시스코)의 3년간의 아시아 프로그램(2018-2020), 중국 광동 타임즈 미술관에서의 전시(2020년 12월) 등 다년간의 기관 협력을 통해 발전하였고, 2021년 인천아트플랫폼 전관 및 근대문학관에서 확장된 버전으로 순회한다.

김현진 기획자는 9일 “인천은 한국 근대화의 한국전쟁 및 공업화의 상징도시로 남성적인 도시이미지가 강했다”면서 “이번 국제전시를 통해 아시아 근대의 다양성에 기반한 전통적인 것에 대한 전형적인 생각을 털고 새롭게 자유로우면서도 비차별적이고 다양한 열정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승희는 1941년 미국 순회 직후 동양춤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귀국했으나 태평양전쟁이 발발하면서 일본군 앞에서 강요에 의해 춤을 춰 친일행위로 비판받았다”며 “중국의 원주민춤, 한국의 무용, 일본 춤을 결합한 동양춤에 대해 최승희 자료는 거의 없지만 월북 이후 사라진 그의 동양춤 완성에 대한 꿈은 이어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전시에는 기생 중심의 권번해체후 남자역할까지 여성이 담당하는 여성국극 춘향가를 비롯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중국 광동오페라의 흐름이 문화혁명 이후 홍콩 무술 영화 붐으로 이어지는 시대상도 발견할 수 있다. 비엔날레급 국제미술전시라고 할 수 있는 이번 행사는 젠더의식에 기반한 문화다양성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송출된 과거, 유산의 극장’은 제국주의, 식민주의, 민족 국가 건설의 격동을 비롯해 그것이 전통의 형성과 전통에 대한 인식에 미친 영향, 그리고 오늘날 우리의 삶에 계속 나타나고 있는 전통의 양상을 탐구한다.

아시아인들에게 전통은 여전히 일상생활의 일부이며, 세대를 연결하고 지역 사회 가치를 전하며 미래 문화의 출현을 위한 살아있는 아카이브로서 기능한다. 동시에 가부장제, 권위주의, 구습의 근원이라는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환영받지 못하기도 한다.

이 전시는 무엇보다 아시아의 근대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논쟁적 공간으로서 전통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나아가 아시아 근대화의 복잡한 양상을 살피고 새로운 상상을 더하는 시각예술의 풍요로운 경계적 공간을 제시한다.

‘송출된 과거, 유산의 극장’은 피오나탄, 왕 투오, 정은영, 치아 웨이 수, 밍 왕, 리에코 시가, 호 추 니엔 등 다양한 국적의 아시아계 예술가, 콜렉티브, 영화감독, 시각 연구자로 9개국 총 26여 작가·팀이 참여하여 영상, 오브제 설치, 사진, 드로잉, 회화, 영화 등의 50여 점의 다양한 매체로 이루어진 작품들이 전시된다.

작품들은 전통이라는 개념에 관한 포괄적인 의미들을 풀어낸다. 전시되는 작품들은 이러한 전통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는 포괄적인 의미들을 풀어낸다. 이를테면 옛 것을 서술하는 기술과 오래된 것을 시연하는 행위, 소속감과 정신성을 상기시키는 오래된 조상의 상징, 공동체의 신념 체계를 유지하고 고무시키는 문화적인 것들, 이와 관련하여 지속되는 어떠한 문화적 재생산, 취약성과 변형이라는 전통의 실제적 속성 등과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것들은 과거의 진정한 전통주의적 접근법이나 박물학적 박제법과는 거리가 멀다. 아시아에서는 범아시아주의, 오리엔탈리즘, 냉전 이데올로기 및 민족주의 등의 역사적 전개과정을 통해 전통의 모습이 등장하거나 복잡하게 굴절되어 왔다. 이러한 측면을 살펴보면서 전시는 오늘날 흥미로운 사상, 신념, 실천의 매개체로서 전통을 제시하고, 나아가 전통이 아시아의 20세기 근대화와 충돌하는 역사적 이야기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작품들과 전시 서사는 다층적이고 풍요로운 관점들로 이루어지는데, 직조나 뜨개질 같은 수공예의 영역(에리카 탄, 여다함), 수묵화 등과 같은 소환된 오래된 전통 기술들(에블린 타오청 왕), 지구의 사변적 기억 잠재력을 드러내는 고대 애니미즘(김아영), 현대와 비근대 사이에서 감정적, 심리적으로 복잡한 현실을 소환하는 폐허(유리 구에핀), 전쟁으로 환원된 아시아 정신성의 역설(호 추 니엔), 아시아 식민주의와 전통주의적 자연 상징물 사이의 역학관계 (치아 웨이 수, 피오나 탄), 20세기 역사적 진통을 통과하는 전통 무용가들 (남화연, 알렉산더 키프, 사이몬 순&로저 넬슨), 황폐한 공동체에 힘을 실어주는 노인들의 구전(고 사카이와 류스케 하마구치), 현대 기계에 의해 다양한 세대 속에서 지속되는 즐거운 순례길(스테파니 스프레이와 파초 베레즈), 식민적 경계들을 넘어서는 억압 불가능한 여성들의 초상화(제인 진 카이젠), 그리고 젠더 타자 공동체와 함께 변주되는 전통의 퀴어링(정은영, 밍 왕, 토모코 키쿠치) 등으로 우리는 전통의 흥망성쇠가 공식적인 권력이나 제도가 아닌 공동체에 의해 평가되는 참여, 체화, 그리고 공통의 가치에 달려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송출된 과거, 유산의 극장’의 작품들은 여러 맥락들의 다양한 궤적이 교차하거나 중층적인 의미들을 드러내고 있으며, 관객은 작품 간의 상호 대화를 통해 더욱 풍요롭게 연결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접속할 수 있다. 매체적으로는 영상 설치, 퍼포먼스와 같은 시간 기반성이 강한 매체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개발, 근대화, 관습의 폭력, 민족주의, 혹은 규범화된 근대성의 역사가 오늘날 어떻게 나타나고 구체화되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질문하는 동시에 집단적 기억, 정신, 아카이브적 상상력, 테크놀로지와 전통 사이의 상호 개입, 민중의 자기 성장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한다. 이 전시는 국가나 체제가 압제할 수 없는 자들의 목소리와 모습을 진지하게 기억하며, 전통 안에서 혹은 전통을 통해 발견되는 매혹적인 탈주의 공간, 바로 아시아 근대화의 지역적이면서 다원적인 상태들과 조우할 수 있는 하나의 풍요로운 장을 향한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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