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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배치표 위 촬영’… ‘공소장 유출’ 자체 파악한 수원지검

수사하듯 공수처에 의견서 제출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지난 3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원지검 수사팀은 지난 3일 ‘이성윤 공소사실 유출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검찰청 감찰부 조사 결과에 대한 확인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냈다. 또 이 고검장을 기소한 후 공소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점에 대해선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성립할 수 없다”며 혐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관련 사건을 ‘공제 4호’로 입건한 공수처는 수원지검 수사팀을 피의자로 지목했다. 수사 대상인 수원지검 수사팀이 수사 주체인 공수처에 훈수를 두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6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수원지검 수사팀은 지난 5월 이 고검장 공소사실 유출 논란이 불거진 직후 해당 파일을 입수해 분석한 뒤 대검 감찰부에 입장을 냈다. 유출 시점을 전후해 검찰 내부 시스템에서 이 고검장 공소장을 열람한 사람이 누군지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해당 공소장이 검찰 시스템에 등록된 시점은 5월 12일 오전이었다. 유출 논란이 불거진 건 다음 날 오전 11시30분이었다. 그 사이 공소장을 열람한 사람을 찾으면 이른바 ‘진범’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이 고검장 공소사실이 기재된 문서는 6장의 사진파일이었다. 실제 공소장과 내용은 같지만 형식·쪽수 등은 달랐다고 한다. 그 중 첫 번째 사진 파일에는 ‘전국검사배치표’ 일부가 배경으로 촬영됐다. 수사팀은 당시 대검에 “검찰 구성원이 해당 문건을 한글 프로그램으로 편집한 뒤 사진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13일 오전 11시30분 이전 공소장을 열람하고, 검사실에 2018년도 검사배치표가 있는 사람을 특정해 외부 유출 여부를 확인하면 될 것”이라고 건의했다.

공수처 관계자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한 서버 압수수색을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 감찰부가 공소사실 유출 논란과 관련해 진상 조사에 착수한 시점은 5월 13일 오전이었다. 검찰 시스템에 접속한 사람을 확인하면서 수원지검 수사팀에도 경위 설명을 요구했다고 한다. 당일 오후 들어 이 고검장 공소사실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심각한 사안”이라며 감찰을 공개 지시했다. 지금까지 대검 감찰 결과는 공표되지 않았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수사팀 주장이 변명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제3자의 공소장 접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와 관련해서 감찰이 이뤄졌다면 그 기록도 당연히 확인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내부 논의를 통해 진상조사 결과 공개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기소한 피의자의 공소사실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수사팀은 “검찰이 수사 결과를 언론을 통해 발표하거나 국회에 공소장을 제공하는 관행 등은 모두 처벌 대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 공소장은 기소 직후 내부 시스템(킥스)에 등록돼 누구나 열람할 수 있어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수원지검 수사팀이 아닌 다른 검찰 내부 관계자가 떠오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수처 수사 상황에 따라 당시 시스템을 통해 이 고검장 공소장을 열람한 관계자에 대한 확인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고위 간부 등이 공소사실을 열람했다는 얘기가 검찰 내부에서 공공연하게 나온다”며 “공수처는 이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의견을 접수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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