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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보이스피싱 ‘전화 가로채기’ 차단 기술 선봬

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얼마 전 자신의 계좌에서 해외 출금이 됐다는 메시지를 받고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자신을 은행원이라고 소개한 B씨는 A씨에게 “피해가 우려된다”며 경찰청에 전화해볼 것을 권했다. 알고 보니 B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A씨가 경찰청으로 전화를 거는 즉시 중국에 있는 조직 서버로 연결해 경찰 행세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서버가 차단돼 전화는 진짜 경찰청으로 연결됐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대표적 수법인 ‘전화 가로채기’가 통하지 않은 것이다.

불법 서버로의 연결이 차단된 것은 경찰이 최근 도입한 ‘하이퍼클라우드 V1’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경찰이 ‘화이트해커’ 김준엽 라바웨이브 대표에게 의뢰해 보이스피싱 불법 서버를 차단할 기술로 개발됐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통상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경찰 등 공공기관으로 확인 전화를 걸도록 유도하는데, 이 전화가 실제로는 사기 일당 서버로 연결돼 피해가 발생한다. 그간 범죄 조직은 전화 서버를 바꿔가며 전화 가로채기 수법을 사용해 경찰 추적을 피해왔다. 반면 하이퍼클라우드 V1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전화를 가로채는데 활용하는 불법 서버를 실시간으로 차단한다.

대전경찰청은 지난 7월부터 해당 기술을 보이스피싱 수사에 시범 도입해 4개월간 불법 서버를 5200여개 차단했다. 경찰에 따르면 신기술 도입 이후 전국 기준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전년 대비 약 22% 감소했고, 피해액은 50% 이상 줄었다. 경찰은 불법 서버를 개설한 조직원 일당을 추적 중이다. 이와 함께 방대한 양의 불법 서버 빅데이터를 한데 모아 새로운 불법 서버도 찾아낼 계획이다.

김현정 대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은 “지금까지는 피해를 특정하고도 주요 조직원들이 검거될 때까지 추가 피해가 불가피하게 발생했지만 앞으로는 피해를 막은 뒤 수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기술을 개발한 김 대표는 앞서 몸캠피싱 성착취물 삭제 기술을 개발하며 경찰과 공조한 인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새로운 보이스피싱 수사기법을 내년 중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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