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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연구에…” 90세 법무사의 슬기로운 기부생활

지난 9월말 김동명 법무사가 KAIST로 보내온 증여 청약 의향서. KAIST 제공

구순의 법무사가 국가 미래발전을 이끌 인재를 육성해 달라며 KAIST에 수십억원을 쾌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KAIST는 경기 성남에 거주하는 김동명(90) 법무사가 지난 10월 말 3억원의 현금과 17억원 상당의 부동산 등 총 20억원을 ‘김재철AI대학원 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고 6일 밝혔다.

KAIST에 따르면 지난 9월 ‘증여 청약 의향서’가 담겨 있는 우편물 한 통이 학교에 도착했다. 이 우편에는 ‘본인이 현금과 별지 부동산을 귀 재단에 사인증여등기에 의거, 증여하고자 하는바 다음 제안을 동의·수용할 수 있는지요’라고 친필로 작성한 제안이 담겨 있었다. 사인증여는 사망과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는 생전 증여 계약이다.

김씨는 KAIST가 증여에 동의한다면 서류절차를 마무리한 뒤 등기필증과 기부금을 가지고 학교를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17일 진행된 감사패 전달식, 김동명 법무사(왼쪽)와 이광형 KAIST 총장(오른쪽). KAIST 제공

KAIST 발전재단은 즉시 계약서와 위임장 등 증여에 필요한 문서를 준비해 기부자에게 회신했다. 현직 법무사인 김씨는 부동산 등기 이전 등 기부에 필요한 실무적인 절차를 직접 진행해 기부를 완료했다.

KAIST는 발전기금 감사패 전달식을 지난달 17일에 진행했으나 외부에 공개를 꺼려하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기부행사 및 기념패 전달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후 ‘기부 소식은 널리 알려야 좋은 뜻에 동참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주변의 설득에 김씨가 동의하면서 뒤늦게 선행 사실이 공개됐다.

김씨는 “최근 들어 KAIST에 고액 기부가 잇따른다는 언론 보도를 눈 여겨 봤다”며 “잘되는 집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처럼 고액 기부자가 몰리는 학교라면 분명히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기부를 결심한 계기를 설명했다.

김씨는 80년대부터 미래학을 공부하며 새로운 기술변화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는 최근 기술 동향을 지켜보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미래산업은 인공지능(AI) 분야라는 확신을 갖게 됐고, 기부금의 사용처를 김재철AI대학원 발전기금으로 지정했다.

KAIST 발전재단 관계자는 “기부자는 학교 성과를 설명하는 첫 자리에서 이미 학교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계셨다”면서 “기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교 누리집 등을 탐독해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꼼꼼하게 다 찾아보셨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KAIST가 세상을 바꾸는 과학기술로 국가와 사회발전에 공헌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며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훨씬 크다는 것은 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것인데,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을 이끌어갈 KAIST 인공지능 연구에 힘을 보탤 수 있다면 내게는 더할 나위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광형 총장은 “김동명 법무사님의 편지를 받았을 때부터 참 귀하고 감사한 가치를 KAIST에 보내주셨다는 점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며 “세계 인공지능 기술을 선도하는 대학이 돼 보내주신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학교 구성원 모두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원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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