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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원에 내 개인정보를? 괘씸”… 마이데이터 둘러싼 진풍경

금융권, 이달부터 ‘마이데이터’ 사업 시작
회사마다 경품 내걸며 마케팅 열풍
소비자는 시큰둥… ‘체리피킹’에 더 관심


“A은행, B카드, C증권사에서만 마이데이터 신청하세요. 경품이 1만원 이하인 곳은 쳐다도 보지 마시구요”
“3000원짜리 커피 쿠폰으로 남의 개인정보를 사려 하다니, 괘씸하네요”

이달부터 한 금융회사 앱에서 다른 금융회사 정보까지 연동해 소비자의 금융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조회·관리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제도가 운영에 들어갔다. 시중은행, 카드사,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은 주식·포인트·쿠폰 등 경품을 내걸며 이용자 모집에 혈안이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마이데이터는 흩어진 소비자의 금융 정보를 한 곳에서 조회해주고 재무 현황과 소비 패턴 등을 분석해 자산·신용 관리를 도와주는 서비스다. 가령 국민은행에서 마이데이터 연동을 신청한 고객은 KB스타뱅킹 앱에서 하나은행, 삼성증권, 현대카드 등 전혀 다른 금융회사의 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가 자신의 금융정보를 찾기 위해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데이터 주권’을 회복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금융회사들은 이같은 편의를 제공하는 대신 막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얻는다. 금융권이 앞다퉈 마이데이터 신청자를 확보하는 데 혈안이 돼 있는 이유다. 이를 위해 금융회사들은 저마다 다양한 경품을 내걸며 이용자 모집에 나서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앱 ‘나무’에서 마이데이터를 신청한 고객들에게 케이뱅크 주식 1~3주를 배정 중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은행·하나금융투자·하나카드 등 3개 앱에서 마이데이터를 신청하면 3만 하나머니를 제공한다. BC카드가 운영 중인 플랫폼 ‘페이북’은 최대 5만원까지의 페이북머니를 지급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마이데이터 이용객 모집에 열심인 반면 금융소비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미 주요 투자커뮤니티에서는 “A은행, B증권, C카드 세 곳만 하면 된다” “경품 가액이 최소 1만원 이상이 아니면 하지 말라”는 등 ‘체리피킹’(기업이 판매하는 상품에서 유리한 것만 골라 혜택을 보는 행위) 기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커피 쿠폰이나 소액의 포인트 등 ‘약소한’ 경품을 제공하는 금융회사를 향해서는 “이 정도로 남의 정보를 거저 사려 하다니 괘씸하다”는 비아냥까지 공공연하게 나오는 실정이다.

‘1곳 연동’도 체리피커들에게는 인기 있는 우회로다. 마이데이터는 전체 금융정보를 연동할 수도, 특정 금융회사의 정보만 연동할 수도 있다. 이 점을 이용해 이용률이 저조한 금융회사 한 곳만 마이데이터로 연결해 정보 제공은 최소화하고 경품을 챙기는 것이다. 대부분 금융회사들은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 경품 제공 시점을 다음 해 1~2월 안팎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이 시점이 지나자마자 마이데이터를 해지하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고객들에게 마이데이터 제도의 필요성이 와닿지 않는 게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회사들은 저마다 ‘종합금융플랫폼’을 표방하며 마이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본래 용도 외 목적으로 뱅킹·증권·카드 등 금융 앱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지 않기에 벌어지는 모순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픈뱅킹 등 과거 사업처럼, 들인 공에 비해 성과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는 않다”면서도 “마이데이터 특성상 한 번 시장이 선점되면 후발주자가 따라가기 매우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초반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곳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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