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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은 엘리베이터를 꼭 막아야 했을까?

장애인 이동권 선전전한다고 혜화역 2번출구 엘리베이터 막아
서울교통공사 측 “시민들 안전 위한 선제적 조치”

6일 오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혜화역 2번 출구 엘리베이터의 운행을 중단한다는 안내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페이스북

금일 예정된 장애인 단체의 불법시위(휠체어 승하차)로 인하여 이용시민의 안전과 시설물 보호를 위하여 엘리베이터 운행을 일시 중지합니다. 많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6일 혜화역 2번 출구 엘리베이터에 붙은 안내문이다. 이날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선전전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혜화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 두 곳 중 한 곳이 막혀버린 상황. 장애인 이동권 선전전을 펼치겠다는 장애인 시위자들의 이동권마저 차단해버린 것이다. ‘시민의 안전’을 고려했다는 안내문과 닫혀버린 엘리베이터 뒤로 장애인 문화예술원이 보였다.

국민일보가 7일 현장에서 만난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박경석(61)씨는 전날 혜화역에 도착해 마주한 광경에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다고 했다. 박 대표는 “혜화역 2번 출구 엘리베이터가 막혀 있어서 너무 황당했다”며 “결국 혜화역 인근 한성대입구역까지 휠체어로 이동한 후 지하철을 타고 혜화역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하철 타는 것도 아니고 선전전만 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막아버린다”며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이날 전장연은 승하차 시위가 아닌 승강장 한 켠에서 피켓을 들고 법 개정을 촉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혜화역 2번 출구 앞 엘리베이터의 출입이 막힌 사진이 공유됐다. 누리꾼들은 “사회에 팔다리 멀쩡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노인, 팔다리를 다친 사람, 병든 사람도 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 “(불법 시위라고 하지만) 저것이야말로 불법 폐쇄 같다” 등등 폐쇄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다수 보였다.

전장연 관계자는 광장이나 지하철 역사 내 시위에 여러 번 참석했지만 “질서 유지 등을 이유로 도로를 통제한 적은 있어도 엘리베이터 접근을 막은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들은 법률 검토를 한 뒤 대응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7일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1시간동안 서울 혜화역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연내 개정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진행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지난 3일 5호선 여의도역 인근 구간에서 전장연이 벌인 열차 승하차 시위로 교통 혼잡이 빚어졌던 일을 언급하며 “교통 혼잡 재발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통행로는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구간이고 역사 내에서 시위하는 것을 승인하기는 어렵다”며 “승인이 되지 않았으니 사실상 불법 시위인 셈인데 지난주에 이어 (승하차 시위로) 출근길에 교통 혼잡 문제가 또 일어날까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며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을 전했다.

전장연과 서울교통공사 측의 협의하에 7일부터 엘리베이터는 시위와 관계없이 정상 운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시위가 시작되기 전 기자들은 2번 출구 앞 엘리베이터가 평소와 같이 운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7일 아침 전장연의 시위는 혜화역 (동대문 방향) 승강장 내 5-4 하차문과 6-2 하차문 사이에서 이뤄졌다. 질서 유지를 돕기 위한 경찰 인력은 5-1 하차문부터 6-4 하차문 구간까지 배치됐다.

전장연 공동대표 이규식(52)씨 “혜화역에서 벌인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장애인 활동가 3명과 활동 보조인을 포함한 비장애인 활동가 4명이 전부”라면서 “(어제는) 선전전만 하겠다는데도 관계자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막기도 했다”고 당황스러움을 전했다.

혜화역 2번출구 앞에 설치된 장애인 이동권 요구 동판

시위에 나선 전장연 측은 ‘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특별교통수단 지역 간 차별 철폐’의 내용을 담은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을 촉구하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외치고 있다.

전장연이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이 개정될 때까지 혜화역에서 선전전을 진행하는 이유는 혜화역이 그들에게 상징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1999년 혜화역 2번 출구에서 지하철역으로 진입하기 위해 휠체어 리프트를 사용하던 이 대표는 리프트에서 떨어져 전치 6주에 달하는 중상을 입었다. 그는 서울시에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적극적으로 외치고 나섰고 서울시는 이 대표가 리프트에서 떨어져 부상을 당했던 혜화역 2번 출구 바닥에 장애인 이동권 요구현장 동판을 설치했다.

이후 교통약자를 위해 지하철역 곳곳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기 시작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2001년 오이도역에서 한 장애인 노부부가 리프트를 사용하다가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2002년에는 발산역, 2018년에는 신길역에서 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들이 쓰러졌다. 전장연은 리프트를 ‘살인 기계’라고 부르곤 했다.

이후 이 대표는 자신이 사고를 당하던 1999년부터 지금까지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장연의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혜화역을 지나간 지하철은 약 17대. 열차에 타고 있던 타고 있던 시민들은 하차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시위 참가자들에게 관심을 가지며 흘긋 문밖을 쳐다보곤 했다. 한 시민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이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외치던 박 대표는 이렇게 물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대한민국 헌법에는 누구든지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 누구든지에 왜 장애인은 없는 것인가요?”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이 개정될 때까지 목소리 내는 것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노혜진 인턴기자
천현정 인턴기자
한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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