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 막겠다며 연 1조원 기금…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내년부터 편성되는 지방소멸대응기금 실효성 논란

10년간 9조7500억원 투입해
89개 인구감소지역 교통 등 인프라 개선
기업 유치 전략 빠져서 효과 반감
지역 나눠먹기식 집행 방식도 논란


정부가 갈수록 심해지는 지방 인구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만들어 매년 1조원씩 인구감소 지역의 인프라 개선에 투입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국민과의 대화’에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통해 점점 어려워지는 지역의 주거·교통·교육 문제 등을 집중 지원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지방 소멸을 막으려면 근본적으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 유치나 수도권으로 나간 청년층을 지방으로 데려와 정착시킬 만한 지원책이 병행돼야 하는데, 그런 노력 없이 인프라만 개선해서는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한된 예산을 여러 지자체가 ‘나눠먹기식’으로 집행하는 방식 역시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지방소멸대응기금 7500억원을 신규 편성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이란 정부가 선정한 인구감소지역에 교통시설이나 학교, 문화시설, 주택 개·보수 등의 지원을 하는데 사용되는 기금이다. 그동안 지방 지자체의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대도시보다 지역 내 교통, 교육 등 인프라 개선이 빨리빨리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따라 청년층 인구 유출이 가속화됐다는 분석이 나오자 중앙 정부 차원의 지원을 늘리기 위해 별도 기금을 만들었다. 정부는 2023년부터 이 기금을 매년 1조원씩 지원해 10년간 총 9조75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앞서 지난 10월 출산율, 고령화율, 청년순이동률 등 8개 지표를 토대로 인구감소가 우려되는 전국 89개 기초단체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처음 지정했다. 앞으로도 매 5년 단위로 인구감소지역을 새로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가 인구감소 문제에 대응하면서 지나치게 인프라 개선에만 초점을 맞춘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낸 ‘지방소멸 위기지역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중앙부처를 중심으로 한 지방 낙후지역의 인프라 구축 사업만으로는 지방소멸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프라 개선뿐 아니라 일자리를 생산할 기업 유치까지 포괄하는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지방 청년 인구 유출의 핵심 원인인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인프라 개선만 하는 건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꼴이 될 수 있다. 현재도 지방으로 이전하는 수도권 기업에 대해 세액공제나 지방투자촉진보조금 등의 지원 정책이 있지만, 금액이 낮아 기업이 이전비용조차 못 건진다는 평가가 많다. 입법조사처는 이전지원금 지원이나 지역대학과의 인재육성 프로그램 연계 등을 제안했다.

연 1조원의 기금을 갖고 89개 지역에 나눠 지원하는 집행 방식도 논란거리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조원을 89개 지역에 나눠 지원하는 것보다 차라리 상징적인 개선 사례로 남을 만한 한두 지역을 꼽아 집중 지원하는 편이 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나눠주기식 지원 대신 집중 지원을 통해 인구 증가의 성공사례를 일단 확보하는 편이 낫다는 얘기다.

한정된 기금을 여러 지역에 나눠주는 과정에서 기금 배분을 놓고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SOC 예산처럼 힘센 정치인 지역구에 기금이 많이 배분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기금이 지역구 정치인의 쌈짓돈이 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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