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만에 끝난 바이든·푸틴 회담…“우크라 위기 해결 못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7일(현지시간) 화상 정상회담은 2시간 만에 종료됐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침공 시 강력한 제재를 경고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불가를 요구하는 등 양측이 기존 입장 표명만 거듭했다.

“당신 눈을 똑바로 보고 이야기하겠다. 우리는 2014년에 하지 않았던 일을 지금 할 준비가 돼 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응시하며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2014년 3월 크림반도를 무력 병합했고, 미국은 전방위적 경제 제재를 단행했다. 당시 미국과 유럽은 국제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제외하는 제재 부과를 검토했었는데, 시행하지는 않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이를 추진할 것이라는 의미로 외신들은 해석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이에 대해 유럽 동맹국들과 아주 특별한 수준으로 매우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다. 재무부와 국무부,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전문가들이 (주요 동맹과) 매일 접촉하고 있고, 그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미국과 유럽 동맹은 우크라이나에 추가 방어 물자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NATO 동맹의 동쪽 진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 위기의 책임을 러시아로 떠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크렘린궁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정세 악화는) 나토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려는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고, 러시아 국경 인근에서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토의 동진(東進)과 러시아 인접 국가들로의 타격용 공격무기 배치를 금지하는 명시적 보장을 받는데 큰 관심이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금지, 러시아 인접 국가의 공격 무기 배치 금지 등을 문서로 약속하라는 의미다.

이에 대해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그런 약속이나 양보를 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한다. 그는 국가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명제를 지지한다”고 했다. 나토 가입은 우크라이나의 주권 사항이라는 것이다.

백악관도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차 강조하면서 (러시아에) 긴장 완화와 외교로의 복귀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미·러 관계는 우크라이나 접경지역 군사 긴장이 고조되면서 냉전 종식 이래 최악의 관계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미·러 정상 간 대화 역시 이런 분위기가 그대로 연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설리번 보좌관은 “(대화가) 직접적이고 직설적이었다.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해치는 행동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설명하는 걸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구체적 조치 등을 하나하나 열거했고, “(러시아가 조치를 취하면) 앞으로 말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 (미국의 대응을) 보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고 한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과 소련의 공동 희생을 거론했고, 두 정상은 이따금 농담도 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미·러 회담 뒤 나온 미국 국방수권법에는 우크라이나군 지원을 위한 3억 달러 예산이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사업 재중단 가능성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정상들의 화상 회의는 우크라이나 국경 위기를 해결하지 못했고, 백악관과 크렘린궁 모두 실질적 진전을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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