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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방역 패스’보다 ‘방역 증명’이 낫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집단 감염에 확진자 및 위중증 환자 증대, 오미크론 변이 출현 등 방역 당국과 국민을 긴장시키는 일이 자꾸 불어난다. 어쩔 수 없이 방역의 고삐를 다시 죄는 지금, 생활에서 불편이나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불만을 눅이고 마음을 모아 방역 정책을 펼쳐나갈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방역 용어의 선택에도 더 신중하길 바란다.

이미 ‘위드 코로나’라는 모호하고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말 대신에 ‘일상 회복’이라는 쉽고 편한 말로 바꾸었음에도 언론과 전문가 중에는 위드 코로나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 ‘부스터샷’도 마찬가지다. 애초부터 방역 당국에서 ‘추가 접종’으로 분명하게 말했더라면 언론과 전문가들도 지금처럼 이 말을 마구 쓰지는 않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방역 용어가 쉽고 명확하면 낯선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방역 정책 펼치기에 도움이 되면 됐지 결코 해가 갈 일이 아니다. 아는 체하지 않고 ‘일상 회복’, ‘추가 접종’ 등의 방역 용어를 선택한 당국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여전히 걱정스러운 용어가 있다. 바로 ‘방역 패스’다. 백신 패스에서 방역 패스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이 말도 ‘방역 증명, 방역 확인증’ 정도로 바꾸길 바란다.

‘패스’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너무 혼란스럽게 사용된다. 누구를 거치지 않고 소외시킨다는 뜻이 요즘 유행하는 용법인데, 그렇다면 방역 패스는 방역을 건너뛴다, 방역을 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축구나 농구에서 공을 전달하는 일이 자주 사용하는 패스이니 방역 전가라는 무책임한 오역을 부를 수도 있다. 유레일 패스와 하이 패스 등에서 쓰는 용법처럼 유료 승차권, 통행권 등으로도 쓰이는 패스가 ‘방역 패스’에 가까운 의미 같은데, 이건 또 비용 지불을 해야 하나 하는 의문과 얽힌다.

설마 그렇게 오해하는 국민이 있겠냐는 생각은 지식인들의 오만이다. 영어 모르는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고 외국어 약자들에게 눈치 주지 말자. 대한민국의 공용어는 한국어이고, 공적 정보는 한국어만 알면 이해할 수 있게 다루어야 한다. ‘코호트 격리’와 같이 어려운 말을 써서 코로나 사태 초기에 국민의 공포를 키운 실수를 기억하자.

접종을 증명해주거나 음성임을 확인해주는 표시를 무어라 부르면 효과적일까? ‘방역 증명’과 ‘방역 패스’ 어느 것이 쉽고 편한 말인가? 자신 없으면 여론 조사라도 해야 한다. 코로나는 사람 차별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다가간다. 방역 용어 역시 우리 국민 단 한 명이라도 ‘패스’해선 안 된다. 어렵거나 모호한 말을 사용하면 그걸 설명하는 데에도 시간과 돈을 써야 한다. 그럴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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