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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자] ‘조작 논란’ 세무사시험, 채점기준 “일절 비공개”

‘세무사 시험 조작’ 의혹 받는 산인공
국회 요구에도 채점기준·정답지 비공개
산인공 “정답지 공개하면 업무 많아져”


올해 세무사 시험에서 합격자 3분의 1을 세무공무원 출신으로 채워 논란을 빚은 한국산업인력공단(산인공)이 채점기준표를 비롯한 자료 일체를 비공개 결정했다. 공정성 의혹을 제기하는 수험생들을 향해서는 “대체로 불합격자들이 그런 얘기를 한다”며 애써 회피하는 모습이다.

지난 6일 산인공은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의 제58회 세무사 시험 관련 자료 제출 요구에 “일절 공개할 수 없다”며 거부 통보를 해왔다. 김 의원실이 요청한 자료는 올해 세무사 시험의 과목별 정답지, 모범답안, 채점기준표, 출제자 명단 등 자료였다. 이에 대해 산인공은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비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수백명의 수험생이 신청한 정보공개청구에도 동일한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앞서 산인공은 올해 실시된 세무사 시험의 과목별 난이도를 의도적으로 조작해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를 대거 합격시켰다는 의혹을 받았다.(국민일보 11월 3일자 10면 참조) 세무공무원은 재직 기간에 따라 세무사 시험에서 일부 과목을 면제받는데, 면제 과목 중 ‘세법학 1부’의 과락률이 82.13%를 기록하며 일반 수험생은 대거 탈락하고 그 자리를 세무공무원 출신이 꿰찬 것이다. 올해 세무공무원 출신이 전체 합격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3.57%에 달한다. 수험생 단체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는 “산인공이 의도적으로 채점 기준을 조작해 일반 수험생의 과락률을 높이고 공무원 출신에게 세무사 자격증을 몰아줬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산인공이 과목별 정답지와 채점기준표를 공개해야 한다. 채점이 공명정대하게 이뤄졌다면 산인공이 기를 쓰고 정답지를 숨길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산인공 관계자는 “대체로 불합격자들이 채점 기준이 불합리하다며 따지는 경우가 많다”며 “정답지를 공개했을 경우 시비의 대상이 되기에 산인공의 업무량이 너무 많아진다”고 말했다. 전문직 시험을 주관하는 공공기관이 ‘일이 많아진다’는 이유를 들어 관련 자료를 숨긴 것이다.

2030세대가 전문직 시험에 처절하게 매달리는 이유는 그 어떤 시험보다 ‘공정성’이 잘 지켜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험에서는 예년과 비교해 20·30대 합격자가 200명 이상 줄었고, 그 자리는 고스란히 40·50대 공무원 출신에게 돌아갔다. 여기에 더해 정답지나 채점기준표같은 기초적인 자료마저 비공개된 상황이다.

젊은 층의 합당한 의혹에 대해 해명하기보다는 관련 자료를 숨기기에 급급한 산인공 어수봉 이사장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는 대체 무엇일지 궁금하다. 혹 수많은 청년들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매달리는 전문직 시험을 공무원들의 ‘노후대비 수단’ 정도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세무사 시험에 청춘을 바친 청년들은 오늘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세무사 시험의 부당함을 알리는 차량시위를 열고 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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