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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뿔이 흩어졌던 유공자들 국립제주호국원에 묻힌다

8일 제주시 노형동에 국립제주호국원 개원
설악산전투서 숨진 고 송달선 하사 1호 안장

제주시 노형동 산19-2번지 일대에 들어선 국립제주호국원 전경. 국가보훈처 제공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을 통해 176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고 송달선 하사 유품. 국방부 제공

8일 제주시 노형동 현충광장에서 열린 국립제주호국원 개원식에서 김부겸 국무총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할아버지, 듣고 계세요. 손녀 가을이에요. 따뜻한 제주에 살던 할아버지가 설악산 어느 계곡에 60년이나 계셨다니 얼마나 춥고 외로우셨어요. 매일 육지를 바라보며 할아버지를 그리워했을 할머니도 다섯 살이던 아들도 이제 없지만 따스한 고향 땅 제주에서 편안히 쉬세요. 내 아버지는 평생 당신을 그리워하며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제주 출신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고(故) 송달선 하사가 국립제주호국원 1호 안장자로 영면에 들어갔다. 송 하사는 스물여섯 살이던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육군에 입대해 이듬해 북한군 6사단과 전투를 벌이던 중 설악산 전투에서 전사했다. 2011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의해 유해가 발굴됐으나 최근에야 신원이 확인돼 71년 만인 지난 10월 고향 제주로 돌아왔다.

8일 국립제주호국원이 개원했다. 우리나라 여섯 번째 호국원이자 열두 번째 국립묘지다.

제주도의 지리적 여건과 특유의 관습으로 도외 국립묘지로 나갈 수 없는 제주지역 보훈가족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제주시 노형동 산 19-2 일대 한라산 중턱에 총 사업비 505억원을 투입해 27만㎡ 규모로 조성했다. 제주호국원에는 봉안묘와 봉안당 1만기를 안장할 수 있다. 봉안시설과 함께 안장식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대형 강당과 유족 편의 시설인 가족 대기실, 유족 개별 추모를 위한 제례실 등이 설치됐다.

국립제주호국원은 도내 첫 국립묘지이면서 전국 최초의 통합형 국립묘지로 만들어졌다. 참전유공자와 독립유공자 등 현충원 안장대상자와 민주유공자가 모두 안치된다.

개원식에 앞서 안장된 1호 안장자 故 송달선 하사를 시작으로 신규 안장자는 물론 도내 10여개 충혼묘지와 개인 묘지에 흩어져 있던 유공자 유해가 순차적으로 이곳으로 이장된다.

이날 제주시 노형동 현충광장에서 열린 개원식에는 송 하사의 손녀 송가을씨가 고 송달선 하사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표했다. 참전 당시 다섯 살이던 아들은 아버지의 유해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지 못하고 지난해 3월 사망했다. 하지만 사망을 3개월 앞두고 유전자 시료 채취에 응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돼 발굴 후 10년 간 가족의 품을 찾지 못하던 아버지 송 하사의 유해가 귀환할 수 있었다.

개원식에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국립묘지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위한 마지막 예우”라며 “이 예우를 통해우리는 공동체의 뿌리를 더 튼튼하게 만들어간다”고 호국원 개원의 각별한 의미를 강조했다.

보훈처는 “제주호국원 개원은 국가유공자의 고령화에 따른 안장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제주도에 거주하는 보훈가족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이라며 “유공자를 품격 있게 예우하는 추모와 안식의 공간이자 국민과 미래 세대들이 선열들의 숭고한 나라사랑 정신을 기억하고 본받는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제주지역 유공자는 모두 8662명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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