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야 산다” 제조업·플랫폼 기업은 지금 ‘디자인 전쟁 중’

기아가 지난 4월 출시한 준대형 세단 K8. 새로운 엠블럼과 개선된 디자인으로 사전계약 첫날에만 2만대가 팔리며 주목을 받았다. 기아 제공

올해 초 기아가 새로운 엠블럼을 도입하자 시장 반응은 화끈했다. 신형 엠블럼 부품을 구매해 직접 교체하겠다는 고객이 잇따르면서 엠블럼 부품의 품절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바뀐 엠블럼을 달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출시한 준대형 세단 K8은 사전계약 첫날에만 2만대 팔렸다. 디자인이 제품의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인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산업계가 ‘디자인 전쟁’으로 뜨겁다. 미적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는 패션 분야를 뛰어넘었다. 기능에 초점을 맞추는 제조업, 플랫폼 기업도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주력 소비층으로 부상하는 MZ세대를 겨냥해 외관은 물론 기능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제품의 외관을 ‘예쁘게’ 만드는 건 기본이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LG전자 ‘오브제컬렉션’ 시리즈는 프리미엄 제품에 심미적 요소를 더해 각자 취향에 맞게 디자인 요소를 바꿀 수 있도록 했다. 무빙스탠드를 장착한 무선 스크린 LG 스탠바이미는 iF 디자인 어워드, IDEA,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 3대 디자인상을 석권했다.

LG전자의 무선 이동식 스크린 '스탠바이미'는 전 세계 3대 디자인상을 석권하며 디자인을 인정받았다. LG전자 제공

디자인에서 앞서가는 제품들은 MZ세대를 사로잡는다. LG전자는 출시 후 1년간 오브제컬렉션을 구매한 고객 중 40대 이하 비중이 60%를 넘는다고 했다. 일반 생활가전 구입 고객 가운데 40대 이하가 절반인 것과 비교하면 단연코 젊은층 선호도가 높다. ‘비스포크 에디션’을 내놓는 등 디자인을 강조하며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Z플립3도 MZ세대에게 큰 관심을 받으면서 올해 3분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이라는 왕관을 차지했다.

다자인 열풍은 최근 들어 기능에 디자인을 더하는 ‘서비스 디자인’으로 진화하고 있다.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이제는 제품이 주는 경험을 디자인하는 식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차 안에서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헬스케어’ 기능, 운전자의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음악·조명·공기상태 등을 조절하는 ‘무드&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도입했다. 성별과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유니버설 디자인’도 확산하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에서도 디자인은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 플랫폼 기업들과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앱의 UI·UX 디자인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배달의민족은 특유의 캐릭터, 폰트 등의 디자인을 활용해 굿즈를 제작·판매한다. 캐릭터와 단순한 UI 디자인을 내세운 카카오뱅크의 등장 이후 시중은행들도 앞다퉈 디자인을 개편하고 나섰다.

디자인에 들이는 돈은 수익으로 돌아오고 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 코스피 상장업체 중 디자인 우수기업 72개사와 디자인 선도기업 29개사의 시가총액은 각각 72.3%, 110.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의 평균 시가총액 증가율(34.6%)의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기업이 디자인에 1파운드(약 1600원)를 투자할 때 매출은 20파운드 증가한다는 영국 디자인협의회 통계도 있다.

디자인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디자인진흥원에 따르면 2019년 디자인 산업 규모는 18조2909억원에 달했다. 디자인 산업 종사자는 33만6000여명, 디자인 산업의 경제적 가치는 128조3000억원이었다. 서비스디자인 시장 역시 2015년 2조839억원에서 매년 20% 이상 커지는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중소기업의 디자인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경기 반월시화산단에 센터 개소식을 여는 모습. 한국디자인진흥원 제공

디자인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원에 나섰다. 산업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서울, 경기, 경남, 경북 등에 ‘디자인 주도 제조혁신센터’를 세웠다. 디자인 역량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에 디자인 컨설팅과 교육 등을 지원한다. 인천 등 일부 지자체는 디자인 산업 육성을 위해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디자인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한다.

윤상흠 한국디자인진흥원장은 “디자인이 비용 대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최근 많은 기업이 디자인연구소를 만드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도 디자인 역량을 키우고 제품과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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