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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위 “김포 장릉 아파트, 높이 깎는 개선안 가져와야”

문화재위 9일 심의에서 보류

문화재청 자문기구인 문화재위원회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왕릉을 가리는 '김포 장릉 아파트'에 대한 판정을 또다시 미뤘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파트 높이를 조정하는 개선안을 내놓지 않으면 허가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일부 건설사는 이를 예상하고 회의를 하루 앞두고 심의를 전격 철회해 이번 사안은 법정 다툼으로 비화할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김포 장릉에서 불법으로 건축된 인천 검단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문화재위는 9일 이 아파트에 대한 현상변경안을 심의해 3번째 보류 결정을 내렸다. 뉴시스

문화재위는 9일 오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세계유산분과·궁능문화재분과 합동으로 회의를 열어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에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들이 심의를 신청한 현상변경안을 심의했다. 문화재위는 회의 결과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는 개선안을 2주 내에 제출받은 후 재심의하기로 하고 ‘보류’ 결정을 내렸다. 보류 결정은 이번이 세 번째이지만 전제 조건을 달았다는 점에서 이전과 차이가 난다.

이번 심의는 문제가 되는 3개 건설사 가운데 2개사(대광이엔씨, 제이에스글로벌)가 심의 신청을 철회함에 따라 나머지 1개사(대방건설)에 대해서만 진행됐다. 대방건설은 아파트 주변에 나무를 심어 아파트를 가리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시뮬레이션 결과 수목을 식재해 아파트를 가리는 방식은 최소 33m에서 최대 58m 높이의 수목이 필요해 현실성이 없는 방안인 것으로 판단이 됐다. 또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와 한국건축시공기술사협회에 자문한 결과, 상부층을 일부 해체해도 하부구조물의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높이 조정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3개 건설사는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김포 장릉 인근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 아파트 44개 동 건설 공사를 추진해 왔다. 그중 장릉에서 500m 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에 포함된 건축물은 19개 동이다.
문화재청이 내린 공사 중지 명령에 대한 법원 판단에 따라 장릉과 가까운 대광이엔씨와 제이에스글로벌의 12개 동은 지난 9월 30일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태이고, 장릉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먼 대방건설 아파트 7개 동은 공사를 진행 중이다.

대광이엔씨와 제이에스글로벌은 공사 중단 기간이 길어지고, 문화재위원회가 건축물 높이를 낮추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자 문화재위원회 심의 절차를 통해 실익을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은 건축물에 대해서는 원상복구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고, 건설사는 이에 불복해 장기 소송전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국제적으로 등재된 세계유산에 대한 보존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추세로, 유네스코는 인류 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소실된 경우 세계유산목록에서 삭제를 검토하고 있다. 2004년 세계유산에서 등재된 영국 리버풀 항구도 올해 세계유산목록에서 삭제된 바 있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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