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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팀에서 달리는 미드라인 폭주기관차

‘클로저’ 이주현, 지난달 T1 떠나 리브 샌박 입단
“나만의 공격적 스타일 유지하며 안정성 보완하고파”


‘클로저’ 이주현은 LCK에서 가장 진한 고유색을 가진 미드라이너다. 특유의 공격적, 저돌적인 라인전 플레이는 흉내도 내기가 어렵다. “맞아보면 고평가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미드가 2분 만에 집에 가고, 라인에 복귀했다가 3분 만에 또 가요.” 한 LCK 팀 관계자는 이주현과의 스크림 맞대결에서 큰 애를 먹었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주현은 지난달 T1을 떠나 리브 샌드박스로 향했다. 9일 서울 구로구 리브 샌박 연습실에서 라인전의 스페셜리스트를 만났다. 이적을 결심한 이유와 3년 가까이 몸담았던 T1을 떠난 심경, 새 유니폼을 입고서 2022시즌을 맞는 각오 등을 질문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본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솔로 랭크 중심으로 연습에 매진했다.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힘썼다. 특히 시야를 넓히려고 노력했다. 이제 라인전 몰입도를 줄이는 대신 상대 정글러의 갱킹, 서포터의 로밍 등을 신경 쓰며 플레이하려 한다. 한타 포지셔닝도 개선하고 있다. 라인전의 날카로움을 잃지 않는 선에서 변화를 주고자 한다.”

-맹렬한 기세는 이 선수가 가진 최고의 강점 아닌가.
“여전히 나만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싶다. 내 강점인 공격적인 플레이를 내려놓고 싶지 않다. 다만 다듬을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스크림에서 내가 사려야 할 타이밍에 공격적으로 나섰다가 팀이 오브젝트 싸움 대패를 당했다. 자동차 레이스에 비유하자면 여전히 과감하게 액셀러레이터를 밟되, 코너에 박을 정도는 아닌 주행을 하고 싶다.”

-최근 T1을 떠나 리브 샌박에 입단했다. 본인의 요청에 따른 이적이었나.
“내가 이적을 요청했다. 나는 프로게이머다. 경기에 나서 내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오래 몸담았던 T1인 만큼 애정이 남달랐지만, 내년에도 ‘페이커’ (이)상혁이 형과 또 다시 주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리브 샌박에서 나를 정말로 원한다는 진심을 보여줬다. 출전 기회를 보장해주겠다고 해 이적을 결심했다.”

-서머 시즌에 이상혁에게 주전 자리를 완전히 내줬다.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었다고 보나.
“상혁이 형이 AP 메이지 챔피언 숙련도에서 나보다 앞섰다. 반면 나는 공격적인 플레이로 상대 미드라이너를 라인에 묶어놓고, 우리 정글러의 편의를 봐주는 데 강점이 있었다. 팀에서는 상혁이 형이 가진 장점이 팀 컬러와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강력한 라인전의 비결은 무엇인가.
“스스로 피지컬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라인전을 더 과감하게 하는 것도 있다. 고수들, 수준급 프로게이머들의 리플레이를 자주 찾아본 뒤 지식을 흡수해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가기도 한다. 최근엔 ‘루키’ 송의진 선수의 신드라, ‘쵸비’ 정지훈 선수의 요네 플레이를 보며 고정관념을 깼다.”

-실제로 많은 미드라이너들이 이 선수와의 첫 귀환 전 맞대결을 괴로워한다.
“첫 귀환 전 라인전에 강하다는 평가에 동의한다. 그래서 ‘순간 이동’이란 소환사 주문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웃음) 귀환 전 상대를 때리는 건 자신 있는데, 상대가 귀환 후 체력, 마법저항력 등이 오르는 아이템을 사오면 비교적 힘이 빠진다.”

-앞서 송의진과 정지훈을 언급했다. 다른 프로게이머들의 플레이를 보고 배운 게 있나.
“‘쵸비’ 선수가 르블랑 대 리산드라 구도를 플레이하는 걸 보고 영감을 받았다. 나는 라인전도 리산드라가 유리하다고 생각해왔다. 솔로 랭크에서 르블랑을 할 때 리산드라만 만나면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쵸비’ 선수는 룬에 변화를 줘 르블랑으로 라인전 우위를 점하더라.
보통 이 구도에선 르블랑 유저들이 ‘부패 물약’과 ‘시간 왜곡 물약’을 선택한다. ‘쵸비’ 선수는 ‘재생의 바람’과 ‘불굴의 의지’로 자신의 유지력을 늘리고, 리산드라의 군중 제어기(CC기) 효과를 감소시키더라. 이걸 감명 깊게 봤다. 나는 내 강점인 초반 라인전에 더 힘을 주기 위해 재생의 바람 대신 ‘뼈 방패’를 선택하는 등 추가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라인전이 강하지만 이후 운영 능력을 보완해야 한다’는 평가도 따라다닌다.
“스스로도 운영 능력 향상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상대 미드라이너의 생각을 읽으며 초반 움직임을 짜고, 팀원들이 원하는 걸 해소해줄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싶다. 운영 능력의 깊이는 선수의 경험에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스크림을 치르고, 실전을 겪어 운영 능력을 보완하고자 한다.”

-미드라이너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면 무엇일까.
“‘비디디’ 곽보성 선수가 앞서 다른 인터뷰에서 밝혔던 것처럼 기본적으로 라인전에서 상대방에게 밀리지 않아야 한다. 최근에는 리더십의 필요성을 느낀다. 미드라이너는 팀의 중심이다. 맵의 가운데를 지키는 라인이다. 적어도 게임 안에서는 팀을 이끌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프리시즌 패치가 적용됐다. 내년 메타를 예상해본다면.
“AP 메이지 챔피언들의 득세가 예상된다. ‘부서진 여왕의 왕관’의 능력치가 좋고, ‘만년 서리’의 가격도 능력치에 비해 저렴하다. ‘그림자 불꽃’도 강력해 보인다. AP 메이지들이 라인전 단계를 안정적으로 플레이하고, 후반 캐리력을 과시하는 메타가 오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AP 메이지는 베테랑들이 더 잘 활용하는 듯하다. 왜 그럴까.
“나도 AP 메이지를 좋아하고, 애용해서 잘 모르겠다. 다만 베테랑들이 ‘파밍하는 법’을 더 잘 안다는 느낌은 받는다. 상대 갱킹과 로밍을 잘 흘려내고, 성장할 방법을 잘들 찾는다. 상대 위치를 감으로 예측하거나, 팀원을 잘 이용해서 사이드 푸시 시의 약점을 극복하는 노하우들이 있는 것 같다.”

-이 선수는 AP 메이지와 AD 챔피언 중 어떤 걸 더 선호하나.
“AP 메이지도 자신 있지만 역시 내 강점은 사일러스, 아칼리, 이렐리아 같은 챔피언들의 높은 숙련도다. 근접 챔피언들에겐 순간적으로 스킬 콤보를 때려 넣을 수 있는 ‘극한의 킬각’이 있다. 나는 그 킬각을 보는 능력이 다른 프로게이머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올해 공식 경기에 등장하지 않았던 아크샨과 벡스에 대한 의견도 궁금하다.
“벡스는 사기 챔피언이라고 생각해 반드시 나올 거로 본다. 라인전도 무난하게 할 수 있는데, 한타 단계에서 공포를 확정적으로 걸 수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아크샨도 대미지 쪽에 강점이 있어 조커 픽으로 등장 가능성이 있다. 미드와 탑 둘 다 가능한 챔피언이지만 탑라이너로 쓰는 게 더 좋아 보인다.”

-올해 롤드컵 경기를 챙겨봤나.
“T1 경기는 다 챙겨봤고, 그밖에는 미드라이너들의 라인전 플레이를 중심으로 봤다. 한국, 중국 팀들이 수준 높은 플레이를 펼쳐 감탄했고, 재밌게 봤다. 개인적으로는 상혁이 형과 ‘아리아’ 이가을 선수의 아지르 대 오리아나 구도를 인상 깊게 봤다.”

-어떤 점을 인상 깊게 봤나.
“이 구도는 대체로 아지르가 유리하다고들 평가한다. 그렇지만 나는 오리아나로 아지르를 이기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한다. ‘콩콩이’ ‘부패 물약’ ‘헤르메스의 발걸음’으로 상대를 카이팅 하는 것이다. 그래서 두 선수가 어떤 방식으로 플레이하며 서로 푸시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지 주의 깊게 지켜봤다.”

-이밖에도 재밌게 본 매치업이 있었나.
“‘비디디’ 선수의 신드라, ‘퍽즈’ 루카 페르코비치 선수의 사일러스 라인전 대결도 재밌었다. ‘퍽즈’ 선수가 ‘정복자’로 맞대결에 힘을 주는 룬 세팅을 해왔는데 ‘비디디’ 선수가 라인전부터 찍어 눌렀다. 미드라인에서 벌어진 힘의 차이가 승패를 결정짓더라.”

-기자도 ‘퍽즈’의 플레이를 재밌게 봤다. 실수해도 주눅 들지 않는 건 신이 내린 축복이다.
“나도 ‘퍽즈’ 선수의 그런 점을 높게 봤다. 말려도 주눅이 들지 않는 게 인상적이었다. 게임 승패를 결정지을 만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도 이후 슈퍼플레이로 보답하더라. 멋있는 선수라고 생각했다.”

-이 선수도 부담감을 컨트롤하는 노하우가 있나. 매일 밤 시험대에 오르는 직업인데.
“수십만 명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은 웬만하면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 건 경기가 끝난 뒤 기분 좋게 상기한다. 처음엔 부담감을 많이 느꼈다. 그렇지만 나는 T1의 미드라이너 출신 아닌가. 2년간 가장 무거운 자리를 놓고 가장 위대한 선수와 경쟁했다. 이제 그정도 부담감은 떨쳐낼 수 있다.”

-리브 샌박은 어떤 색깔의 게임을 선보일 예정인가.
“젊은 패기의 힘을 보여드리고 싶다. 선수들의 나이가 전체적으로 어리다 보니 교전 시 번뜩이는 움직임을 구사한다. 동시에 경험의 부재가 뼈아픈 것도 사실이다. ‘도브’ (김)재연이 형은 탑라이너로 첫 시즌을 치르고, 바텀 듀오는 1부 리그 데뷔조차 하지 않았다. 빠르게 경험치를 쌓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스프링 시즌 기대 성적은.
“우리가 초반부터 치고 나갈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서두르지 않고 호흡을 맞춰나가다 보면 서머 시즌에 빛을 볼 거로 기대하고 있다. 우린 고점이 높은 팀이다. 늦지 않게 잠재력을 터트려 플레이오프 그 이상을 바라보겠다. 그리고 서머 시즌엔 화끈하게 우승을 노려보겠다.”

-가장 견제되는 팀이 있다면.
“T1이 가장 견제된다. 나는 ‘구마유시’ 이민형, ‘케리아’ 류민석이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바텀 듀오라고 생각한다. 다른 팀들은 로스터 변동이 심한 편인데, T1은 롤드컵 4강권 스쿼드가 거의 그대로 유지돼 스프링 시즌부터 앞서나갈 것 같다. ‘제우스’ 최우제도 당장 1군 무대에서 뛰기에 손색이 없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랫동안 몸담았던 T1을 떠나면서 슬픈 감정이 들었다. 그동안 뛰어난 선수들과 좋은 경험을 했다. 이제 리브 샌박에서 새롭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내년 LCK의 미드라이너 라인업이 쟁쟁하지만, 나도 만만한 선수가 아니다. 리브 샌박 팬들께서 활약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반드시 보답하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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