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져 나온 내장…북한산 탈장견 찾아온 9개월 기적 [개st하우스]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서울의 북쪽 끝 북한산에는 몰래 버려진 뒤 들개로 전락한 개 수십마리가 떠돌고 있다. 지난 2월 촬영된 탈장견 모습. 축구공처럼 부푼 내장을 달고 다니며 죽어가고 있었다. 제보자 안지윤씨 제공

“북한산에서 내장이 튀어나온 채 살아가는 개를 봤다는 목격담이 SNS상에 연거푸 올라왔어요. 녀석은 경계심이 강해 동물구조단체들과 TV 방송국조차 연거푸 구조에 실패했죠. 하지만 1년 가까이 견디는 탈장견을 보며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엄청 크구나, 쟤는 꼭 구해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북한산 탈장견 임시보호자 안지윤(38·가명)씨 -

서울의 북쪽 끝, 북한산에는 버림받은 채 떠도는 유기견이 수십 마리 살아갑니다. 먹을 것 없는 척박한 바위산에서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가는 생명. 오랜 떠돌이 생활로 인해 구조의 손길마저 거부하는 들개가 되었습니다.

모두가 외면하는 들개를 구조해 인간의 품으로 돌려보낸 사람들이 있습니다. 북한산 탈장견, 3살 로켓이의 구조 및 사회화 과정까지 9개월을 책임진 대모 지윤씨와 전문가들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쏟아져 나온 내장...북한산 떠돌던 탈장견, 로켓이

탈장견이 폭 70m의 초대형 그물에 포획되는 장면. 동물 구조단체 리버스는 이번 구조를 위해 한겨울 북한산에서 72시간동안 잠복 근무했다. 동물구조단체 리버스 제공

“철컥’”
잡았다, 너 이제 살았어!”

둘레 70m의 초대형 포획망을 설치한 지 72시간 만에 터져 나온 감탄사. 내장이 빠져나온 채 산속을 헤매던 탈장견 로켓이가 마침내 구조된 순간입니다. 녀석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망가진 몸으로 방송국과 동물구조단체의 포획 시도를 피해 수차례 달아났어요. 하지만 소형 카메라와 100m 원격 리모컨이 달린 특수 포획망까지 동원한 끝에 로켓이는 지난 2월 마침내 구조됩니다.

구조는 영하의 산속에서 힘겹게 이뤄졌습니다. 탈장견의 고통을 헤아린 동물구조단체 리버스는 60㎏의 구조장비를 짊어지고 북한산을 올라 3일간 잠복했습니다. 리버스의 김용환 대표는 “수많은 동물을 구조했지만 이만큼 위급한 동물은 처음이었다”면서 “3일 잠복 끝에 포획에 성공했을 때는 ‘너 이제 살았다’ ‘이 고생도 끝났다’는 희열과 뭉클함이 몰려왔다”고 전했습니다.

동물구조단체 리버스의 김용환 대표는 "구조 당시 탈장견에게서 지독한 피비린내와 썩은내가 났다"며 구조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탈장견처럼 위중한 동물을 수술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전문 병원은 국내에 드뭅니다. 구조된 탈장견은 즉시 서울 노원구의 유기동물 전문 N동물병원으로 옮겨져 긴급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을 집도한 정욱헌 수의사는 “튀어나온 부위는 암컷 생식기로 괴사가 진행되고 있어 상당 부분 제거했다”면서 “그 상태로 지금까지 살아있는 게 대견할 정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2시간여 만에 축구공 크기의 탈장은 제거됐고, 로켓이는 3주간 입원치료를 받았습니다.

1년 넘게 튀어나온 탈장 부위는 상당 부분 괴사 상태였다. 로켓이는 탈장 제거수술을 받은 뒤 건강을 되찾았다. 서울N동물병원 및 제보자 제공

극적인 구조 성공 뒤에는 숨은 조력자 지윤씨가 있었습니다. 탈장견의 구조 및 수술비용 전액을 지원하고 이후 사회화 교육을 전담하기로 한 시민입니다. 그는 “아픈 동물이 구조돼 수술을 마치면 모든 관심이 사그라진다”며 “이후 보호처를 마련하고 사회화를 도와야 하므로 구조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전했습니다.

지윤씨는 자택에서 로켓이의 퇴원 이후를 준비했습니다. 오랜 산속 생활과 탈장의 통증으로 인한 경계심을 달래기 위해 울타리를 두른 방에 임시 보호 공간을 마련했죠. 지난 3월 퇴원한 로켓이는 경기도 의왕의 아파트로 옮겨졌습니다.

“구조는 끝이 아닌 시작”…힘겨웠던 9개월 사회화

제보자는 3개월간 정성껏 로켓이를 돌봤습니다. 그동안 로켓이는 제보자의 손길을 허락하고 간식을 받아먹는 수준이 됐지만 산책을 위한 목줄 착용이나 목욕 같은 높은 단계의 교감은 거부했습니다. 지윤씨는 “일반인 수준에서 밥을 챙겨주고 어루만진다고 사회성을 기를 수 없더라”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수소문 끝에 행동교정 전문가 나비쌤(40·예명)을 만납니다. 나비쌤은 학대 트라우마를 겪거나 들개화가 진행된 유기견을 가르치는 전문가입니다.

지난 7월 행동교정사가 로켓이의 목줄 교육을 도왔다. 하루 방문으로 목줄 적응 및 야외 산책까지 단번에 개척했다. 이후 제보자는 3개월 반복 연습으로 로켓이의 적응을 도왔다. 제보자 제공

지난 7월 로켓이의 첫 방문교육이 이뤄졌습니다. 로켓이는 처음 착용한 목줄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고 몸부림치다 집안 가구를 부숴 버렸습니다. 오랜 경력의 전문가가 보기에도 손에 꼽을 정도의 격렬함이었죠. 하지만 나비쌤은 목줄을 굳게 잡은 채 로켓이가 차분해지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는 “들개에게는 낯선 상황을 회피하려는 강한 생존 본능이 있다”면서 “목줄이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는 경험을 전달하는 과정”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행동교정사 나비쌤은 약 40마리의 들개 사회화에 성공한 전문가다. 그는 "로켓이는 모든 것들이 사람하고 멀어져 있어 교육 과정 자체가 험난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30분 뒤 로켓이가 잠잠해졌습니다. 목줄에 익숙해진 겁니다. 로켓이는 나비쌤의 목줄이 이끄는 대로 집안 곳곳을 돌고, 내친김에 야외 산책도 하는 등 교육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행동교정사가 로켓이의 새로운 사회성을 개척한 셈입니다. 이날의 학습을 반복훈련으로 정착시키는 것은 보호자의 몫입니다.

3개월의 반복훈련, 전문가도 감탄한 결과물

행동교정사는 로켓이가 익혀야 할 단계별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간단한 간식 주기, 리콜(이름을 부르면 다가오기)교육을 비롯해서 목줄을 곁에 두고 식사하기, 이후 익숙해지면 목줄 착용하고 산책하기 등 점차 고난도 과제를 부여했죠.

경계심 강한 개를 가정에서 교육하기는 매우 까다롭습니다. 사회성 교육 외에도 승강기, 계단, 초인종 등 낯선 사물에 대한 경계심에도 대응해야 합니다. 로켓이 처지의 유기견들이 가정에서 임시보호받지 못하고 대부분 보호소에서 안락사당하는 주원인입니다. 지윤씨는 “로켓이의 가정교육에 성공해서 안락사가 아닌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싶다”며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제보자는 3개월간 빠짐없이 교육과제를 수행했다. 목줄 착용을 시도하다 쌓아온 관계가 무너지기를 수 차례 반복했지만 결코 로켓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제보자 제공

지윤씨는 3개월간 로켓이의 행동 과제를 하루도 빠짐없이 수행했습니다. 첫 1~2주간 목줄을 곁에 두고 간식 먹기, 다음 3주간 목줄에 목을 넣고 간식 먹기, 그 뒤로는 목줄 착용 후 집안산책에 성공하더니 지난 8월 마침내 계단 오르내리기, 승강기 탑승 및 바깥 산책에도 성공합니다.

나비쌤은 “꾸준한 교육이란 무엇인지 전문가인 저조차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면서 “이제 지윤씨는 로켓이 처지의 다른 구조된 개들도 사회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됐다”고 평가합니다.

취재진과도 편안한 산책…로켓이의 미래는

지난달 24일, 로켓이가 서울 서초구의 헬프유기동물의료센터에서 종합검사를 받았다. 해당 병원은 유기 및 학대 트라우마가 있는 동물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며, 치료비를 50~70% 할인해준다. 로켓이를 진료한 박기범 수의사(좌측)는 "우려했던 것보다 사회성이 양호하며, 치아 및 관절 상태, 면역력도 매우 우수하다"고 진단했다. 김채연 인턴PD

지난달 24일 취재진은 경기도 의왕의 임시보호처에서 로켓이를 만났습니다. 지윤씨의 4살 반려견 봉숙이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고, 주인공 로켓이는 거실 창가의 쉼터에 앉아 지긋이 취재진을 바라봤습니다. 로켓이는 처음에는 긴장했는지 취재진이 건넨 간식을 외면했지만 10여 분 뒤에는 간식을 받아먹고 편안한 표정을 짓더군요.

지윤씨가 산책줄을 집어 들었습니다. 로켓이가 다가와 목줄을 받아들이면서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로켓이의 산책 태도는 매우 훌륭하더군요. 갑작스러운 돌진, 팽팽한 줄다리기는 전혀 없었습니다. 기자도 로켓이의 산책줄을 들어보았는데요. 동행자의 걸음 속도와 방향까지 읽는 로켓이 덕분에 단 한 번의 줄 당김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로켓이는 공격성이 없으며 산책 예절을 잘 배운 모범적인 아이입니다" 지난달 24일 만난 로켓이 모습. 동물병원에서 마주친 고양이에게 전혀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채연 인턴PD

이날 동행한 나비쌤은 “오히려 줄 당김과 돌진을 반복하는 봉숙이가 더 문제견 같다”며 농담을 건넸습니다. 비록 흔한 반려견의 애교는 없지만 로켓이는 산책, 배변 교육, 목욕 및 발 만지기 등 필요한 사회성을 대부분 갖췄으므로 일반 가정에 입양 가도 문제없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사회화에 성공한 로켓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대모 격인 지윤씨는 바쁜 직장 생활로 인해 로켓이를 평생 품을 수는 없는 처지입니다. 그는 “18㎏의 진도믹스가 국내 입양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대형견을 좋아하는 미국 등 해외입양을 기대한다. 그래서 로켓이라는 영어 이름을 지어준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국내 입양의 희망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북한산 탈장견에서 반려견으로 거듭나려는 로켓이의 도전을 응원해주세요. 입양에 관심 있는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 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북한산 탈장견에서 반려견으로 거듭나는, 로켓이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18kg 진도 믹스견, 암컷(중성화o), 3살 추정
=여성스럽고 차분한 성격, 잔짖음 없음
=산책을 좋아하며 고양이, 다른 견공과 사회성 훌륭
=배변패드 성공률 95% 이상, 예방접종 완료
=하루 1~2회 산책, 월 1회 근황을 공유해줄 보호자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이름/나이/전화번호/로켓이의 거주공간 사진/간단한 입양자 소개를 이메일 sheil83@daum.net으로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이성훈 기자 김채연 인턴 PD tellme@kmib.co.kr

[개st하우스]
차소리에 쪼르르…공장지대 유기견 살린 ‘1년 우정’ [개st하우스]
온동네가 7시간 발칵…실종견 꼬미 결국 찾아냈다 [개st하우스]
“내일부터 리키” 해외입양 축복이 마지막밤 [개st하우스]
태평양 건너 리키로… 유기견 축복이의 견생역전 [개st하우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