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獨)한 것들] ”내가 아이보다 먼저 죽어도 되는 세상”

모두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학교 가는 길

영화 '학교 가는 길' 스틸컷.

여러분은 학창시절 학교 가는 길을 기억하시나요? 걷거나 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하는 길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다닐 학교가 없어 다른 지역까지 이동해야 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지현이는 3년 동안 매일 왕복 3시간을 스쿨버스에서 보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지현이처럼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죠. 2020년 전국 182개 특수학교 재학생의 46%가 왕복 1~4시간 거리에서 통학하고 있습니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에게는 학교 가는 길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죠. 2017년,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학교 설립을 요구하며 무릎을 꿇은 이유입니다. 영화 ‘학교 가는 길’은 서울 서진학교가 문을 열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 '학교 가는 길' 스틸컷.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공진초등학교는 2015년 2월 폐교되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부지에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김성태 전 의원이 국립한방병원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입니다. 지역 활성화를 바랐던 주민들은 김 전 의원의 공약에 환영했습니다.

영화 '학교 가는 길' 스틸컷.

하지만 공진초가 폐교된 것도 소외계층에 대한 차별 때문이었습니다. 가양동 일대는 1990년 정부가 주택난 해소를 위해 국대 최대 규모의 영구임대아파트 단지를 조성한 곳입니다. 임대아파트와 학군을 분리해 달라는 일반분양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을 교육청이 수용하며 공진초등학교에는 가양 4,5단지에 거주하는 학생들만 남게 되었습니다. 2015년 폐교 당시 공진초 전교생 106명 중 90%가 복지대상자였습니다. 임대아파트 지역과 주민에 대한 기피현상이 폐교로 이어진 것이죠. 그 차별은 특수학교 설립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혐오적인 표현이 난무했습니다. 그럼에도 장애학생 부모들은 학교만은 포기할 수 없다고 외쳤습니다.

영화 '학교 가는 길' 스틸컷.

1년 간의 긴 논의 끝에 2018년 공진초 부지에 특수학교 설립이 확정됐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3월 서울 서진학교가 개교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향후 통폐합 학교 발생시 해당 부지에 국립한방병원을 최우선 건립하는 데 협조하겠다는 조건 때문에 비판도 있었지만 교육권을 보장받는 장애학생의 수가 늘어났죠.

영화 '학교 가는 길' 스틸컷.

“우리 아이가 나보다 하루만 먼저 죽는 세상이 아닌 우리가 먼저 죽을 수 있는 세상. 그 세상 함께 반드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서구에 특수학교 설립을 요구한 부모들 대부분은 자녀가 교육을 마쳐 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자녀가 혼자 남아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장애인 교육을 위한 기본적인 시설마저 부족한 상황입니다. 2020년 기준 서울의 특수교육대상자 1만 2806명 중 특수학교에서 수용하는 학생은 34.6%에 불과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2040년까지 공립 특수학교 9곳을 설립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서진학교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주민들의 반발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그들과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학교 가는 길, 이런 분들에게 추천해요!

나는...
① 장애인 인권에 관심을 갖고 있다
② 사회적 차별을 개선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③ 교육 문제에 관심이 있다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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