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獨)한 것들] 우리는 시 쓰는 칠곡 할매들

뒤늦게 알게 된 배움의 기쁨, 칠곡 가시나들

오골계, 싱싱한 채소, 된장찌개... 할머니들이 시장을 돌아다니며 간판을 읽습니다. 팔십 평생 처음 글자를 배우니 늘 가던 시장 곳곳이 새롭게 보입니다. “글자를 아니까 사는 게 더 재밌다”는 박금분 할머니의 말처럼, 배움 학교의 늦깎이 학생들은 오늘도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있습니다.

영화 '칠곡 가시나들' 스틸컷.

“난 태어나서 우체국 한 번도 안 가봤어예. 갈 일이 없드라고. 부끄럽기도 하고...”

칠곡군 복성 2리 배움 학교 할머니들은 교육에서 소외된 세대입니다. 1930년대에 태어나 일제강점기를 겪었습니다. 조선총독부가 한글 교육을 금지해 글을 배울 수 없었습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경제적 이유 때문에 해방 이후에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한글을 배우고 할머니들의 일상이 변했습니다. 강금연 할머니는 난생 처음 우체국에 가서 아들에게 직접 쓴 편지를 보냈습니다. 할머니들은 살면서 느낀 점을 시로 남겼습니다. 어머니, 사랑, 어린 시절 꿈 등 주제도 다양합니다. 한 편 한 편 시를 쓰다 보니 주변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박금분 할머니의 표현대로 세상에 “시가 천지삐까리”였죠. 그렇게 한글은 할머니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가 되었습니다.

영화 '칠곡 가시나들' 스틸컷.

김재환 감독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노년을 바라보는 획일적인 프레임, 과거를 뜯어먹고 사는 회고 아니면 죽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칠곡 가시나들’ 속 할머니들은 배움을 통해 삶의 기쁨을 느낍니다. 그런 할머니들의 모습은 노년층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에 질문을 던집니다. 나이 드는 건 항상 서글퍼야할까? 재미있을 수는 없는 걸까?

영화 '칠곡 가시나들' 스틸컷.

유엔(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를 초고령사회로 분류합니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11월 1일 기준 고령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4%였습니다. 2000년 7.3%였던 것과 비교하면 빠른 속도로 고령 인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초고령사회가 가까워지고 있지만 노년층의 삶의 질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우울증 관련 진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공황장애를 앓는 60세 이상 노인은 2010년에서 2019년 5.2배 늘었습니다. 우울 관련 질환을 겪는 노인 역시 10만 명 이상 증가했죠.

고령층의 삶의 질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칠곡 가시나들’은 할머니들의 웃음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변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인생의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말이죠.

칠곡 가시나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해요!

①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를 보고 싶다
② 시골 풍경을 아름답게 담은 영화를 보고 싶다
③ 할머니들이 직접 지은 시가 궁금하다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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