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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만원 크리스마스 케이크 ‘품절’… MZ세대의 호텔 활용법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크리스마스 케이크. ‘화이트 트리 스페셜 케이크’(왼쪽 두 번째)는 25만원짜리로 오는 25일 판매분까지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코로나19 방역이 강화된 연말, 호텔을 즐기는 ‘스몰 럭셔리’가 뜨고 있다. 10만~20만원대 호텔 케이크는 홈파티용으로 빠르게 예약 마감된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호텔 패키지 상품도 반응이 뜨겁다. 호텔업계에서는 MZ세대(1980~2000년대생)의 ‘플렉스 문화’가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고 분석한다.

‘없어서 못 산다’…값비싼 호텔 케이크 품절 대란

22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2년째인 올해 호텔업계는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성장했다. 외국인 여행객과 해외 비즈니스 고객이 오지 않았지만, 빈틈을 MZ세대를 중심축으로 하는 내수가 메웠다. 프리미엄 소비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20, 30대들이 새 흐름을 이끈다.

올해 연말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호텔 케이크 품절사태’다. 인스타그램과 각종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5만원부터 25만원 수준에 이르는 호텔 케이크 구매 ‘인증샷’이 공유되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절정인 오는 24, 25일과 31일에 케이크는 대부분 예약 마감됐다.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이 한정판으로 출시한 ‘화이트 트리 스페셜 케이크’는 25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매진됐다. 웨스틴 조선 서울의 조선델리 케이크도 일부 상품은 품절됐다.

롯데호텔서울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은 이미 지난달 말에 조기 마감했다. 신라호텔도 연말 대부분의 예약이 끝난 상태다. 켄싱턴 호텔 여의도의 24~25일 크리스마스 케이크 2종 가운데 하나는 매진됐고, 나머지 하나도 품절이 임박했다. 켄싱턴 호텔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주요 고객은 20대”라면서 “20대 소비자의 예약률이 55%에 이른다”고 전했다.

예약 마감을 이어가고 있는 호텔 케이크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지난 주 판매 마감된 인터컨티넨탈 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 판매 마감을 앞둔 켄싱턴 호텔 여의도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11월 말 예약이 끝난 롯데호텔 서울 크리스마스 케이크, 호텔 케이크 붐을 일으키는 데 한 몫 한 서울신라호텔 화이트 홀리데이 케이크. 각사 제공

케이크나 디저트는 MZ세대가 선호하는 대표적인 ‘스몰 럭셔리’ 아이템이다. 호텔 케이크는 크리스마스처럼 특별한 시즌이 아니어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롯데호텔서울과 롯데호텔월드의 망고 케이크는 올해 여름철에 매월 1000개씩 팔리면서 역대 최대 판매기록을 세웠다.

롯데호텔에 따르면 시그니엘 서울의 페이스트리 살롱 매출은 전년 대비 3배가량 뛰었다(1~11월 기준). 롯데호텔서울 페닌슐라 라운지와 시그니엘 서울 페이스트리 살롱 방문객의 70% 이상은 MZ세대다.

MZ세대 소비자들이 호텔에서 값비싼 디저트를 구매하기 시작한 것은 4, 5년쯤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만~5만원 수준에서 즐길 수 있는 ‘망고빙수’ ‘딸기 뷔페’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진입장벽을 낮췄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여행이 막히자 프리미엄 소비에 적극적인 MZ세대가 호텔로 눈을 돌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잇따른 품절도 연장선 위에서 볼 수 있다. 신라호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3~25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출시한 크리스마스 케이크 2종의 판매량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3.8배 늘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은 케이크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시기라는 걸 감안했을 때 생산 가능한 최대치가 ‘완판’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MZ세대의 호텔 문화…인증샷과 모임을 위한 최적의 장소

MZ세대들은 인증샷을 찍고 소셜미디어에서 선보이기에 좋은 ‘인스타그래머블’한 호텔을 선호한다. 강렬한 비주얼을 보여주는 공간, 요리, 굿즈를 하나라도 갖추고 있다면 기꺼이 그 호텔에서 지갑을 연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또는 가족 단위 숙박을 위해 묵는 게 아니라 ‘특별한 모임’을 위한 투숙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안다즈 서울 강남에서 20~30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 '레이디스 나이트 시즌 2 with 글린트' 패키지 이미지. 안다즈 서울 강남 제공

안다즈 서울 강남은 MZ세대를 집중 공략하는 패키지로 호응을 얻고 있다. 최대 4인까지 추가 비용 없이 투숙할 수 있고 조식 외에 와인, 케이크 등을 제공하는 패키지는 이용객의 70%가 2030세대 여성이다. 안다즈 서울 강남 관계자는 “높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을 호텔에서 보내며 인스타그래머블한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MZ세대는 아낌없이 돈을 쓰지만 이른바 ‘호갱’이 되지 않으려고 애쓴다. 소셜미디어, 커뮤니티 등으로 합리적 소비 방법을 찾아낸다.

최근 1, 2년 사이 호텔 멤버십 서비스의 가입자가 늘어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 따르면 2013년 론칭한 연간 유료 멤버십(아이초이스)의 회원 가입은 올해 최대치를 찍었다. 지난해보다 약 55%, 2019년보다 약 30% 증가했다. 이 가운데 20대 가입자는 전년 대비 6배, 30대는 2.3배 늘었다. 가입자 평균 연령은 약 46세로 지난해 평균(51세)보다 다섯 살이나 낮아졌다.

인터컨티넨탈 호텔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호캉스’가 대중화된 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여행이 줄면서 연중 할인과 숙박권이 제공되는 호텔 멤버십 선택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인덜전트 윈터 패키지'.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제공

새 호텔에 대한 선호도도 높다. 이른바 ‘오픈발’이 호텔에도 강력하게 작용한다.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처럼 올해 새로 문을 연 호텔들은 소셜미디어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 고객들이 호텔체인 브랜드나 접근성을 중시한다면, MZ세대 국내 고객들은 ‘사진 찍었을 때 예쁘게 나오는 곳’을 선호한다”면서 “5성급 호텔이 아니거나 호텔 방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압도적이지 않더라도 ‘예쁘고 특별한 느낌’을 주면 만족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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