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피해 보상금 기부한 ‘익명의 기부천사’ [아살세]

미라클워커엔터테인먼트가 주관하는 ‘꿈꾸는 음악학교’에 참여한 한 아이가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는 문구를 쓰고 있다. 미라클워커엔터테인먼트 제공

석면에 장기간 노출돼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은 익명의 50대 여성이 “좋은 일에 써달라”며 석면 피해 보상금을 비영리단체에 기부했습니다.

2일 비영리 사단법인 미라클워커엔터테인먼트(대표 김미영)에 따르면 후원자 K씨는 최근 취약계층 아이와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석면 피해 보상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는 단체와 올해 1월부터 매달 150만원씩 후원금을 내기로 약정했습니다.

K씨는 2020년 3월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았고, 지난해 9월 석면피해구제제도를 통해 보상금을 받게 됐습니다. 석면 피해로 건강을 잃고 고통받는 그에게 단비와 같은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K씨는 치료 대신 아이들을 돕는 데 보상금을 쓴 것입니다. 그의 선행 덕분에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학습의 기회를 잃었던 아이들이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됐습니다.

미라클워커엔터테인먼트는 합창을 통해 저소득층 아이들의 내적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꿈꾸는 음악학교’를 통해 인문학적 사고를 결합한 합창교육을 진행하고 있죠. 후원금은 꿈꾸는 음악학교 학생들을 위해 쓰일 예정입니다. 김미영 대표는 “다음 세대에게 음악으로 꿈을 찾게 하고, 그 꿈으로 세상에 빛과 소금으로 살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마음에 시작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평소에도 해당 단체를 후원하고 있다는 K씨는 “이 사회에 소금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K씨는 ‘익명 보도’를 요구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처음에 먹은 마음이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라 생각한다. 그걸 실행하기 전까지 마음이 흔들리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일이 더 많은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김 대표는 K씨의 말을 전하며 “이번 장학사업에 이름은 ‘징검다리’이다. K씨가 직접 정했다. 어려운 사람들은 순간순간마다 고비가 있다. 그 고비를 넘어갈 때 징검다리가 되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에 K씨의 기부 의사를 듣고 아무 말도 못했다”며 “그 돈을 자신을 위해 쓸 수도 있는데 기부한다는 말에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너무 감사했고 이렇게 받아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되게 힘들었던 돈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K씨의 후원 소식에 일부 암 환자들도 기부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코로나로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취약계층 아이들이 겪는 우울증은 심각할 정도”라며 “K씨의 소중한 마음과 헌신이 사람들에게 전달된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 더 아낌없이 배려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한다면 소외된 아이들이 자존감을 높이고 스스로 꿈을 찾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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