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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배신 그리고 추락…먹튀·문어발 확장에 32조 증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카카오페이 제공

국내 대표적 혁신기업으로 불린 카카오가 ‘먹튀’ 논란에 휩싸이면서 추락하고 있다. 류영준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가 10일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여파로 카카오뿐 아니라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계열사 주가가 줄줄이 하락하면서 애꿎은 ‘개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문제에다 이번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 논란까지 겹치면서 카카오가 기존 재벌들의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카카오는 이날 “류 차기 최고경영자 내정자가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카카오 이사회는 임직원 의견을 종합적으로 숙고해 이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카카오는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와 임직원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류 내정자가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지난해 11월 25일 내정 이후 46일 만이다.

류 내정자의 자진사퇴는 국회에서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까지 논의될 정도로 여론이 악화한 데다 카카오 노조의 퇴진 압박이 거세지면서 전격 이뤄졌다. 그는 지난해 12월 10일 임원들과 함께 카카오페이 주식 900억원어치를 매각했고, 개인적으로 469억원을 현금화했다.

류 내정자의 향후 거취나 남은 스톡옵션 48만주에 대한 처분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류 내정자는 오는 3월까지인 카카오페이 대표 임기는 예정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류 내정자와 함께 스톡옵션을 행사한 신원근 카카오페이 차기 대표 내정자에 대한 논의도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 경영진이 상장 직후 법적인 테두리를 피해서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건 흔한 일은 아니다”며 “카카오페이의 성장성을 보고 장기투자하는 개미들의 투자 의욕과 기업 신뢰를 크게 떨어뜨린 행위”라고 말했다.


이 후폭풍으로 지난해 장중 한때 17만원을 돌파했던 카카오의 주가는 이날 3.4% 하락한 9만660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43조745억원으로 전고점(75조2461억원) 대비 32조1716억원 줄었다. 카카오페이 역시 지난해 11월 말 23만8500원까지 올랐지만 경영진 주식 매도 논란 이후 꾸준히 하락해 14만8500원으로 마감했다. 전고점 대비 주가가 37.7% 빠졌다. 카카오뱅크 역시 전장보다 7.09% 떨어진 5만1100원으로 마감해 상장 이후 최저가를 나타냈다.

경영진 먹튀 논란으로 불거졌지만 카카오 주가 하락의 근본 원인은 문어발식 자회사 확장 및 ‘묻지마’ 상장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카카오톡’으로 시작한 카카오는 게임과 은행, 증권, 엔터 등 각 분야에 자회사를 만들며 사업을 확장했다. 카카오는 이들 자회사의 사업이 성공해 자리를 잡으면 즉시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2020년 9월에는 카카오게임즈가 코스닥에 입성했고, 지난해 8월과 11월에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코스피에 연달아 상장됐다. 경쟁사인 네이버가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하지 않는 것과 대비된다.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가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면서 성장 동력을 키우기보다는 기존 업체 인수나 제휴 등을 통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수익 극대화 전략을 꾀한 셈이다.

이번에 논란이 됐던 카카오의 모·자회사 중복 상장은 핵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상장시키는 ‘쪼개기 상장’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막대한 가치를 지닌 자회사가 증시에 따로 상장되면 모기업인 카카오의 주주 가치는 점차 희석될 수밖에 없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네이버는 네이버 주식만 갖고 있으면 혜택을 보는데 카카오는 자회사 상장으로 기존 주주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자회사 중복 상장으로 인해 주주 간 이해가 상충한다는 문제도 계속 제기됐다. 카카오는 올해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를 상장할 계획이다.

카카오 추락의 중심에는 ‘오너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류 내정자를 지난해 11월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했다. 이후 류 내정자는 카카오페이 주식을 상장 한 달 만에 다른 임원들과 함께 대량 매각했다. 성장의 과실을 일부 고위경영진에게 몰아주는 김 의장 식 리더십이 사달을 낸 셈이다. 경쟁 당국 한 관계자는 “김 의장의 가족회사 지분구조를 들여다보면서 과거 재벌 오너 일가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

향후 카카오는 안팎으로 악재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과 금리 인상 기조는 카카오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 돈의 가치인 금리가 오르면 미래 성장세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카카오 같은 기업의 평가 가치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4분기 카카오 실적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목표주가를 잇달아 낮췄다. 성종화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7295억원, 1101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 전망치에 모두 미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목표주가를 16만원에서 13만5000원으로 내렸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주요 자회사의 기업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며 “핵심 자회사 상장에 따른 투자자 분산은 카카오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방극렬 김경택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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