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내고 옵서양”…대선 바람 타고 제주 ‘입도세’ 논란

이재명·심상정, 환경보전기여금·녹색입도세 신설 공약


대선을 앞두고 제주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인당 1만원 안팎의 ‘입도세(入島稅)’를 걷어 환경 보전 비용에 쓰자는 논의가 재점화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범여권 후보들을 중심으로 이런 목적의 ‘환경보전기여금’이나 ‘녹색입도세’ 신설을 공약하고 나서면서다.

제주도 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지역 간 형평성 문제 등으로 법제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지방세수 고민까지 해결할 수 있는 카드라는 점에서 이번 대선을 계기로 도입을 밀어붙이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가뜩이나 제주도 음식값 등이 비싸다는 불만이 큰 가운데 입도세가 도입되면 제주 관광비 부담이 늘고 관광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를 시작으로 다른 관광지도 줄줄이 입도세를 도입하는 등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 9월 제주를 방문해 제주도 방문객에 대해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공약했다. 그 후속 작업으로 최근 제주 서귀포 지역구인 위성곤 민주당 의원이 항만이나 공항을 이용해 제주를 찾는 모든 방문객을 대상으로 1인당 1만원씩 환경보전기여금을 내도록 하는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환경보전기여금은 2013년 한국법제연구원이 제주도 의뢰로 수행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처음 등장한 용어로, 관광지 환경오염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 기금이다. 엄밀히 말해 세금은 아니다. 입도세 도입이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 논란이 일자 이를 피하고자 만든 개념이다.
심 후보는 한 발 나아가 “제주에 들어와 생태 환경을 썼으면 지속 가능성을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단순한 기여금이 아니라 세금의 개념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며 녹색입도세 신설을 공약했다.

제주 지역이나 입도세 도입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해외 주요 관광지에도 현지의 자연·도시환경을 누리면서 환경오염을 유발하기도 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세 성격의 세금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은 숙박비 등에 숙박세를 매기는 형태로 관광객에게 세금을 물리고, 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 등은 자국 공항을 나갈 때 ‘출국세’를 물린다. 이 세금으로 관광 인프라 개선 등에 사용한다.

국내에서는 이런 성격의 세금은 없다. 다만 관광지나 회원제 골프장 등에 대해 부가가치세나 개별소비세 등이 이용료에 포함돼 부과되고 있다. 세금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국외 여행자에 대해 출국납부금을 항공권 가격에 포함해 걷어 국내 관광 진흥 재원으로 써왔다. 일각에서 입도세 신설이 ‘중복 부담, 중복 과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납세자협회 회장인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11일 “관광은 대체재가 있으므로 비용이 올라가면 그만큼 수요는 줄 수밖에 없다. 제주도 입장에서 자칫 1만원 받으려다가 3만~4만원을 놓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 4명 중 1명꼴로 제주도를 찾을 정도로 관광객이 급증하다 보니 폐기물과 환경오염 문제가 지역에서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제주의 생태 환경을 이용한 관광객이 그 비용을 내는 게 ‘수혜자 부담 원칙’에 맞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2018년 제주도가 의뢰한 연구용역에서는 인당 8170원을 부과하는 게 적절하다는 결론도 나왔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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