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열심히 치우세요^^” ‘조롱’ 위문편지에 “씁쓸…서럽다”

일부 커뮤니티서 ‘여성혐오’ 재발 우려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파이팅!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한 여고생이 군 장병에게 보내는 위문편지에서 이처럼 조롱 섞인 표현을 적은 사실이 알려져 온라인 공간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위문편지를 보낸 학교 소속 학생들에 대한 비하, 신상털기까지 난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또다시 ‘여성혐오’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무성의·조롱’ 편지에 “씁쓸하다”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군복무 중 받은 위문편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의 작성자는 “친구가 올려 달라고 해서 올린다”며 편지 캡처 사진을 공개했다. 작성자는 “대부분 다 예쁜 편지지에 좋은 말 받았는데 (친구만)혼자 저런 편지 받아서 의욕도 떨어지고 너무 속상했단다. 차라리 쓰질 말지 너무하다”라고 적었다.

자신을 ‘OO여고 2학년’으로 소개한 여고생은 “군인 아저씨 안녕하세요? 추운 날씨에 나라를 위해 힘써서 감사합니다”라며 “군 생활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사세요^^”라고 편지 서두를 적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인생에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라며 “저도 이제 고3이라 죽겠는데 이딴 행사 참여하고 있으니까 님은 열심히 하세요”라고 언급했다. 그 아래에는 “군대에서 노래도 부르잖아요. 사나이로 태어나서 어쩌구~”라고 적었다가 두 줄로 삭선을 긋고 “지우래요;;”라고 적었다.

이 학생은 “그니까 파이팅~”이라며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라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편지의 작성 일자는 지난해 12월 30일로 기재돼 있었다.

이 글에는 “선생은 검수를 안 하느냐. 이렇게 쓸 거면 보내지 말아야지” “곧 입대인데 너무 씁쓸하다” “군대에서 다치고 나왔는데 이런 거 보면 서럽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별점테러·신상털기 난무…일부 재학생 사과
이 편지는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빠르게 확산됐다. 해당 편지 이후 군인에 대한 성희롱과 조롱 내용이 담긴 또 다른 편지가 SNS에 추가로 올라오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해당 고등학교의 구글 리뷰 평점은 5점 만점에서 1점대로 떨어진 상태다. 위문 편지 논란을 알게 된 누리꾼들이 ‘별점 테러’를 한 탓이다.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신상털기’까지 이뤄지고 있다.

위문편지 논란이 번지자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일부 학생은 SNS에 해명 글을 올렸다. 한 학생은 학생증 인증사진을 올리고 “염치없지만 변명을 해보자면 학교에서 봉사시간을 빌미로 거의 강제적으로 쓰게 했다”며 대신 사과를 표시했다.

이 학생은 “말이 봉사시간이지 선생님들도 계속 쓰라고 하는 분위기여서 아마 저 학생들도 분위기에 휩쓸려 억지로 쓰다가 화가 난 것 같다”며 “물론 저 학생들 잘못이 맞지만 학교 전체를 싸잡아 페미라고 단정하고 욕하는 분들이 많아서 속상하다”고 적었다.

또 다른 학생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글을 올려 “모든 학생이 논란이 됐던 편지처럼 쓰지 않았음을 기억해 달라. 저도 편지를 쓸 때 정성 들여 썼다”며 “국군 장병이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잘 알고 그분들 덕분에 오늘밤에도 따뜻한 이불을 덮고 잠을 잘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SNS에는 이 학교에서 ‘위문편지 작성에 대한 유의사항’이라며 학생들에게 나눠준 안내문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안내문에는 ‘군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는 내용은 피한다’며 적으면 안 되는 내용의 예시로 ‘추운 데서 고생해서 너무 불쌍하다’를 언급한 대목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무리한 ‘마녀사냥’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반강제적으로 위문편지를 쓰게 하자 불만을 품은 학생이 장난을 친 것인데, 지나친 반응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학생 행동이 명백한 잘못이라는 지적과 함께 “여자가 잘못하면 여성집단 혐오로 넘어가는 현상이 지긋지긋하다”는 반응도 나타났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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