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조롱 편지’ 논란 확산…“편지 강요 안돼” 지적도

여고에서 작성한 위문편지 온라인에 공유
누리꾼들 “군인 비하” 분노 표출
“여학생에게 위문편지 강요” 지적도

논란의 위문 편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에 위치한 한 여자고등학교의 재학생이 군 장병을 조롱하는 내용을 담은 위문편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학교명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소속 학생들에 대한 비하 발언마저 나오고 있다. 군인을 조롱하는 편지를 쓴 학생도 문제지만 여학생에게 위문편지를 쓰도록 하는 행사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학교 측은 12일 “행사와 관련해 물의가 발생한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 조롱에 누리꾼 분노

논란은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위문편지 한 장이 공개되며 시작됐다. 편지에는 “군 생활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하세요” “앞으로 인생이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 “군대에서 노래도 부르잖아요. 사나이로 태어나서~”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른 편지를 보면 “사기를 올리는 내용을 고민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쓸만한 게 없다” “군대에서 비누는 줍지 말아라” “집 가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똑같을 것 같다”고 적혀 있다. 작성자는 자신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작성 일자는 지난해 12월 30일로 기재돼 있다.

편지를 본 누리꾼들은 해당 학생이 조롱 섞인 말투로 군인을 비하했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이 글에는 “가뜩이나 군 생활을 하는 것도 서러운데…” “저 군인은 정말 기분이 나빴을 것”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편지를 보낸 것이냐” “학교 측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논란의 위문 편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위문편지를 보낸 학교와 소속 학생을 비하하며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편지가 SNS와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되며 논란은 더 거세졌다. 일부 누리꾼은 편지를 보낸 학생의 신상 정보를 알아내겠다고 언급하거나 학교에 직접 항의 방문하겠다고 했다.

이 학교의 포털사이트 리뷰란에는 ‘별점 테러’가 잇달았다. 누리꾼들은 “어떻게 된 학교길래 이런 학생이 있는 것이냐” “명문 여고의 이미지가 제대로 실추됐다” “학생들 인성부터 제대로 가르쳐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를 표출했다. 학교의 평점은 5점 만점에서 1점대로 추락했다.

온라인상에서 큰 파장을 일자 재학생들의 해명도 나왔다. 자신을 학교 재학생이라고 소개한 학생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명백하게 해당 학생이 윤리적으로 잘못했다. 청춘을 희생하며 봉사하는 군인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고 사과했다. 이어 “학생과 학교 모두 비판을 달게 받아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비판을 넘어 개인 또는 학교에 대한 비난은 하지 않아 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성인 남성에게 ‘위문편지’ 강요 비판도

또 다른 편에선 여자고등학교에서 군부대에 위문편지를 쓰는 행사가 강요되고 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SNS에 올라온 재학생들 증언을 종합하면 이 학교는 오래전부터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자매결연을 한 특정 부대에 위문편지를 작성하도록 요구했다.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고, 점수를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편지를 썼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학교에서는 행사를 위해 편지지, 편지 봉투를 학생 본인이 준비하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자고등학교에서 강요하는 위문편지 금지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위문편지가 여고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며 “편지를 쓴 학생에게 어떤 위해가 가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위문편지를 써야 한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성년자에 불과한 여학생들이 성인 남성을 위로하는 편지를 억지로 쓰는 게 얼마나 부적절한지 (다들) 잘 아실 것”이라고 적었다.

여성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는 “2022년에 아직도 이런 학교가 있느냐” “마음에도 없는 편지를 왜 억지로 써야 하는가” “명백한 감정노동이다” “군인에게는 감사하지만 일면식도 없는 성인 남성에게 편지를 쓰고 싶진 않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은 “위문편지를 쓰는 것에 대해 학생들의 불만이 많았는데, 그중 일부가 이렇게 표출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학교 측 “1961년부터 진행됐던 행사” 사과문 올려

학교 측이 위문편지를 작성하는 학생들에게 배포한 편지 작성시 유의사항.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학교 측은 논란이 일자 12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학교 측은 “관련 행사는 1961년부터 시작해 해마다 이어져 오는 행사이며 통일과 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활동으로 삼고 있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위문편지 중 일부의 부적절한 표현으로 인해 행사의 본래 취지와 의미가 심하게 왜곡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본교에서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국군 장병 위문의 다양한 방안을 계속 강구하고 있다”며 “향후 어떠한 행사에서도 국군 장병에 대한 감사와 통일 안보의 중요성 인식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목적이 훼손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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