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냐 인격권이냐…김건희 통화 가처분 쟁점은

김건희 통화 보도 가처분 심문 14일 진행
보도의 자유, 김건희 인격권 침해 등 쟁점
법원 이른 시일에 결정 내릴 듯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분량 통화녹음 파일 보도와 관련한 가처분 신청 심문 기일이 14일로 지정됐다. 해당 심문에서는 보도의 공익성 및 표현의 자유와 김씨의 인격권, 명예권 중 어떤 가치가 더 중요한지에 대해 치열한 다툼이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수석부장판사 박병태)는 김씨 측이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을 14일 오전 11시에 열기로 했다.

심문에서는 김씨 측과 MBC 측 법률대리인이 각각 나와 의견을 내게 된다. 법원은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7월~12월 초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촬영 담당 A씨와 10~15회 통화했다. MBC는 A씨로부터 통화 녹음 파일을 넘겨받았고 오는 16일 시사 프로그램에서 방송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전날 입장문에서 “김씨에게 ‘악의적 의혹 제기자에 대한 대응을 도와주겠다’는 거짓말로 접근해 모든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며 “대선 시점에 맞춰 제보 형식을 빌려 터트리는 등 의도적으로 기획된 특정 세력의 정치공작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녹취록 공개를 악의적인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또 통화를 녹음한 A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악마의 편집을 통한 의도적 흠집 내기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 공동취재사진

보도금지 가처분…공인에는 까다롭게 판단

언론보도 및 출판 금지 등에 대한 가처분은 법원에서 통상 까다롭게 판단하는 편이다. 법원이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 등을 중요한 가치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인, 공직자 등 공인에 대한 국민적 의혹 보도는 명백한 허위사실이 담겨 있지 않는 이상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보도 내용이 명백히 허위사실이고 편파적이거나, 공공의 이익보다는 개인에 대한 현저하게 악의적인 공격으로 판단될 경우 가처분이 인용될 수 있다.

보도 당사자의 인격권 피해가 회복될 수 없는 수준인지, 반론은 제대로 담고 있는지, 보도의 공익성은 어느 정도인지도 가처분 심문의 쟁점이 될 수 있다.

심문이 열리게 되면 김씨 측은 해당 통화 내용이 사적인 통화였으며 내용이 보도될 경우 김씨 개인의 인격권이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MBC 측에서는 김씨가 대선 후보 부인인 만큼 통화 내용 보도의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김씨와 A씨 간의 음성 파일에는 문재인정부 비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등과 관련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김씨가 공적 인물에 해당하는지, 해당 통화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 김씨의 인격권을 현저하게 훼손하는 것인지, 보도 내용이 김씨에게 현저하게 악의적인지 등을 따져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해당 내용이 직접적인 통화 녹음 파일인 만큼 허위사실 여부는 쟁점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도금지 가처분 사건에서 신청인의 주장이 인용된 사례로는 그룹 듀스 멤버 고(故) 김성재씨의 전 여자친구가 지난 2019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사건이 있다. 당시 서울남부지법은 “신청인의 인격과 명예에 중대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방송을 방영하려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전 여자친구가 사인인 점, 방송이 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당시 김성재씨 사인과 관련한 의문점들을 방송할 계획이었다. 전 여자친구는 앞서 김성재씨 살인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었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에서 광주지법은 “회고록에 허위사실을 적시, 5·18민주화운동과 그 참가자들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했다”며 신청을 인용한 바 있다.

반면 표현의 자유 및 공익성 등을 강조해 가처분을 기각한 사례들도 있다. 수원지법은 지난해 11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과 관련해 화천대유자산관리가 ‘대장동 의혹’ 최초 보도기자를 상대로 낸 보도 삭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언론 보도 삭제나 표현 행위의 사전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의 중요성에 비춰 엄격한 제한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보전 필요성의 존재 여부는 일반적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보다 더 신중하게 판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2020년 신라젠 관련 의혹과 관련해 MBC를 상대로 낸 보도금지 가처분 신청, 서청원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2017년 호주 로또사업권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시사저널을 상대로 낸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은 법원에서 기각됐었다. 법원은 해당 사건들에서 공통적으로 보도 당사자들이 공적 인물이며 보도 내용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했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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