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치고 “어휴 재수없어” 50대, 엿새 전 마약했지만…

항소심, 징역 3년→4년 가중
검찰, 마약 취한 상태서 운전 주장
1·2심 모두 “단정할 수 없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을 차로 친 이후 사고 현장에서 “재수가 없었다”며 외친 50대가 항소심에서 형이 가중됐다. 가해자는 사고 엿새 전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법원은 교통사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춘천지법 형사1부(재판장 김청미)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2월 21일 오후 7시40분쯤 춘천시 근화동에서 무면허 상태로 스타렉스 승합차를 몰다가 건널목을 건너던 20대 B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사고 충격으로 B씨는 약 27m를 날아갔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목숨을 잃었다.

경찰이 사고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A씨는 바닥에 앉아 “어휴 재수 없어, 재수가 없었어”라며 큰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사건의 쟁점은 사고 당시 약물로 인해 정상적인 운전이 가능했는지 여부였다.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사고 엿새 전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죄’가 적용될 수 있었다. 이 경우 사고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중형에 처해진다. 업무상과실이나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죄’와는 형량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A씨는 마약 전과가 8회나 있었고 무면허운전으로 3번 처벌 받은 전력이 있었다. 이 때문에 검찰은 A씨가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을 가능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교통사고처리법상 치사죄가 아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죄 성립을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죄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전력만 가지고 피고인을 만성적 필로폰 남용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탈진과 수면 부족 등 증상은 필로폰이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서 나타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A씨가 사고 직전까지 상당한 장거리를 운전해왔고, 사고 직전까지 전화 통화를 했던 점에 따라 필로폰 만성작용 증상이 발현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항소심은 양형이 가볍다는 검찰 주장을 인정해 형량을 기존 징역 3년에서 4년으로 늘렸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횡단보도에서 녹색 신호에 따라 길을 건너던 중이었으므로 피해자에게 돌릴 책임이 전혀 없는 반면, 피고인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충분히 피해자를 식별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약류는 개인은 물론 사회 전반에 끼치는 해악이 크며, 마약류 범죄와 교통법규 위반 범행을 단절하지 못한 채 누범 기간 중에 이 사건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과 재범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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