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심장 이식男’ 알고보니 흉악범…34년 전 동창 반신불수 만들어

데이비드 베넷, 동창에 칼 휘둘러 반신불수 만들어
10년 선고 받고 6년 복역
피해자 측 “기회는 받을 자격 있는 사람에게 돌아가야”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 된 돼지 심장을 이식 받은 데이비드 베넷(오른쪽). 과거 그가 저질렀던 범죄가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메릴랜드대 메디컬 센터 제공

레슬리 슈메이커 다우니는 지난 월요일 딸에게 온 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딸은 기사 하나를 전송했는데, 유전자 변형 돼지 심장을 사람에 이식하는 수술이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다우니는 기사 내용보다 거기 실린 남성의 이름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데이비드 베넷. 평생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메릴랜드대 의대에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베넷이 34년 전 22살이던 에드워드 슈메이커를 흉기로 9차례 찔러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에드워드 슈메이커는 다우니의 동생이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베넷은 1988년 4월 자신의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던 고교 동창 슈메이커를 흉기로 7차례나 찔렀다. 그는 재판에서 의도적 살인 기도 등 중범죄 혐의는 벗었으나 폭력과 흉기 은닉·소지 등으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에게 보상금 지급도 명령 받았다.

베넷은 6년을 복역하고 1994년 석방됐다. 그러나 슈메이커가 사망할 때까지 보상금을 다 내지 못했다. 슈메이커는 이 사건으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평생을 휠체어에서 살았다. 그리고 각종 합병증에 시달리다 2005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2007년 41살에 사망했다.

이보다 앞서 1999년 다우니의 막내 동생은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슈메이커를 사건이 벌어진 술집에 데려다줬다는 자책감에 일을 그만 두고 약에 빠져살다가 28세 나이로 세사을 떠났다.

다우니는 “돼지심장 이식 소식을 보고 획기적인 과학성과라고 생각하다가 환자 이름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며 “사람들이 그를 영웅으로 부르는 게 가슴 아프다. 우리 가족에게 그는 결코 영웅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가족은 수년간 그의 범죄로 인해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며 “그는 새 심장으로 새 삶의 기회를 얻었지만 내 동생은 그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 심장은 자격 있는 사람에게 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WP는 강력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범인이 많은 이가 절실하게 기다리는 생명 구제 절차를 받는 다는 게 비양심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릴랜드대 측은 베넷의 범죄경력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으나 의료 서비스 제공자는 모든 환자를 배경이나 삶의 환경과 관계없이 치료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WP는 범죄 경력자에 대해 장기 이식이나 실험적 치료를 금지하는 법이나 규정은 없고 그런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연방정부와 윤리위원회 등의 공식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편 현재 수술 7일째인 베넷은 기대한 것보다 더 좋은 상태로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넷의 이번 수술과 관련한 비용은 얼마인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새로운 치료법의 시험 적용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메릴랜드대 병원 측이 전액 부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슈메이커의 유족은 이에 대해서도 분노를 표했다. 다우니는 가족이 범죄를 당한 동생의 치료비 등을 위해 베넷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340만달러(약 40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고 법원도 그에게 계속 지급 명령을 내렸으나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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