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전 학동참사 판박이…되풀이되는 후진국형 재앙

광주 도심 한복판에서 대형 참사 잇따라


‘언제까지 이런 참사를 지켜만 봐야 하나?’

광주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재앙으로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공법과 구조 설계단계부터 콘크리트 타설 등 시공까지 비용을 줄이는 데 몰두했다는 정황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불과 6~7㎞ 떨어진 학동 재개발 구역에서 철거건물이 도로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는 등 17명의 사상자가 난 참사는 어느새 먼 옛날얘기가 됐다.

공사 기간을 앞당겨 수익을 올리는 데 혈안이 된 건설업체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했다. 아파트 층수를 재빨리 쌓는데만 치중해 안전사고 예방은 항상 뒷전이었다.

시내버스 승객들이 억울하게 참변을 당한 철거건물 붕괴 참사 직후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은 철저한 안전관리와 사고 재발을 거듭 약속했지만, 이번에는 7개월여 만에 신축 주상복합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는 어이없는 사고로 안전불감증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구조 공학 전문가들은 붕괴 사고가 일어난 화정아이파크는 건축물 뼈대를 기둥과 바닥체로 구성하는 무량판 구조 공법이 사용됐다. 내부 옹벽이 거의 없는 셈이다.

이로 인해 바닥 슬래브를 지탱할 수직 부재가 부족했다. 동절기 공사에 따른 콘크리트 양생 강화 방안도 묵살됐다. 골조공사와 후속 공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속도전도 대형 참사의 원인이 됐다.

이준상 민주노총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 조직부장은 “하중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공법이 적용됐다”며 “먄약 내부 하중을 견디는 벽체식 구조였다면 37~38층에서 붕괴가 멈췄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중을 버티지 못해 벽면만 남고 내부 바닥이 모조리 붕괴됐다는 의미다. 크레인을 이용해 각종 자재를 올릴 때마다 굳지 않은 콘크리트 구조물에 충격 하중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했다.

참사를 막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뒷북 점검도 여전하다. 담당 지자체인 광주 서구는 “제2의 학동 참사가 우려된다”는 인근 주민과 상인들의 수차례 민원제기에도 그동안 묵묵부답이었다.

2019년 4월 사업승인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소음·진동·날림먼지·작업시간 미준수 등을 이유로 14건의 행정처분을 통해 12건의 과태료를 부과했을 뿐 불안에 떠는 주민들을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주민들은 그동안 1000번도 넘게 얘기를 했고 민원만 400건 가까이 접수했다고 밝혔다.

사고현장 옆 주상복합상가 자치회장 홍모씨(54)는 “서구에 수백 여건의 민원을 제기했으나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다”며 “공사장 상층부에서 쇠막대와 합판이 추락하고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지반 균열이 생겼지만,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런데도 우후죽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도심 곳곳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주택보급률이 106.8%로 전국 평균 103.6%를 넘어선 광주지역은 총 주택 64만169호 중 아파트가 44만2295호로 67.5%나 된다. 집 10채 중 7채 정도가 아파트인 셈이다.

붕괴사고에 따른 수색작업이 더딘 것도 문제다. 사고 나흘째인 14일 구조작업의 발목을 잡아 온 타워 크레인을 해제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지만, 실종자에 대한 수색 장기화는 불가피하다.

붕괴사고 현장에서 연락이 끊긴 실종자는 실리콘 작업자 3명과 소방설비 점검 2명, 배관 업무 1명 등 6명인 것으로 파악됐으나 아직까지 1명의 매몰 위치만 막연히 파악했을 뿐 전원의 생사조차 불분명하다.

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타워크레인 벽면 고정장치가 파손된 지 몇 분 후 외벽 붕괴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붕괴한 외벽 잔해가 수북이 쌓여 수색 구조가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학동 참사 대책위’는 “안전은 도외시한 채 공사 기간 단축에만 몰두해 사고가 난 것”이라며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는 본질적으로 학동 참사가 되풀이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1986년 광주에서 처음으로 604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한 HDC 현대산업개발은 붕괴사고가 발생한 화정아이파크 등 현재 광주에만 5곳에서 아파트 건립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20여 개 단지를 건립해 분양을 마쳤다.

화정동 아이파크 1블럭(316세대, 39층, 2022년 10월 입주)과 화정동 아이파크 2블럭(389세대, 39층, 2022년 10월 입주) 외에 계림동 아이파크 SK뷰(1750세대, 20∼26층, 2022년 7월 입주)에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운암주공 3단지와 학동4구역 무등산 아이파크 2차 등 2곳은 기존 건축물 철거작업을 하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