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0명에 중증화율 낮아”…청소년 방역패스 사실상 좌초

법원 “청소년 방역패스 합리적 근거 부족”
정부 “결정 아쉽다…17일에 입장 밝힐 것”

14일 서울의 한 백화점에 방역패스 확인용 기기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12~18세 청소년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을 모든 시설에서 정지시켰다. 오는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방역 당국의 청소년 방역패스 정책은 사실상 좌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청소년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방역패스를 도입하려 했던 정부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한원교)는 12~18세도 방역패스를 적용토록 한 서울시 공고의 효력을 정지했다. 이번 효력 집행정지 결정은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된다.

앞서 법원은 학원·독서실 등 교육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시켰었다. 이날 추가적으로 12~18세에 대한 방역패스는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아직 본안 소송이 남아있지만 법원이 청소년 방역패스 정책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정문에 명시한 만큼 본안 소송에서도 유사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결정은 법리적 이유로 서울시 공고에 대해 이뤄졌지만 다른 소송이 제기될 경우 유사한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결정이 상급심에서 뒤집히지 않는 이상 청소년 방역패스 정책 동력은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재판부는 청소년에 방역패스를 적용하기로 한 정책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질병관리청이 제출한 자료를 볼 때 12~18세 청소년의 경우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중증화율이 현저히 낮고 사망사례도 없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재판부는 또 청소년의 자기결정권 보장 필요성도 강조했다. 청소년은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이상반응, 백신 접종이 신체에 미칠 장기적 영향 등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개개인의 건강상태 등을 종합해 백신 접종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필요성이 성인에 비해 높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청소년에게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코로나19 중증화율이 상승하는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질병관리청은 소송에서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 시기가 오는 3월인 점을 고려할 때 효력정지를 해야 할 긴급한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접종기간과 효력발생기간 등을 고려할 때 약 6주 전부터는 백신 접종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청소년의 자발적인 백신 접종을 유도해 중증화율을 통제하는 게 방역 당국이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부득이 한시적으로 감염 취약시설이나 일부 다중이용시설에 방역패스를 도입하더라도 범위를 최소화해 백신미접종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청소년 접종률 증가폭 더 떨어질 듯

정부는 “법원의 판단을 아쉽게 생각한다. 법원의 결정 취지와 방역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공식적인 정부의 입장은 월요일(17일) 중대본 회의를 거쳐 밝히겠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4일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12~18세 청소년에 대해서는 17종 시설 전부에서 방역패스의 효력이 정지된다. 정부는 청소년 방역패스 시행을 통해 청소년 접종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앞서 독서실 등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이 정지된 후 청소년 접종률의 상승세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번에 추가적인 결정이 나오면서 청소년 접종률 증가폭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청소년 방역패스 시행의 쟁점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백신 접종은 해외사례를 볼 때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면서도 “방역패스는 헌법상 기본권을 최소 침해하는 방법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또 “방역패스를 시행하는 공중집합시설을 일괄 적용하기보다는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는 시설에 한해 핀셋 적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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