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임플란트 ‘간큰’ 횡령범… 단기 수익 좇다 쪽박

지난해 11월 화제의 엔씨소프트 ‘슈퍼개미’
알고 보니 오스템임플란트 횡령범과 동일인
횡령액은 2215억인데 엔씨 투자금은 3000억

12일 오후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서울 강서구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연합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45)는 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할 만큼 확실한 투자 정보를 접했던 것일까. 초라한 투자 성적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해 준다. 이씨는 횡령한 돈으로 약 9개월 동안 매매를 반복하며 1조28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정작 회수한 건 1조1800억원이었다. 아직 보유하고 있는 동진쎄미켐 지분 1.07%(55만주)를 제외할 경우 주식 매각에 따른 그의 투자금 대비 수익률은 마이너스(-)8.21%다.

이씨는 오스템임플란트 외에도 다수의 상장사에서 재무 관련 일을 맡으며 주식 업무를 익혀온 주식 전문가로 알려졌다. 그랬던 경험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수익을 노리고 횡령을 결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년간 투자에서 축적된 지혜가 발휘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이씨가 차액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를 활용해 횡령액보다 더 많은 돈을 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레버리지를 일으키고자 CFD까지 동원했으나 주가가 하락하며 손실은 더욱더 커졌다.

엔씨소프트 ‘슈퍼개미’ 정체 밝혀졌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1월 11일 엔씨소프트 주식 70만3325주를 사들이고, 21만933주를 팔아치워 총 53만5324주를 순매수했다. 당시 엔씨소프트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가격제한폭(29.92%)까지 치솟은 78만600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도 13조7651억원에서 17조2558억원으로 3조5000억원 가량 뛰었다.

시총 10조원대 코스피 우량주의 상한가는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됐다. 개인투자자 한 명이 하루 거래량(365만5331주)의 25.1%에 달하는 주식을 홀로 거래한 데다 순매수 금액만 3000억원 대에 달해 이 ‘슈퍼개미’의 정체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후 2거래일 동안 엔씨소프트 주가는 16% 이상 하락했다. 개인투자자 한 명이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오버행’(잠재적 대규모 매각 대기 물량) 우려가 커진 탓이다. 해당 투자자가 언제 팔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투자심리를 악화시켜 주가를 끌어내린 것이다.

단기간 주가가 급락하자 이씨는 결국 지난해 11월 15일 엔씨소프트 주식 53만주를 순매도하며 손절매에 나섰다. 그가 팔아치운 엔씨소프트 53만주는 전체 상장 주식 2195만4022주의 2.41% 규모다. 매도액은 이날 종가 66만원 기준으로 3498억원, 시초가 70만7000원 기준으로는 3747억원이다.

이씨는 직전 5거래일간 엔씨소프트를 53만5324주를 순매수했었다. 사들였던 주식 대부분을 한 번에 팔아치운 것이다. 평균 매입 단가가 알려지지 않아 정확한 손실액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씨가 엔씨소프트 매매로 400억원 이상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는 엔씨소프트 주식을 사들이기 한 달 전인 지난해 10월 1일에도 횡령 자금으로 동진쎄미켐 주식을 사들였다. 당시 동진쎄미켐 주식 391만7431주를 약 1430억원(주당 3만6492원)에 매입했고, 같은 해 11월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6차례에 걸쳐 336만7431주를 처분했다. 매도 단가는 주당 3만1000원∼3만4000원으로 총 1112억원을 현금화했다. 두세 달 사이 3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이다. 동진쎄미켐 지분 1.07%는 아직 보유 중인 것으로 보인다.

동진쎄미켐과 엔씨소프트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이씨의 매매 행태는 단기 급등 종목을 추격매수했다는 점이다. 동진쎄미켐을 매수했던 지난해 10월 1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인수한다는 가짜뉴스가 퍼지며 가격제한폭(상한가)까지 치솟았을 때였다. 엔씨소프트에 투자했던 지난해 11월 11일은 엔씨소프트가 대체불가토큰(NFT) 사업 진출을 선언한 날이었다. 횡령한 돈을 메워야 하는 만큼 급등주로 단기차익을 극대화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이후 두 종목 모두 급락세를 보이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회삿돈 2155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45)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로 들어서는 모습. 연합

CFD 이용해 엔씨소프트 주식 산 듯

동진쎄미켐 투자로 거액의 손실을 본 그가 횡령액보다 더 많은 돈을 엔씨소프트에 투자할 수 있었던 방법으로는 CFD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CFD는 실제로는 투자 상품을 보유하지 않으면서 차후 가격 변동에 따른 차익만 정산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매하는 신용융자와는 달리 CFD를 이용하면 주식을 직접 매매하지 않고도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증권사가 자체 자금으로 주식을 대신 사주고 나중에 정산하는 것으로, 투자자와 증권사가 맺는 일종의 계약이다. 매도 계약(Short Position)과 매수 계약(Long Position)을 동시에 할 수 있어 가격 하락 시에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양방향 거래 구조다. 본래 외환차익거래(FX마진거래)에서 주로 활용됐다가 주식까지 영역이 넓어졌다.

CFD의 증거금률은 투자 종목에 따라 10~40% 수준이다. 예컨대 엔씨소프트의 CFD 증거금률이 10%라면, 엔씨소프트 1만주를 78억6000만원(지난해 11월 11일 종가)의 10%인 7억8600만원만 내면 살 수 있다. 주가가 10% 오르면 100% 수익을 보지만 반대로 10% 내리면 투자금 전액을 잃는다. 일반 주식투자보다 난이도가 높은 고위험 상품인 만큼 증권사로부터 전문투자자 등록을 받아야 이용할 수 있다.

CFD를 이용한 이씨의 엔씨소프트 대량 매매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동진쎄미켐에서 발생한 손실을 만회하고자 했던 의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엔씨소프트 주가가 급락하며 레버리지의 역효과가 발생해 더 큰 손실을 보게 됐다. CFD의 고위험 레버리지를 감당하지 못한 셈이다. 경찰은 이씨가 횡령한 돈을 메우기 어렵다고 판단해 남은 돈을 금괴로 바꿔 도주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 조사 나서… 1조2800억원 사들여

금융당국은 이씨의 주식 거래 전반에 문제가 있는지 정밀 분석에 나섰다. 현재까지 공개된 종목은 동진쎄미켐과 엔씨소프트뿐이지만,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총 42개 종목을 1조2800억원 규모로 대량 매수한 내역이 확인됐다. 현재 한국거래소가 매매내역을 보고 불공정거래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이씨의 매도 금액은 총 1조1800억원이다. 횡령금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이 반복되며 매매 규모가 불어난 것이다. 동진쎄미켐 주식을 반영하면 이씨가 회삿돈을 주식에 넣었다가 손해를 본 금액은 761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거래소가 이씨의 거래 내역에 대한 정밀 분석을 하고 있다”며 “여기서 불공정 거래 혐의가 나오면 본격적인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불공정거래 혐의가 포착돼 조사에서 확인되면 자본시장법 위반까지 더해져 처벌이 가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래소 관계자도 “이상 거래 관련 계좌가 여러 개가 있는 것으로 보고 미공개정보 이용이나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며 “심리로 넘어가기 전에 특정 종목 투자와 계좌의 거래 내역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씨는 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횡령), 범죄수익 은닉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공모 혐의를 받는 이씨 아내 등 가족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횡령 금액을 최대한 빨리 환수해 회계장부상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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